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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하면 하루 전으로 회귀합니다77화

사망하면 하루 전으로 회귀합니다

사망하면 하루 전으로 회귀합니다 겉표지

77화: 인과의 체스판

대격변의 카운트다운은 가차 없이 흘러가고 있었다. 남은 시간은 단 4일.

지구 전역의 마동 그리드는 이미 한계를 넘어서 요동치고 있었고, 세계 주요 도시의 상공에는 보라색과 핏빛이 섞인 기괴한 오로라가 일렁이기 시작했다. 대중들은 20년 전 인류의 절반을 쓸어버렸던 그 비극이 재현될 것이라는 공포에 휩싸여 식료품을 사재기하고 대피소로 몰려들었다.

이 미증유의 사태 속에서 글로벌 헌터 연합(GHA) 본부는 마침내 자신들의 무소불위 권한인 '통합 방어 지휘권'을 공식 발동했다.

그들의 첫 번째 조치는 대한민국 서울에 GHA 본부 직속의 S급 감시관 '헬레나 폰 브라운'과 본부 작전대 50명을 임시 주둔 군대로 급파하는 것이었다. 아서 맥클레인이 물러난 자리를 메우기 위해 온 헬레나는 냉혹하고 계산적인 여제(Empress)라 불리는 세계 정상급의 무장형 S급 각성자였다.


서울 마포의 비밀 거점.

모니터 화면에는 GHA 본부 작전사령부에서 각국 지부와 대형 길드에 하달한 1차 전술 배치 기밀문서가 복사되어 떠 있었다. 강우가 GHA 본부의 위성 통신 패킷을 해킹해 가로챈 문서였다.

"이게 저들이 짠 인류 통합 방어 전술이라는 건가요?"

유지원이 모니터의 전술 동선을 짚으며 황당함을 넘어 분노 섞인 음성으로 물었다.

"예. 한 마디로 요약하면 '선택과 집중'을 가장한 '폐기'입니다."

강우의 단안경 화면에는 GHA의 전술 배치가 가진 모순점들이 붉은색 수식으로 채워지고 있었다.

"GHA 본부는 미국 본토의 뉴욕, 영국의 런던, 프랑스의 파리 같은 강대국 주요 대도시의 게이트 방어구역에 전 세계 S급 헌터의 80%를 집중 배치했습니다. 그리고 대한민국을 포함한 중소국가의 방어선은 사실상 방치했죠. 특히 한국은 동양의 작은 반도에 불과하다며, 붕괴하는 게이트들의 충격파를 흡수하는 '인과율의 쿠션(Cushion)'…… 즉 미끼 구역으로 사용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미끼라니……! 그럼 우리보고 아무런 지원도 없이 쏟아지는 몬스터 군단을 몸빵으로 막다가 죽으라는 소리인가요?!"

백현우가 대검 손잡이를 거칠게 쥐며 으르렁거렸다.

"GHA 녀석들의 썩어빠진 계산기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군. 강대국의 기득권들을 살리기 위해 변방의 목숨들을 체스판의 졸(Pawn)처럼 희생시키겠다는 거잖아."

"공식 지휘권은 저들에게 있으니, 반발하는 길드나 헌터는 즉시 'GHA 공식 제명 및 마석 거래 정지'라는 극단적인 제재를 가해 목줄을 쥐고 흔들 겁니다."

강우는 모니터 화면을 꺼버렸다. 그의 눈빛은 절대적인 평정심을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저들의 계획은 크게 어긋날 겁니다. 그들이 예측하는 게이트 붕괴 시점과 몬스터 유형은 20년 전 대격변의 구형 통계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엉터리 시뮬레이션에 불과하니까요. 실제로 4일 뒤 전개될 대격변의 인과 경로는 완전히 뒤틀려 있습니다."

강우가 책상 위의 태블릿을 들어 유지원에게 건넸다.

태블릿 화면에는 4일 뒤부터 시작될 전 세계 수백 개 게이트의 정확한 브레이크 시간, 몬스터의 등장 속성, 그리고 그에 대응하기 위한 완벽한 전술 지침서가 일목요연하게 작성되어 있었다.

이것은 강우가 이전 무수한 루프를 통해 직접 보고 겪으며, 헌터들의 죽음을 이정표 삼아 피로 기록해 둔 '절대 예언 기밀문서'였다.

"지원 씨. 이 기밀문서를 전 세계 헌터 커뮤니티 '헌터넷(HunterNet)'과 중소형 길드 연합 포럼에 섀도우의 이름으로 즉시 폭로해 주십시오. 익명 라우터를 백만 개 이상 거치게 하여 GHA가 추적조차 불가능하게 말입니다."

유지원의 눈이 동그래졌다.

"섀도우의 이름으로요? 하지만 GHA는 이 예언서를 가짜 선동 정보라고 폄하하며 삭제하려 들 텐데요?"

