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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하면 하루 전으로 회귀합니다11화

사망하면 하루 전으로 회귀합니다

사망하면 하루 전으로 회귀합니다

11화: 덫을 놓는 그림자

C급 헌터 강태훈 일당의 실종 소식은 하위 길드인 '블랙 드래곤'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비록 하위 길드라고는 하나, 행동대장 역할을 하던 강태훈 파티의 전멸은 길드의 무력 기반을 뿌리째 흔드는 사건이었다. 게다가 그들이 사라진 던전이 대형 길드 '태성'의 하청 구역이었다는 점 때문에, 블랙 드래곤 길드는 협회와 태성 양측으로부터 조사를 받는 처지가 되었다.

"제길! 강태훈 그 멍청한 새끼가 일을 어떻게 처리한 거야!"

블랙 드래곤 길드의 사무실 안.
길드장 임만수는 서류를 바닥으로 내팽개치며 분통을 터뜨렸다. 온몸에 문신을 새긴 험악한 인상의 사내로, 잔인하고 탐욕스럽기로 소문난 C급 각성자였다. 그는 헌터 일 외에도 사채업과 불법 게이트 밀수 사업을 벌이며 막대한 부를 축적하고 있었다.

"길드장님, 조사 결과 던전 안에서 블러드 울프 떼의 대규모 습격 흔적이 발견되었습니다. 강태훈 대장과 대원들은 괴물들에게 뜯겨 죽은 게 확실해 보입니다."

"그깟 잡몹들에게 당했다고? 강태훈이 아무리 멍청해도 C급인데 F급 늑대 떼에게 전멸해? 앞뒤가 안 맞잖아!"

임만수는 핏대를 세웠다.

"그리고 놈들이 던전 안에서 불법 블러드 스톤 광맥을 캐돌리려 했다는 첩보가 있었다. 그 광물들은 다 어디로 간 거지? 시체 주위에는 먼지 한 톨 안 남았다더군. 누군가 광맥을 털어갔거나, 강태훈의 뒤통수를 친 게 분명해."

그때, 구석에 서 있던 한 정보원이 조심스럽게 태블릿PC를 내밀었다.

"그 던전에 강태훈 대장이 개인적으로 고용해서 데려간 무능력자 짐꾼이 한 명 있었습니다. 이름은 한강우. 고등학생인데, 그 녀석만 던전 붕괴 직전에 홀로 살아 돌아왔다고 합니다. 지금은 병원에서 퇴원해 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

"무능력자 짐꾼? 각성자 새끼들도 다 뒤졌는데 일반인 꼬맹이가 혼자 살아 돌아왔다고?"

임만수의 눈이 가늘어졌다.

"게다가 최근 영등포 장물 시장에서 조칠성 사장이 블러드 스톤 상급 결정 세 개를 누군가에게 급히 매입했다는 정보가 들어왔습니다. 물건을 판 녀석의 인상착의가 한강우와 매우 흡사합니다."

퍼억!

임만수가 주먹으로 책상을 내리쳤다. 두꺼운 목재 책상이 쩍 갈라졌다.

"그 쥐새끼 같은 무능력자 놈이 감히 내 물건에 손을 대? 당장 그 새끼 잡아 와. 털끝 하나 상하지 않게 생포해라. 블러드 스톤의 행방과 광맥의 좌표를 전부 불게 만들어야 하니까."

"알겠습니다!"


같은 시각. 하교 시간의 고등학교 정문 앞.
강우는 가방을 멘 채 교문을 나섰다. 학교 친구들은 그를 여전히 '운 좋게 던전 사고에서 살아남은 불쌍한 흙수저 짐꾼'으로 보며 수근거렸지만, 강우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골목길로 접어든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은색 승합차 한 대가 강우의 옆에 급정거했다.
차 문이 거칠게 열리며 험악한 덩치 두 명이 강우를 가로막았다. 블랙 드래곤 길드 소속의 D급 헌터들이었다.

"어이, 한강우 학생 맞지? 우리 길드장님이 너랑 차 한잔하고 싶어 하신다. 순순히 타라."

일반적인 고등학생이라면 사시나무 떨듯 떨며 주저앉았을 터였다. 하지만 강우의 눈동자는 잔잔한 호수처럼 고요했다.
오히려 올 것이 왔다는 듯, 강우는 미미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안 그래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뭐?"

