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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하면 하루 전으로 회귀합니다10화

사망하면 하루 전으로 회귀합니다

사망하면 하루 전으로 회귀합니다

10화: 심연에서 걸어 나온 자

지하 4층 수로는 이제 거대한 도살장으로 변해 있었다.
검은 그림자의 채찍이 허공을 가를 때마다 하수도 거대 쥐들의 신음과 비명이 수로 벽면에 부딪쳐 음산하게 울려 퍼졌다. 강우의 발밑에는 이미 수십 마리의 시체가 산더미처럼 쌓여 피웅덩이를 이루고 있었다.

"끼이익! 끄엑!"

공포를 모르는 하위 몬스터들이었지만, 눈앞의 인간 소년이 뿜어내는 기이한 압도감에 주춤거리기 시작했다.
강우는 가볍게 손가락을 튕기며 그림자를 회수했다. 몸속을 타고 흐르는 심연의 마력은 사용하면 할수록 그의 신경망을 타고 더욱 끈끈하게 결합하는 느낌이었다.

"F급 몬스터 정도로는 기별도 안 가는군."

마력 소모량도 미미했다. 심연의 손길로 그림자를 가시로 만들어 내찌르는 동작은 그에게 이제 호흡하는 것만큼이나 자연스러웠다.

크어어어어어―――――!

그때, 수로의 천장 전체가 부르르 떨리며 붉은 벽돌더미들이 우수수 쏟아져 내렸다.
지하 4층 깊숙한 수조 구역으로부터 거대한 파동이 일어났다. 오수와 오물로 채워진 수로의 벽면이 쩍 갈라지며, 그 안에서 마침내 F급 게이트 [버려진 하수도]의 진정한 지배자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오염된 시궁쥐 왕(D급 돌연변이)'.

몸길이만 7미터에 달하고, 등 뒤에는 부식성 독소를 가득 머금은 기포들이 돋아나 있는 끔찍한 형상의 돌연변이 야수였다. 시궁쥐 왕은 붉은 안광을 번뜩이며 침을 질질 흘렸다. 놈이 내뿜는 지독한 악취와 마력 파동은 방금 전 골렘보다 더욱 노골적이고 공격적이었다.

슈아아아악!

시궁쥐 왕이 거대한 입을 벌리며 강우를 향해 초록색의 강산성 독액을 내뿜었다. 벽돌 바닥에 닿는 순간 치익 소리와 함께 돌이 녹아내리는 치명적인 독이었다.

강우는 즉시 몸을 뒤로 날려 회피했다.
바닥에 엎드리며 오른손을 뻗자, 시궁쥐 왕의 그림자가 기이하게 팽창하더니 놈의 거대한 허벅지를 옥죄며 바닥에 묶어 버렸다.

[스킬 '심연의 손길'이 대상을 구속합니다.]

"끼이이이익!"

시궁쥐 왕이 발버둥 쳤다. D급 돌연변이 야수답게 강우의 F급 심연의 마력 구속을 힘으로 뜯어내려 했다. 그림자가 팽팽하게 늘어나며 툭툭 끊어지는 소리가 났다. 근력 수치와 깡마력의 대결에서는 아직 강우가 밀리는 상태였다.

하지만 강우에게는 '두뇌'와 '경험'이 있었다.
그는 이 던전이 과거에 왜 '버려진 하수도'라는 이름이 붙었는지 잘 알고 있었다. 이곳은 대각성 시대 이전, 지하수의 압력을 조절하던 대형 보일러 가압 펌프실이 있던 장소였다.

강우는 구속이 풀리기 직전, 천장을 향해 달렸다. 그리고 천장에 얼기설기 얽혀 있는 수십 개의 낡은 쇠파이프 밸브 중 하나를 눈여겨보았다.
일곱 번의 루프 동안, 파수꾼 골렘의 지진파 패턴으로 인해 균열이 가 있던 고압 스팀 배관이었다.

"저걸 터뜨린다."

강우는 그림자 촉수 두 개를 뻗어 천장의 고압 스팀 밸브를 강하게 휘감아 쥐었다. 그리고 젖먹던 힘까지 짜내어 밸브를 돌려 뽑아 버렸다.

콰아아아앙!

밸브가 뽑혀 나감과 동시에, 배관 내부에 갇혀 있던 수백 도의 고온 고압 증기가 시궁쥐 왕의 면상을 향해 무지막지한 기세로 폭발하듯 뿜어져 나왔다.