"처음에는 그렇겠지요. 하지만 곧 진실이 밝혀질 겁니다. 당장 내일 오전 10시, 대격변의 첫 번째 전조로 인천 앞바다의 B급 해상 게이트 '심연의 어금니'가 붕괴할 예정입니다."

강우가 인천 지도를 가리켰다.

"GHA의 헬레나 감시관은 규율에 따라 그곳에 C급 이하의 경비 길드들만 배치하고, 태성 길드의 정예 병력은 서울 강남의 대기조로 묶어둘 겁니다. 하지만 내일 오전 10시 5분, 그 해상 게이트에서는 일반적인 수중 마물이 아닌 극독 속성을 지닌 S급 아종 마물 '하이드라의 유충'이 튀어나오게 되어 있습니다."

강우의 단호한 목소리가 사무실에 울렸다.

"GHA의 명령을 따른 헌터들은 내일 오전 독액에 휩쓸려 몰살당할 위기에 처할 겁니다. 하지만 제 예언서를 믿고 미리 극독 방어 장비와 빙결 결계를 구축한 중소 길드원들은 기적처럼 상처 하나 없이 방어에 성공할 겁니다. 그 한 번의 기적으로, 전 세계 헌터들은 섀도우가 가진 정보의 '절대적 권위'를 신뢰하게 될 겁니다."


다음 날 오전 9시 50분, 인천 해안 방어선.

GHA 본부의 지시에 따라 배치된 C급 '인천 수호 길드'와 중소 헌터 30여 명은 불안한 표정으로 붉게 충전되고 있는 해상 게이트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봐, 정말 괜찮은 건가? GHA 녀석들은 겨우 B급 수중 몬스터들이 나온다고 정찰 장비도 안 대줬잖아."

"어제 헌터넷에 올라온 그 '섀도우의 예언 기밀문서' 봤어? 내일 인천에서 S급 아종 독성 마물이 나온다고, 당장 극독 저항 포션과 화염 계열 정화 마법사들을 배치하라고 쓰여 있더라고."

"에이, 섀도우가 아무리 예언자라 해도 GHA의 슈퍼컴퓨터 연산보다 정확하겠어? GHA 감시관님이 가만히 대기하라고 했으니 그냥 대기해."

하지만 몇몇 헌터들은 불안감을 이기지 못하고, 섀도우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태성 길드에서 몰래 공수받은 해독 상비약과 화염 방어벽 주문서를 손에 꼭 쥐고 진형을 넓게 구축해 두었다.

오전 10시 정각.

쿠구구구구――!

바다가 비명을 지르며 찢어졌고, 붉게 타오르던 게이트에서 마침내 거대한 괴수가 머리를 들이밀었다.

그것은 여덟 개의 머리를 지닌 흉물스러운 괴수, 섀도우가 예언한 S급 아종 마물 '하이드라의 유충'이었다.

"끄아아악! S급 마물이다! 왜 B급 게이트에서 이런 괴물이 나오는 거야?!"

"독액이다! 피해라!"

하이드라가 뿜어낸 시커먼 위산 독액 폭풍이 해안가 방어선을 덮쳤다. GHA의 어리석은 밀집 대형 지시를 따랐던 헌터들은 독액 세례에 차단막이 녹아내리며 비명을 질렀고, 순식간에 아비규환의 지옥도가 연출되었다.

그 순간, 섀도우의 예언서를 따랐던 중소 헌터들이 소리쳤다.

"예언이 맞았어! 당장 해독 포션을 들이켜고 화염 방어벽 주문을 찢어라! 몬스터의 약점은 세 번째 머리 아래의 심장 부근이다! 화염 마법사들은 그곳을 집중 타격해라!"

화르르륵――!

하늘을 뒤덮은 거대한 화염 장벽이 하이드라의 독액 폭풍을 상쇄시켰고, 헌터들의 집중 화염 포격이 괴수의 세 번째 머리 아래를 정확히 꿰뚫었다.

캬아아악――!

S급 괴수가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르며 해안가로 쓰러졌고, 그 기회를 놓치지 않은 헌터들의 총공격에 단 10분 만에 토벌이 완료되었다. GHA 본부의 배치대로라면 꼼짝없이 몰살당했을 전장에서, 섀도우의 지침을 따른 덕분에 기적적인 무사고 완승이 거두어진 순간이었다.

이 놀라운 기적의 교전 영상은 실시간으로 촬영되어 전 세계 헌터넷의 메인 페이지를 장식했다.

전 세계 헌터들의 눈길이 일제히 GHA 본부의 거만한 지휘관들로부터, 어둠 속의 설계자 '섀도우'의 인과의 체스판 위로 급속도로 쏠리기 시작했다. GHA 본부의 지휘 체계가 밑바닥에서부터 흔들리는, 거대한 권력 쟁탈의 서막이 화려하게 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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