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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하면 하루 전으로 회귀합니다81화

사망하면 하루 전으로 회귀합니다

사망하면 하루 전으로 회귀합니다 겉표지

81화: 세계의 화약고

서울 북부 전선의 완벽한 대승은 전 세계를 경악시켰다.

GHA 본부의 작전대로라면 대한민국은 씻을 수 없는 참혹한 인명 피해와 영토 상실을 겪었어야 마땅했다. 하지만 사망자 수 0명, 부상자 최소화라는 신화적인 교전 보고서가 제출되자, GHA 최고 사령부는 극도의 충격과 패닉에 빠졌다.

지휘권을 위임받았던 감시관 헬레나 폰 브라운은 본부로부터 '기적적인 단독 지휘 성공'이라는 어색한 상찬을 받았지만, 그녀 본인은 잘 알고 있었다. 이 승리는 자신의 지휘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신을 꼭두각시처럼 흔들었던 무마력자 '섀도우'의 머릿속에서 나온 완벽한 설계의 결과물일 뿐이었다.

"섀도우…… 그는 인간이 아니라 신의 주사위를 쥐고 흔드는 존재군."

헬레나는 이제 섀도우가 전송하는 비공식 명령 패킷을 일말의 의구심도 없이 가장 최우선으로 수용하여 군대를 움직이고 있었다.


대격변 하루 전(D-1). 마침내 본격적인 파멸의 서곡이 울려 퍼졌다.

구부구구구――!

지구 전체의 하늘이 붉은색 노을로 물들었다. 단순한 자연현상이 아닌, 대기 중에 가득 차오른 고농도의 심연 마동 에너지가 빚어낸 이형의 오로라였다. 아시아, 아메리카, 유럽 등 대륙을 가리지 않고 100여 개가 넘는 대형 게이트들이 일제히 요동치며 붕괴의 전조를 시작했다.

전 세계의 헌터들은 GHA 본부 작전사령부의 어리석은 배치 지시를 거부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단말기에는 이미 섀도우가 구축한 비공식 연합 통신망 '섀도우 넷(Shadow-Net)'을 통해 전송된 실시간 전술 예보가 떠 있었기 때문이었다.

각국의 중소 길드원들과 독립 헌터들은 섀도우가 점찍어준 지형지물에 정밀하게 매복하여 몰려나오는 몬스터 웨이브를 차례대로 격퇴해 나갔다. 전 세계 방어선이 섀도우의 보이지 않는 지휘 아래 기적처럼 버텨내며 인류 문명의 붕괴를 막아서고 있었다.

어둠 속의 설계자가 전 세계의 체스판을 완벽하게 통제하고 있는 형국이었다.


그러나 GHA 본부의 타락한 최고 권력자들은 자신들이 지켜온 권위와 밥줄이 일개 익명의 정보원에게 완전히 빼앗기는 꼴을 눈뜨고 보려 하지 않았다.

"섀도우 넷의 무전망을 즉시 차단해라! 전 세계의 헌터들이 본부의 통제를 벗어나 저 정체불명의 선동가에게 휘둘리는 꼴을 용납할 수 없다!"

GHA 미국 본부 최고 사령관 '조나단 벨몬트'가 격노하며 소리쳤다.

"하지만 사령관님! 지금 전 세계 방어선이 섀도우 넷의 실시간 지침 덕분에 유지되고 있습니다! 통신을 끊는다면 현장의 헌터들이 고립되어 방어선이 붕괴할 겁니다!"

보좌관의 만류에도 조나단 벨몬트 사령관은 눈을 뒤집었다.

"그딴 변방의 헌터들과 무능력자 몇백만 명이 죽든 말든 무슨 상관인가! GHA의 통제권이 사라지면 우리는 더 이상 이 세계의 주인이 아니다! 즉시 '마동 펄스(Mana Pulse) 전파 교란 장치'를 작동시켜라! 위성 통신망을 강제로 오염시켜서라도 섀도우 넷을 지워버려!"

"……예, 알겠습니다."

결국 본부의 미친 탐욕은 작동 버튼을 누르고 말았다.

삐이이이――!