덩치들은 강우의 예상치 못한 태도에 당황했으나, 이내 강우의 양팔을 거칠게 붙잡아 승합차 뒷좌석으로 밀어 넣었다.
강우는 저항하는 척 손목에 차단용 수갑이 채워지는 것을 받아들였다.

그들이 강우를 데려간 곳은 서울 외곽에 위치한 폐건물 지하의 밀실이었다. 사채업을 하며 돈을 갚지 않는 채무자들을 끌고 와 고문하고 강제로 신체 포기 각서를 받아내는 악명 높은 블랙 드래곤의 고문실이었다.

철커덕.

강우는 쇠사슬로 연결된 고문 의자에 묶였다.
방 안의 전등이 켜지며, 임만수가 엽궐련을 피워 물며 어둠 속에서 걸어 나왔다. 그의 뒤에는 세 명의 행동대원들이 팔짱을 낀 채 강우를 매섭게 노려보고 있었다.

"반갑다, 꼬맹이. 내가 누군지는 대충 감이 오겠지?"

임만수가 강우의 얼굴에 매캐한 담배 연기를 내뿜었다.

"강태훈 헌터가 일하던 블랙 드래곤 길드의 임만수 길드장님이시군요."

"오호, 제법 뇌가 굴러가는 녀석이네.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지. 강태훈 일당이 던전에서 전멸하던 날, 그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지? 그리고 네가 조칠성이한테 판 블러드 스톤 결정들은 다 어디서 난 거냐?"

임만수가 테이블 위에 놓인 시뻘겋게 달아오른 쇠인두를 만지작거렸다.

"솔직하게 말하면 고통 없이 끝내주마. 광맥의 위치와 남은 광석이 어디 있는지 불어라. 무능력자 주제에 그런 노다지를 쥐고 있으면 뼈도 못 추리는 법이니까."

강우는 의자에 등을 기대며 임만수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그의 얼굴에는 공포나 긴장감 따위는 흔적조차 없었다. 오히려 조소를 머금은 눈빛이었다.

"임만수 길드장님. 당신은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군요."

"이 새끼가 진짜 죽고 싶나?"

부하 한 명이 강우의 뺨을 갈기려 손을 치켜들었다. 그러나 임만수가 손을 들어 제지했다. 소년의 태도가 지나치게 당당한 것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계속해 봐라. 무슨 수작을 부려둔 거지?"

강우는 묶인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낮게 속삭였다.

"당신들이 불법 게이트 사채업을 통해 뜯어낸 자금의 세탁 내역서, 지난 3년간 탈세한 비밀 장부, 그리고 강태훈을 시켜 저지른 불법 블러드 스톤 밀수 증거들까지. 그 파일들이 담긴 보안 드라이브의 링크를 내가 이곳에 잡혀 오기 정확히 10분 전, 대한민국 헌터 협회 감사국과 메이저 언론사 3사의 제보 메일로 자동 발송되도록 예약해 두었습니다."

"……뭐라?!"

임만수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발송 예정 시간은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5분 뒤입니다. 만약 내가 5분 이내에 내 스마트폰의 보안 해제 키를 입력해 발송 취소를 하지 않으면, 블랙 드래곤 길드의 모든 비리 자료가 세상에 공개되고 당신은 평생 감옥에서 썩게 될 겁니다. 물론 당신의 배후에 있는 대형 길드의 유력자들도 가만히 있지 않겠지요."

강우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그는 회귀 전 루프와 정보 상인들을 통해 블랙 드래곤 길드의 비리 장부 보관 위치와 비밀번호를 이미 파악하고 있었고, 어제 해킹을 통해 모든 자료를 확보해 예약 발송 시스템을 걸어 두었다.

철저한 설계.
무능력자라는 껍데기 아래 가려진 치밀한 복수의 덫이 임만수의 목을 서서히 조여가고 있었다.
"자, 이제 선택하시죠. 나를 고문해서 광맥을 캘 겁니까, 아니면 당장 나를 풀어주고 살려달라고 빌 겁니까?"

소년의 냉혹한 질문이 지하 밀실의 차가운 공기를 얼려버렸다.
임만수의 잎담배가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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