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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하면 하루 전으로 회귀합니다91화

사망하면 하루 전으로 회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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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화: 신들의 제단

은빛 나선 계단을 올라가 마침내 도달한 신들의 무덤 5층 '신들의 제단'은, 인간의 상식을 아득히 초월한 기괴하고 장엄한 공간이었다.

그곳은 거대한 하늘의 장막 자체가 칠흑처럼 뚫려 나간 대성당의 잔해와 같았다. 바닥에는 검붉은 피가 강물처럼 고여 출렁이고 있었고, 대성당의 제단 중앙 공중에는 지름 50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보랏빛 소용돌이 게이트가 아가리를 벌려 칠흑 같은 심연의 마력을 쏟아내고 있었다.

그 게이트 바로 아래, 광신도 집단의 최종 교주 '말라카이'가 공중에 뜬 채 자신의 양팔을 벌리고 광기 어린 주문을 외치고 있었다. 그의 몸은 이미 절반 이상이 검게 부식되어 쐐기의 에너지로 녹아들고 있었다.

"하하하! 늦었다, 인류의 가련한 파수꾼들이여! 군주님의 강림 통로는 완전히 활성화되었다! 이 땅에 진정한 어둠의 지배를 내리소서!"

바작――!

말라카이의 육체가 스스로 폭발하며 게이트 내부로 제물이 되어 흡수되었다.

그와 동시에, 게이트 너머에서 하늘을 찢는 듯한 불길한 노호 소리와 함께, 거대한 뼈 촉수 수십 개가 기어 나왔다. 그리고 그 촉수들의 중심에서, 칠흑빛 신형을 두르고 붉은 외눈을 번뜩이는 심연의 군주 대리자, '군주의 대행자(Abyssal Harbinger)'가 내려앉았다.

대행자가 들고 있던 암흑 지팡이를 바닥에 강하게 내려찍었다.

콰아아앙――!

대성당 바닥을 타고 사방으로 절대 영도 이하의 '암흑 냉기 펄스'가 휘몰아쳤다.

"크윽…… 방어벽이……!"

장 피에르와 디터가 반사적으로 결계를 기동했으나, 고대의 사악한 냉기 파동은 결계째로 그들의 팔다리를 동결시켜 부러뜨렸다. 두 S급 최강자가 비명 소리와 함께 멀리 튕겨 나가며 피를 뿜었다.

"이 괴물 녀석!"

헬레나가 은빛 창 수십 개를 날렸고 백현우가 공간 참격 '일섬'을 박아 넣었으나, 대행자는 손짓 한 번으로 공간의 축을 뒤틀어 그 모든 참격과 마법을 반사해 버렸다. 헬레나는 자신이 쏜 은빛 창에 어깨를 관통당해 무릎을 꿇었고, 백현우 역시 자신의 공간 절단 반동에 내장이 뒤틀려 피를 토했다.

S급 초월자 열두 명이 달라붙었음에도, 단 3분 만에 전선이 완전히 붕괴해 나가는 처참한 학살극이었다.


마포의 지하 비밀 거점.

강우의 눈동자는 붉은 경보로 뒤덮인 모니터 화면들을 묵묵히 주시하고 있었다. 화면 속에서는 백현우를 비롯한 최강 헌터들이 대행자의 검은 사슬에 온몸이 묶여 마력을 빼앗기며 쓰러져 가고 있었다.

이 장면은 강우에게 가장 끔찍하고 잔혹한 역사의 반복이었다.

이전 루프들에서 강우는 바로 이곳 5층 제단에서, 자신이 짜놓은 완벽한 전술조차 헌터들의 절대적인 '무력 차이' 앞에서 휴지 조각처럼 찢겨 나가며 연합군 전체가 몰살당했던 경험을 무려 열여덟 번이나 겪었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장막 뒤에서 지시를 내려도, 현장의 헌터들의 손끝이 닿지 않으면 군주를 토벌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다.

'지시하는 것만으로는 뚫을 수 없다. 내가 직접 현장에서 인과율의 균열을 물리적으로 잡아야 한다.'

강우는 자신의 품에 단검을 꽂아 넣고, 책상 서랍 깊은 곳에서 특수하게 제작된 무마력 침투 슈트와 산소마스크를 꺼내 착용했다.

그는 마력이 전혀 없는 무능력자다. 대행자가 내뿜는 그 절대적인 암흑 냉기 결계와 인과율 간섭은 마력이 없는 강우에게는 아무런 힘도 쓰지 못하는 종이호랑이나 다름없었다. 강우는 결계 내부를 가장 빠르게, 그리고 가장 무취(無臭) 상태로 걸어가 대행자의 턱밑에 비수를 꽂을 수 있는 유일한 변수였다.

강우는 수십 대의 모니터 서버의 자동 연산 모드를 가동한 뒤, 거점의 철문을 열고 밖으로 나섰다.

대기하고 있던 태성 길드의 특수 수송용 고속 소형 잠수정이 옥상 해치에서 웅웅거리며 가동을 시작했다.

지상 통제실의 태성 길드 요원이 사색이 되어 무전기로 물었다.

"제가 가지 않으면 승리는 없습니다."

강우의 차가운 나직한 선언과 함께, 고속 잠수정은 태평양 해저 5,000미터 깊이의 신들의 무덤을 향해 빛의 속도로 급강하를 시작했다.

장막 뒤에 숨어 체스판을 흔들던 설계자가, 마침내 자신의 목숨을 체스판 위의 가장 가볍지만 가장 날카로운 말(Pawn)로 기용해 전장의 한복판으로 직접 발을 내딛는 위대한 역사의 서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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