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하면 하루 전으로 회귀합니다

89화: 무한한 기계
신들의 무덤 3층으로 향하는 어두운 석조 계단을 내려간 연합군 앞에는, 기계 문명의 심장부를 연상케 하는 거대하고 기괴한 공간이 나타났다.
"……이게 다 뭐람?"
백현우가 난간 아래를 내려다보며 삐딱하게 눈썹을 찌푸렸다.
그들 발밑에는 지름만 수백 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강철 톱니바퀴들이 시계 태엽처럼 복잡하게 얽혀 끊임없이 돌아가고 있었고, 그 사이사이를 잇는 아슬아슬한 크롬 다리들이 공중에 실타래처럼 엉켜 있었다. 바닥이 보이지 않는 수천 미터 깊이의 허공, 그곳이 바로 3층 '무한한 기계' 구역이었다.
더욱 기괴한 것은 공간의 물리 법칙이었다. 특정 구역에 발을 들이밀면 중력이 옆으로 작용해 몸이 벽면으로 강하게 쏠렸고, 다른 구역에서는 중력이 역전되어 공중으로 둥둥 떠오르는 등 불규칙한 이상 중력장이 요동치고 있었다.
스스스스――.
공중에 매달린 톱니바퀴들의 마찰 소리가 지하 유적 전체를 울리는 가운데, 3층의 수호 장치인 '중력의 태엽 파수꾼'이 숲의 깊은 곳이 아닌, 기계 장치 한가운데에서 일어섰다.
반인반마(Centaur) 형상의 거대한 황동 기계 거수는, 등 뒤에 톱니바퀴 모양의 거대한 태엽 장치들을 단 채 날카로운 금속음을 내며 허공을 뛰어다녔다. 파수꾼이 촉수 기어를 흔들 때마다, 헌터들이 디디고 서 있던 다리의 중력 방향이 무작위로 뒤틀려갔다.
"으악! 몸이…… 공중으로 날아간다!"
독일의 S급 강장 헌터 디터가 발을 헛디뎌 중력이 사라진 허공으로 두둥실 떠올랐다. 그 순간 파수꾼이 기어를 조작해 디터가 있는 구역의 중력을 순식간에 백 배로 증폭시켰다.
슝――!
"끄아아악!"
디터는 끔찍한 하강 가속도에 휩쓸려 바닥이 보이지 않는 시커먼 기계 톱니바퀴 틈새로 비명을 지르며 떨어져 내렸다. 낙사는 곧 죽음이자, S급이라 할지라도 갈려 나가는 끔찍한 최후였다.
- 디터 씨, 도끼를 던져 가속도를 상쇄하지 마시고, 제 신호에 맞춰 정면 3미터 아래에 천천히 돌아가는 검은 톱니바퀴의 모서리를 발로 디디십시오!
그 절체절명의 순간, 강우의 차갑고 정확한 목소리가 디터의 뇌리를 강타했다.
강우에게 이 3층은 수많은 루프 속에서 헌터들이 낙하 가속도에 뼈가 으스러져 사체로 변했던 지옥의 기록 보관소였다. 강우의 머릿속에는 3층 공간 전체의 보이지 않는 중력 노드 분배 지도가 완벽한 삼차원 수식으로 연산되고 있었다.
- 그 검은 톱니바퀴의 바로 윗 공간은 위로 솟구쳐 오르는 역중력(Anti-Gravity) 풍이 부는 매듭지입니다! 3. 2. 1…… 지금 밟으십시오!
"끄응…… 차라리 섀도우 널 믿겠다!"
디터는 떨어지는 와중에도 강우의 카운트다운에 맞춰 몸을 웅크렸고, 아래쪽 검은 톱니바퀴의 황동 모서리를 정확하게 발끝으로 디뎠다.
슝――!
그 순간, 거짓말처럼 중력이 역전되며 디터의 거구가 허공으로 높이 솟구쳐 올랐다. 상승풍을 타고 날아오른 디터는 백현우가 서 있던 크롬 다리 위에 안전하게 털썩 착지했다.
"하하하! 살았어! 섀도우, 당신은 진짜 악마로군! 보이지 않는 기류를 어떻게 이토록 정확히 안단 말이냐!"
디터가 거친 숨을 내쉬며 도끼를 고쳐 쥐었다.
- 다른 분들도 제 가이드라인을 절대 벗어나지 마십시오. 빨간색으로 깜빡이는 톱니바퀴는 절대 디디면 안 되는 고중력 지대입니다. 초록색으로 표시되는 동선만 밟고 파수꾼을 향해 격돌하십시오.
강우는 전원의 단안경과 섀도우 넷을 통해, 시시각각 돌아가는 기계 장치 위로 안전한 초록색 '중력 가이드 라인'을 실시간으로 그어 보냈다.
헌터들은 마치 보이지 않는 내비게이션의 지시를 따르듯, 회전하는 톱니바퀴들을 가볍게 징검다리 밟듯 전진하여 파수꾼의 턱밑까지 다다랐다.
- 유지원 씨. 파수꾼 목덜미 아래의 세 번째 구동 기어 틈새에 서릿발 쐐기를 박아 회전을 강제 정지시키십시오.
"알겠어요! '서리 장막의 못(Frost Spike)'!"
유지원의 손끝에서 발사된 날카롭고 단단한 세 줄기의 얼음 못들이 고속 회전하던 파수꾼 목덜미의 구동 기어 사이에 정확히 박혔다.
콰지직――!
얼음 쐐기가 박히자 기어가 요란한 쇳소리를 내며 불꽃을 튀겼고, 이내 파수꾼의 전신 중력 제어 코어가 백퍼센트 가동을 멈추고 굳어버렸다.
- 백현우 씨, 파수꾼의 동체 중앙 연결부를 수평으로 가르십시오.
"하! 기다렸다!"
백현우가 공중으로 날아오르며 대검을 가로로 길게 휘둘렀다.
스으으윽――.
공간 자체가 절단되는 소리 없는 백색 일섬이 굳어버린 황동 파수꾼의 허리를 통과했다.
쿠구구구구――!
거대한 황동 파수꾼은 허리가 깨끗하게 반으로 갈라져 대지와 함께 폭발을 일으키며 톱니바퀴 아래의 깊은 구렁텅이로 떨어져 내렸다.
파수꾼이 소멸하자 공간의 모든 중력 이상 현상이 멈추고 정상적인 물리 중력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들 발밑에 멈춰 선 초거대 톱니바퀴가 요란한 기계음을 내며 위로 서서히 솟구쳐 오르더니, 이내 4층으로 진입하는 평평하고 넓은 강철 다리를 완성했다.
- 3층 공략 완료되었습니다. 즉시 4층 진격로로 진입하십시오. 4층은 차원 균열과 암흑 오염이 가장 짙은 심연의 최종 방어선입니다. 최종 결전을 앞둔 최악의 사투가 될 터이니 전원 최고의 전투 준비를 기동하십시오.
무사고로 3층까지 완파해 낸 기적에, 세계 최강의 헌터들은 이제 섀도우를 자신들의 신뢰 수준을 넘어 절대적인 주신(Lord)으로 모시듯 일사분란하게 4층의 최종 방어선 입구를 향해 강진해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