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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하면 하루 전으로 회귀합니다9화

사망하면 하루 전으로 회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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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심연의 눈을 뜨다

석문 너머의 방은 바깥의 하수도와는 완전히 단절된, 마치 다른 차원에 발을 들여놓은 듯한 신비로운 공간이었다. 사방의 벽은 검은색의 매끄러운 석재로 이루어져 있었고, 바닥에는 은은한 푸른빛을 발하는 발광 이끼들이 융단처럼 깔려 있었다.

그리고 방의 중심, 공중에 둥둥 떠 있는 투명한 수정체가 있었다.

그 수정체 안에는 밤하늘의 은하수를 한데 뭉쳐놓은 듯한, 검고 보랏빛이 도는 기이한 액체가 넘실거리고 있었다. 액체 안에서 미세한 스파크처럼 튀어 오르는 백색의 빛들이 황홀한 광경을 연출했다.

"저것이…… '심연의 정수'인가."

강우의 목울대가 크게 오르내렸다.
전설처럼 전해지던, 무능력자에게 강제로 각성의 씨앗을 심어준다는 금단의 기적.
강우는 천천히 수정체 앞으로 다가갔다. 그가 손을 뻗자, 수정체가 스스로 반응하듯 반으로 갈라지며 내부의 보랏빛 액체가 공중으로 스르륵 흘러나왔다. 액체는 강우의 손끝에 닿자마자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그의 피부 속으로 빠르게 침투해 들어갔다.

"윽……!"

순간, 강우의 전신이 활시위처럼 팽팽하게 당겨졌다.
뜨거운 용암이 혈관을 타고 흐르는 듯한 극심한 고통이 몰려왔다. 마력이 전혀 존재하지 않던 황무지 같은 그의 육체에, 강제로 마력이 흐를 수 있는 길인 '마력 회로'가 개척되는 과정이었다.

굳게 닫혀 있던 뼈와 근육의 틈새가 강제로 벌어지고, 신경 세포 하나하나가 타 들어가는 고통이었다.
강우는 바닥에 쓰러져 손톱이 깨질 정도로 검은 석재 바닥을 긁었다.

"아아아악! 끄으으……!"

머릿속에서 자살용 주사기가 떠올랐다. 이 고통을 피해 다시 리셋을 해야 할까?
아니었다. 이 고통은 던전의 함정이나 몬스터의 공격으로 인한 치명상이 아니었다. 각성을 위해 거쳐야만 하는 필연적인 육체의 재구성 과정이었다. 회귀를 한다 해도, 이 과정을 거치지 않는 한 결코 무능력자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었다.

"버텨야…… 해…… 이따위 고통쯤은……!"

강우는 이를 악물었다. 어금니가 깨져 비릿한 피가 입안을 채웠다.
수십 번의 죽음을 겪으며 단련된 그의 초인적인 정신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일반적인 인간이라면 뇌가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쇼크사했거나 정신이 붕괴했을 터였지만, 강우는 죽음의 공포에 이미 무뎌진 지 오래였다. 그 지독한 집념이 폭주하려는 심연의 에너지를 억누르고 제어하기 시작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요동치던 심장이 점차 안정을 찾고, 타오르던 혈관의 불길이 가라앉았다. 대신 그 자리에는 한없이 차갑고 깊은, 얼음물 같은 기운이 몸 전체를 순환하기 시작했다.

스으으…….

강우는 천천히 눈을 떴다.
그의 눈동자 주변으로 미세한 보랏빛 스파크가 일었다가 사라졌다. 몸을 일으키자,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온몸의 감각이 극도로 예리해져 있는 것이 느껴졌다. 야간 투시 고글을 쓰지 않았음에도 어두운 방안의 먼지 한 톨까지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각성…… 한 건가?"

강우는 자신의 손바닥을 쥐었다 폈다 했다.
손가락 끝에서 검은 아지랑이 같은 마력이 스르륵 피어올랐다. 그것은 일반적인 각성자들의 푸른 마력과는 완전히 궤를 달리하는, 빛을 집어삼키는 듯한 어둠의 마력이었다.

띠링!

그의 귓가에 맑은 경고음과 함께, 오직 각성자들에게만 보인다는 투명한 홀로그램 상태창이 나타났다.

[각성자 등록이 감지되지 않은 개체입니다. 임시 상태창을 출력합니다.]

"마력 수치 0.00%……."

강우의 입가에 묘한 미소가 돋았다.
외장 마력 측정기로는 여전히 마력이 전혀 없는 무능력자로 분류된다는 뜻이었다. 세상 사람들은 여전히 자신을 쓸모없는 무능력자로 보겠지만, 내면에는 세상 그 누구도 감지할 수 없는 '심연의 마력'을 품게 된 것이다.
완벽한 은폐이자, 적들의 뒤통수를 치기에 이보다 더 좋은 조건은 없었다.

쿠구구궁!

그때, 방 전체가 크게 흔들리며 입구의 석문 밖에서 기괴한 울음소리들이 떼를 지어 들려왔다.
심연의 정수가 사라지자, 던전의 마력 균형이 깨지면서 1층부터 3층까지 흩어져 있던 F급 몬스터들이 이 지하 4층의 비밀 방으로 일제히 몰려들기 시작한 것이다.

"끼이이이익!"
"크르르르!"

석문 밖 어둠 속에서 붉은 안광을 빛내는 수십, 수백 마리의 하수도 거대 쥐들과 정체불명의 슬라임들이 떼 지어 몰려들었다. 퇴로가 완전히 차단된 상황이었다.

과거의 강우였다면 절망하며 주사기를 꺼냈을 상황.
하지만 지금의 강우는 도망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천천히 걸어가며 오른손을 뻗었다.

"마침 잘 됐군. 성능 시험을 해봐야겠지."

강우의 그림자가 바닥을 타고 기이하게 출렁였다.
그림자들이 바닥에서 솟구쳐 올라 뾰족한 송곳 모양의 실체로 변했다. 검은 그림자 가시들이 어둠 속에서 번뜩였다.

스윽.

강우가 손가락을 가볍게 퉁겼다.

슈슈슈슈슉!

"끼에에엑!"

순식간에 수십 마리의 거대 쥐들이 바닥에서 솟구친 그림자 가시에 관통당해 허공에 매달렸다. 단 한마디의 비명조차 제대로 지르지 못한 채 즉사한 쥐들의 몸에서 검은 피가 뿜어져 나왔다. 그림자는 쥐들의 생명력을 흡수하기라도 하듯 더욱 짙고 날카롭게 날뛰었다.

이것이 바로 무능력자 한강우가 세상에 선보이는 첫 번째 무력이었다.
어둠 속에서 소년의 검은 눈동자가 보랏빛으로 물들어가며, 잔인한 사냥의 시작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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