"끼에에에에에엑!"

시궁쥐 왕이 단발마의 비명을 질렀다. 살점과 가죽이 고온의 증기에 순식간에 익어 들어가며 놈은 이성을 잃고 광분해 날뛰었다.
시궁쥐 왕의 거대한 몸집이 증기에 가려 시야가 확보되지 않는 틈을 타, 강우는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그의 오른손에 주변의 모든 어둠이 응축되어 가시 모양의 단검으로 실체화되었다.

[심연의 손길 - 최대 출력]

타앗!

강우는 낙하하는 가속도를 더해 시궁쥐 왕의 가장 취약한 부위인 정수리의 보랏빛 상처 틈새로 심연의 가시 단검을 깊숙이 찔러 넣었다.

푸우욱!

"끄어어…… 억……."

단검을 타고 강우의 심연의 마력이 시궁쥐 왕의 뇌수로 급격히 밀려들어 가 파괴했다.
생명력을 좀먹는 검은 파동이 뇌를 헤집자, 거대 야수는 더는 저항하지 못하고 육중한 몸뚱이를 바닥에 엎어뜨렸다.

쿵―――――.

[F급 게이트 '버려진 하수도'의 보스 몬스터 '오염된 시궁쥐 왕'을 처치했습니다.]
[던전이 클리어 상태로 전환됩니다. 10분 후 게이트가 폐쇄됩니다.]
[보스 처치 보상으로 '변종 쥐의 가죽 코트(D급)'와 '정제된 하급 마석'을 획득했습니다.]

"하아, 하아……."

강우는 시궁쥐 왕의 머리 위에서 내려와 무릎을 짚고 숨을 몰아쉬었다.
입가에 묻은 피를 거칠게 닦아낸 소년의 눈빛에는 깊은 해방감이 서려 있었다.
보스 몬스터의 사체 곁에 떨어진 에메랄드빛 마석과 D급 방어구 아이템을 가방에 챙겨 넣은 그는 천천히 입구를 향해 걸어갔다.


한편, 버려진 하수도 게이트의 외부.
갑작스러운 지하 4층의 마력 폭주와 지진 파동으로 인해, 게이트 관리 경비원들은 비상이 걸린 상태였다.

"이봐! D급 이상의 마력 파동이 감지됐어! F급 던전인데 갑자기 왜 이러지? 변종인가?"
"지원 요청해! 헌터 협회 타격대에 즉시 연락하라고!"

경비원들이 무기를 든 채 안절부절못하고 있을 때, 게이트의 푸른 포탈이 일렁이며 한 소년이 유유히 걸어 나왔다.

"어…… 학생?!"

경비원들이 놀란 눈으로 소년을 바라보았다.
강우의 옷자락은 시궁쥐의 피와 오물로 더러워져 있었고, 얼굴에는 피곤이 가득 묻어 있었다. 영락없이 던전 안의 붕괴 위기 속에서 겨우 도망쳐 나온 무능력자 짐꾼의 몰골이었다.

강우는 비틀거리며 경비원들 앞으로 주저앉았다.

"안에…… 갑자기 엄청나게 큰 쥐가 나와서 날뛰고…… 던전이 무너지고 있어요……."

"역시 돌연변이였군! 학생, 다친 데는 없어? 어서 구급차로 가!"

경비원들은 강우를 부축해 구급 텐트로 데려갔다.
강우는 구급 대원이 건네준 담요를 몸에 두른 채, 조용히 눈을 감았다.
구급 텐트 한구석에 놓인 간이 마력 측정기에 손을 대어 보았다. 수치는 여전히 [마력 반응: 0.00% (무능력자)]였다.

"완벽해."

어느 누구도 한강우가 F급 던전을 단독으로 클리어하고, D급 돌연변이 보스 몬스터를 때려잡았다는 사실을 상상조차 하지 못할 터였다.

강우는 가방 속에 든 D급 마석과 장비, 그리고 가상 계좌에 든 1억 5천만 원의 현금을 떠올렸다.
도약을 위한 최소한의 밑천은 모두 갖춰졌다.

이제 남은 것은 그를 비참한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자들,
그리고 그 배후에 도사린 불법 게이트 사채업자와 하위 길드 '블랙 드래곤'을 완벽하게 파멸시키는 일이었다.

"강태훈은 시작에 불과해."

어둠 속에 숨은 설계자, 한강우의 진짜 복수극이 서막을 올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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