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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하면 하루 전으로 회귀합니다99화

사망하면 하루 전으로 회귀합니다

사망하면 하루 전으로 회귀합니다 겉표지

99화: 닫히는 심연

달커덩――!

요란한 소리와 함께 지하실의 빛바랜 철문이 부서지듯 열렸다.

전신이 흙먼지로 범벅된 백현우와 유지원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지하실 계단을 단숨에 뛰어 내려왔다. 밖에서 지상 방어막을 지탱하며 찌그러져 가던 공간의 충격파를 온몸으로 받아냈던 그들이었다.

"강우 씨――!"

유지원의 다급한 비명 소리가 방에 울려 퍼졌을 때, 지하실은 기이할 정도의 차갑고 평온한 정적 속에 잠겨 있었다.

책상 앞의 의자에는 강우가 앉아 있었다. 단안경을 내려놓은 채 가쁜 숨을 몰아쉬며 땀을 닦아내던 소년은, 병실 밖에서 들어온 두 사람을 향해 옅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끝났습니다, 지원 씨. 백현우 씨."

"……정말이냐?"

백현우가 대검을 바닥에 쓸며 힘없이 무릎을 꿇었다. 그의 붉은 눈동자에는 허탈함과 함께, 지상 방어망의 마력 회로가 급격하게 정상 주파수로 되돌아온 신호가 감지되고 있었다. 마포 상공을 찢어발기던 붉은 아지랑이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맑은 새벽하늘로 복원되어 있었다.

그때, 강우가 자신의 가슴팍에 가볍게 손을 얹었다.

그의 눈앞에 평생 그를 피로 물들였던 기이한 시스템 메시지 반투명 창이 조용히 떠올랐다.

[특수 고유 권능: '사망 시 하루 전 회귀(EX)'의 연결 주파수가 완전히 소멸합니다.]
[시스템 세션이 영구 종료됩니다. 귀하는 이제 평범한 소년으로 회귀 권능을 상실합니다.]

스으으윽――.

메시지 창은 짧은 은빛 가루가 되어 공중으로 승화하듯 사라졌고, 강우의 가슴 속에 흐르던 인과의 뻐근한 압박감도 완전히 정지했다.

이제 강우는 죽어도 어제로 돌아가지 못하는, 단 한 번뿐인 유일한 생명(Life)을 가진 평범한 무능력자 고등학생 한강우로 완벽하게 되돌아온 것이었다.

"……사라졌군요."

강우의 눈에서 맑은 눈물 한 방울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것은 슬픔이 아닌, 백 번에 가까운 그 처절한 죽음의 지옥 같은 늪에서 마침내 완벽하게 해방되었다는 안도와 구원의 눈물이었다. 이제 더 이상 사랑하는 이들의 죽음을 보며 목을 긋고 자살하는 그 비참한 밤을 겪지 않아도 된다는 절대적인 평화의 증표였다.

유지원은 강우의 곁으로 다가와 그의 작은 어깨를 굳게 안아주었다.

"고생했어요, 강우 씨. 정말로…… 정말로 고생 많았어요."


사흘 뒤.

대한민국 서울을 시작으로 전 세계의 헌터 업계는 믿기 힘든 거대한 변화를 마주하고 있었다.

대격변 2단계의 최종 실패 여파로 지구를 감싸고 있던 차원 왜곡 그리드가 백퍼센트 복원되면서, 세계 주요 도시에 열려 있던 수백 개의 던전 게이트들이 연기처럼 차례대로 자연 소멸하기 시작했다. 게이트가 닫히자 몬스터들도 나타나지 않았고, 지구의 마력 농도는 매일 소수점 아래로 급격히 감소했다.

초인들의 권력이 법을 초월하던 혼란의 황금시대가 저물고, 상식과 윤리, 도덕과 법률이 통하는 평범한 인간의 일상이 복원되고 있었던 것이다.

"대검이 이제 필요 없어졌군."

거점 소파에 걸터앉아 가죽 코트를 벗어 던진 백현우가 호탕하게 껄껄 웃었다. 그의 어깨에 걸쳐 있던 대검 '심연의 분쇄자'는 마력이 빠져나가며 평범하고 묵직한 쇳덩어리로 변해 있었다.

"S급 각성자니 뭐니 하던 시절도 끝났으니, 나도 이제 북한산 구석에서 담배나 피우며 평범한 백수로 늙어갈 준비를 해야겠군. 한강우, 너는 학교로 돌아갈 거냐?"

"예. 며칠 뒤면 2학기 개학입니다. 밀린 숙제와 시험공부를 해야겠지요."

강우는 가방을 짊어지며 덤덤하게 답했다.

그림자의 예언자 섀도우. 전 세계의 헌터 군단을 장막 뒤에서 체스판의 말처럼 통제하며 구원해 낸 그 전설적인 지배자의 마지막 모습은, 그저 낡은 고등학교 교복을 차려입은 유순하고 수수한 고등학생의 모습일 뿐이었다.

유지원은 강우의 곁에 서서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그의 교복 깃을 매만져 주었다.

"강우 씨. 이제 섀도우가 아닌, 진짜 고등학생 한강우의 '내일'이 시작되었네요. 오늘 밤은 선희와 함께 맛있는 저녁을 먹으러 가요. 아버님께서도 강우 씨에게 태성 길드의 비공식 평생 장학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하셨어요."

"고맙습니다, 지원 씨."

강우는 책상 위의 먼지가 쌓이기 시작한 단안경을 서랍 깊숙이 넣고 서랍을 굳게 닫았다.

수십 대의 모니터 서버 플러그를 하나씩 뽑아 전원을 끄자, 지하실 전체가 평범하고 한산한 지하실 창고의 원래 모습을 되찾았다. 섀도우라는 이름의 거대한 흔적은 이 지하실의 어둠 속에 영원히 안개처럼 묻힐 터였다.

딸깍――.

지하실의 형광등 스위치를 끄고, 강우는 유지원과 백현우를 따라 낡은 지하실 계단을 천천히 걸어 올라갔다.

철문을 열고 밖으로 나서자, 눈이 부실 정도로 따스하고 찬란한 마포의 서울 아침 햇살이 강우의 얼굴을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 어제가 아닌, 소년이 백 번의 피를 흘려가며 마침내 쥐어 잡은 위대한 '내일'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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