태평양 상공에 떠 있던 GHA 소유의 마동 군사 위성들이 강렬한 고주파 마동 펄스를 지구 전역으로 쏘아 보냈다. 전자기장뿐만 아니라 마력의 순환 자체를 엉망으로 엉키게 만드는 최악의 무차별 통신 교란 폭풍이었다.

순식간에 전 세계 헌터들의 단말기에 켜져 있던 섀도우 넷 무전 앱이 먹통으로 변했다.

"어? 무전이 안 들려!"

"섀도우 님의 전술 지시가 끊어졌습니다! 몬스터들이 몰려오는데 어디로 가야 하죠?!"

방어선을 유지하고 있던 각국의 헌터들이 갈팡질팡하기 시작했고, 그 틈을 탄 마물들이 진형을 부수고 침투하기 시작하며 사방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본부의 권력 유지를 위한 발악이 전 세계 헌터들을 사지로 몰아넣는 최악의 위기가 발생한 것이었다.


마포의 비밀 거점.

강우의 책상 위에 올려진 수십 대의 모니터 화면들이 지지직거리는 노이즈와 함께 일제히 검은색 경고 화면으로 바뀌어 갔다. 전 세계 마동 주파수 분석 지도가 먹통이 되며 섀도우 넷의 접속자 수가 0으로 수렴했다.

"……통신망이 완벽히 마비되었네요."

유지원이 하얗게 질린 안색으로 모니터를 확인했다.

"GHA 본부 녀석들이 기어이 일을 저질렀군요.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전 세계 헌터들의 눈과 귀를 강제로 멀게 만들다니…… 인간의 탈을 쓰고 어찌 이런 미친 짓을……."

"통제권을 잃은 헌터들이 전방위로 학살당하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노원 방어선도 다시 몬스터들의 기세가 살아나고 있어요."

유지원의 리포트에 백현우가 대검을 바닥에 쓸며 일어섰다.

"더러운 본부 녀석들. 내가 가서 그 위성 통신 중계국을 대검으로 박살 내고 오랴?"

"아닙니다, 백현우 씨. 중계국은 미국 본토의 극비 구역에 있습니다. 물리적인 이동으로는 시간이 너무 늦습니다."

강우의 눈동자가 깊고 싸늘하게 얼어붙었다.

GHA 본부의 추악한 발악은 이미 이전 루프들에서도 한두 번 겪었던 시나리오였다. 다만 이번 루프에서는 최종 쐐기가 파괴되면서 발생한 마력 그리드의 이상 반응 덕분에, GHA의 교란 위성을 역으로 무력화할 수 있는 '새로운 인과의 틈새'가 존재했다.

강우는 키보드로 손을 뻗어, 태성 길드의 연구소 서버에 백업해 두었던 특수한 인과 왜곡 소스 코드를 불러왔다.

"그들이 위성으로 마동 펄스를 쏜다면, 우리는 그 펄스의 역류 주파수를 이용해 그들의 위성 제어 장치 자체를 과부하로 태워버릴 겁니다. 그리고 끊어진 섀도우 넷을 대신할 '임시 인과 통신 회선'을 강제로 개방할 겁니다."

"임시 회선이라고요? 마력 교란 속에서 어떻게 통신을 복구하죠?"

유지원이 묻자, 강우는 자신의 단검 끝을 남은 모니터의 유일한 활성 주파수 노드에 꽂아 넣었다.

"우리가 지난번 태평양에서 파괴했던 최종 쐐기의 잔류 마동 주파수. 바다 깊은 곳에 가라앉은 그 심연의 주파수는 GHA의 마동 펄스에 영향을 받지 않는 독자적 차원의 흔적입니다. 이 주파수를 임시 브릿지(Bridge)로 삼아 전 세계의 단말기를 다이렉트로 연결합니다."

강우는 엔터키를 세차게 내리쳤다.

"보이지 않는 설계자의 통신망은, 그 누구도 끊을 수 없습니다."

화면 가득 검은 노이즈가 걷히며, 전 세계 마동 지도가 눈부신 은빛 광막과 함께 다시금 선명하게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섀도우의 거대한 인과율 역공이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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