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하면 하루 전으로 회귀합니다

100화: 다시, 어제처럼 (완결)
대격변의 폭풍이 지구 전체를 집어삼키려 했던 그 위대한 전쟁으로부터 정확히 1년이 흘렀다.
눈이 시릴 정도로 푸르고 맑은 봄날의 아침 하늘 아래, 서울 마포의 거리는 평화로운 일상의 활기로 넘쳐나고 있었다. 하늘을 찢어발기던 붉은 아지랑이도, 골목 구석에서 스멀스멀 피어오르던 눅눅한 마력의 흔적도 이제는 완전히 사라져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지구상의 모든 게이트와 던전은 완전히 자연 소멸했고, 헌터라는 신분은 이제 교과서의 한 페이지나 박물관의 기록물로만 남아 있는 흘러간 역사가 되었다. 마동 에너지가 0%인 완벽한 평화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었다.
서울의 명문 대학교 캠퍼스 교정.
흐드러지게 핀 벚꽃 잎이 눈송이처럼 흩날리는 캠퍼스 대로를, 베이지색 트렌치코트를 차려입고 숄더백을 멘 한 남학생이 나직한 발걸음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한강우였다.
그의 얼굴에는 평생 그를 옥죄던 차가운 예언가나 설계자 섀도우의 깊고 어두운 안광은 온데간데없었다. 교정의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미소를 머금은 그의 모습은, 그저 밀린 전공 서적을 가슴에 안고 강의실로 향하는 지극히 평범하고 흔한 새내기 대학생의 모습일 뿐이었다.
"오빠――!"
교정 저편에서 단발머리를 찰랑이며 건강하게 달려오는 소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완치된 심장병 덕분에 얼굴에 건강한 핏기가 가득한 여동생 선희였다. 교복을 입은 선희는 강우의 팔짱을 꽉 끼며 웃었다.
"오빠, 오늘 대학 축제 동아리 공연 있는 날이잖아! 내가 친구들이랑 구경 오려고 용돈 좀 보태달라고 하려 했지!"
"녀석, 공부는 안 하고 축제 타령이냐. 가방끈이나 단단히 메고 다녀라."
강우는 선희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으며 지갑에서 용돈을 꺼내 건넸다. 동생의 건강한 숨소리와 따뜻한 손 온기를 온전히 매일 아침 느낄 수 있다는 이 지극히 평범한 일상이, 강우에게는 백 번의 처절한 죽음을 겪어가며 마침내 쥐어 잡은 절대적인 기적의 열매였다.
선희를 학교로 보내고 교정의 야외 카페 테라스로 걸어간 강우는, 창가 테이블에 앉아 책을 읽고 있는 한 여대생의 모습을 발견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수수한 니트에 청바지를 편안하게 차려입고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있던 그녀는, 태성 길드의 도도한 후계자이자 빙결의 여제라 불렸던 유지원이었다. 마력이 사라진 지금, 그녀 역시 평범한 복학생 여대생이 되어 조용히 학업에 전념하고 있었다.
"왔어요, 강우 씨?"
유지원이 책을 덮으며 밝고 맑은 미소를 지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지원 씨. 선희 녀석 용돈 뜯기느라 조금 지체되었습니다."
강우는 맞은편에 앉으며 따뜻한 차를 한 잔 주문했다.
두 사람은 평범한 대학 생활과 다가올 중간고사 과제에 대해 가벼운 대화를 나누었다. 마법도, 괴수도 없는 평범한 일상 속의 수다였지만, 그 대화의 행간마다 따뜻하고 편안한 여운이 가득 묻어났다.
"강우 씨, 가끔은 그 시절이 생각나지 않나요?"
유지원이 찻잔을 만지작거리며 장난스럽게 물었다.
"전 세계의 S급 최강자들을 장막 뒤에서 체스판의 말처럼 부리며, 지구를 멸망에서 구원해 냈던 그 전설적인 설계자 섀도우 님의 무용담 말이에요. 지금도 가끔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섀도우를 그리워하는 헌터들의 글이 올라오곤 해요."
강우는 가볍게 찻잔을 들이켜며 나직하게 웃었다.
"전혀요. 저에게 섀도우는 단지 피하고 싶었던 죽음의 고리에서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발악이었을 뿐입니다. 지금 이 눈부신 봄날의 교정에서, 지원 씨와 마주 보고 따뜻한 차 한 잔을 평화롭게 마실 수 있는 이 1분 1초야말로…… 제가 백 번을 죽어가며 마침내 쥐어 잡은 진짜 절대적인 '기적'이니까요."
강우의 진심 어린 고백에 유지원은 얼굴을 붉히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같은 시각, 서울 마포의 한적한 근린공원.
낡은 청바지에 목이 늘어난 면티를 입은 백수가 공원 벤치에 삐딱하게 누워 낮잠을 자고 있었다. 백현우였다.
"현우 아저씨! 검술 가르쳐 주세요!"
동네 꼬마 셋이 나무 막대기를 들고 벤치로 달려와 그의 배를 쿡쿡 찔렀다.
"에잉, 귀찮은 꼬맹이 녀석들. 낮잠 자는 은둔자를 방해하다니. 좋다, 검끝은 힘으로 쥐는 게 아니라 공간의 축을…… 아니, 그냥 어깨 힘을 빼고 찌르는 거다. 봐라!"
백현우는 나무 막대기를 대충 휘두르며 아이들의 머리를 가볍게 톡톡 쳤고, 아이들은 자지러지게 웃으며 공원을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S급 공간 절단의 최강자가, 이제는 동네 아이들의 친근한 장난감 아저씨로 살아가는 지극히 평화롭고 나른한 풍경이었다.
늦은 오후, 붉은색 저녁 노을빛이 대학 캠퍼스 교정을 부드럽고 따스하게 물들여 갔다.
강우와 유지원은 나란히 어깨를 맞댄 채 흩날리는 벚꽃 길을 따라 교문 밖을 향해 천천히 걸어 나갔다.
강우는 주머니에 손을 넣으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노을빛 아래 빛나는 하늘은 더 이상 찢어지거나 보랏빛 스파크를 튀기지 않는, 그저 내일의 평화로운 아침을 예고하는 아름다운 붉은색 노을일 뿐이었다.
'나는 더 이상 내일의 멸망을 막기 위해 오늘 스스로의 목을 긋지 않는다.'
강우는 가슴 깊이 차오르는 절대적인 해방감을 느끼며 조용히 미소 지었다.
'매 순간 아무런 예고 없이 다가오는 이 평범하고 조용한 '내일'이야말로, 내가 무수한 어제의 무덤 속에서 마침내 건져 올린……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하고 아름다운 인과의 선물이다.'
어제는 깨끗하게 걷혔고, 소년의 앞에는 영원히 빛날 따뜻한 내일의 장막이 활짝 열려 있었다.
사망하면 하루 전으로 회귀합니다 (완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