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하면 하루 전으로 회귀합니다

97화: 깨진 어제
스으윽――.
강우가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렸을 때, 그의 귓가에 들려온 것은 신들의 무덤 대성당의 파괴음이 아니었다.
익숙하면서도 기이하게 뒤틀린 마포 비밀 거점의 기계 연산 장치들의 웅웅거림 소리였다. 강우는 자신이 다시 마포 지하실의 의자에 털썩 주저앉아 있음을 깨달았다. 그의 가슴팍은 욱신거렸고, 붕대는 감겨 있지 않았으나 전신의 뼈마디가 마치 으스러졌다가 다시 조립된 듯한 극심한 인과적 고통이 밀려왔다.
"……돌아왔군."
강우가 책상 위의 단말기를 확인했다. 날짜와 시간은 정확히 사망하기 24시간 전, 즉 어제 오후 12시였다.
하지만 이번 회귀는 이전의 완벽한 시간 되감기와는 질적으로 달랐다.
시간의 첫 번째 안광을 부순 여파로 인해 시공간의 인과가 완전히 오염되어 있었다. 지하실의 수십 대 모니터들은 반투명하게 유령처럼 흐려져 실시간으로 지지직거렸고, 벽면과 쇠기둥들은 마치 물속에 비친 형상처럼 기괴하게 흐물흐물 일렁이고 있었다.
그리고 강우가 딛고 선 지하실 바닥 한가운데, 세 개의 안광 중 첫 안광이 깨진 채 남은 두 개의 붉은 눈동자가 핏빛 문양이 되어 거대하게 맥박치고 있었다.
- 결국 또 시작으로 기어 들어왔구나, 어리석은 인간이여.
두 개의 붉은 안광이 어둠 속에서 번뜩이며 조소했다.
- 하지만 이 불완전하게 깨진 어제 속에서 너의 영혼은 이미 반쯤 소멸했다. 회귀의 축이 완전히 오염되었으니, 다음 안광을 깨뜨리는 순간 너는 어제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아예 세상의 타임라인에서 흔적도 없이 소멸할 것이다.
군주의 경고는 백퍼센트 진실이었다. 강우는 자신의 영혼의 잔류 기억 장막이 모래성처럼 서서히 흐려져 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마력이 없는 강우의 정신력이라 할지라도, 깨진 시공간의 인과 오염을 무한히 버틸 수는 없었다.
하지만 강우는 핏물이 고인 입술을 닦아내며 단검을 집어 들었다.
"상관없다. 네 녀석이 이 인과를 쥐고 흔드는 한, 지구의 미래는 없다. 다음 안광도 쪼개주마."
강우의 눈동자 속에는, 군주의 두 번째 안광이 다스리는 '공간의 뒤틀림 법칙'의 연산 주파수가 차갑게 도출되고 있었다. 강우는 이전 대행자의 공간 결계를 해제했던 그 기하학적 균열의 매듭 구조를 떠올리며, 단검 끝에 첫 안광의 파편에서 흘러나오는 미세한 역인과 마력을 억지로 유도하여 이식했다.
- 가소롭군! 공간을 압살해주마! '차원 수축(Dimensional Compression)'!
군주의 두 번째 안광이 강렬하게 붉은 광막을 내뿜자, 지하실 전체의 공간이 사방에서 찌그러지듯 급격하게 수축하기 시작했다. 쇠기둥들이 두부처럼 구겨지며 날아갔고, 강우의 몸뚱이 역시 수만 톤의 중력 프레스에 짓눌린 듯 뼈마디가 우드득 비명을 질렀다.
"커헉……!"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다. 손가락뼈가 구겨져 단검을 쥐는 것조차 한계인 최악의 통증.
하지만 강우는 찌그러져 가는 지하실 천장 틈새 너머로, 지상에서 유지원과 백현우가 펼쳐둔 푸른색과 흑색의 거대한 마동 차단 결계가 온 힘을 다해 이 붕괴를 지상에서 막아서며 지탱해 주고 있는 인과율 반응을 감지했다.
'두 분이 밖에서 날 위해 방패가 되어 버티고 있다. 내가 여기서 멈출 순 없다.'
강우는 구겨진 왼손으로 오른손 단검을 받쳐 쥐고, 온 힘을 다해 지하실 바닥 한가운데에서 징그럽게 눈동자를 굴리며 비웃고 있는 두 번째 '공간의 안광' 정중앙을 향해 칼날을 내리찍었다.
"비켜라, 괴물 녀석!"
팍――!
"끄아아아악――!"
단검이 꽂히는 순간, 두 번째 안광이 세차게 갈라지며 핏빛 불꽃을 사방으로 뿜어냈다.
공간의 결계가 무너지며 발생한 거대한 2차 인과 차원 균열 폭발이 지하실을 집어삼켰고, 그 충격파는 지상에서 방어막을 기둥처럼 떠받치고 있던 백현우와 유지원의 방어벽마저 조각조각 내며 마포 하늘을 뒤흔들었다.
강우의 육체는 다시 한번 공간의 왜곡 속에서 산산조각 나 스러졌고, 그의 의식은 세 번째 안광만이 남은 최후의 하얀 무덤 속으로 처절하게 떨어져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