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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하면 하루 전으로 회귀합니다76화

사망하면 하루 전으로 회귀합니다

사망하면 하루 전으로 회귀합니다 겉표지

76화: 재앙의 불씨

"3, 2, 1…… 지금입니다!"

강우의 단호한 카운트다운이 통신기를 타고 울려 퍼지는 순간, 백현우와 유지원이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마력을 뿜어냈다.

백현우의 대검이 공간을 찢어 발기며 거대한 백색의 반월형 참격을 날려 동쪽과 서쪽의 마동 파이프라인을 단숨에 베어 넘겼고, 동시에 유지원은 남쪽과 북쪽의 파이프라인에 미리 심어두었던 빙결 지연 마법을 활성화해 폭발시켰다.

콰콰콰콰콰――!

네 개의 동력선이 오차 범위 0.1초 내에 완벽하게 박살 나며 역류하는 스파크를 일으켰다. 최종 쐐기를 굳건히 지키고 있던 절대 무적의 반투명 방어벽이 유리창이 깨지듯 와장창 박산 나며 공중으로 흩어졌다.

"이, 이럴 수가…… 내 완벽한 방어벽이……!"

대제사장 크로노스가 경악을 금치 못하며 비명을 질렀다.

"끝이다, 광신도 영감 탱이!"

방어벽이 사라지자마자, 백현우는 공중에서 낙하하며 대검을 두 손으로 쥐고 쐐기의 정중앙을 세로로 길게 갈라 내렸다. S급 공간 절단의 극한이 검신에 깃들어 찬란한 광풍을 일으켰다.

콰아아앙――!

최종 게이트웨이 쐐기는 굉음과 함께 반으로 쪼개졌고, 그 틈새로 피어오르던 붉은 아지랑이가 급격하게 사그라졌다.

하지만 크로노스는 절망 속에서도 미친 듯한 웃음을 터뜨렸다. 그의 전신이 핏빛 불꽃으로 타오르기 시작했다. 자신의 영혼과 생명력을 쐐기에 강제로 융합시키는 피의 종막 의식이었다.

"하하하! 쐐기는 파괴되었으나 이미 모인 에너지는 멈추지 않는다! 심연의 톱니바퀴는 이미 굴러가기 시작했다! 대격변의 날의 재림은 그 누구도 막을 수 없으리라!"

크로노스의 육체가 쐐기의 잔해 속으로 빨려 들어가며 거대한 검붉은 마력 역류 폭발을 일으켰다.

콰구구구구――!

해저 공동 던전의 천장이 격렬하게 무너져 내리며 거대한 수막 차단벽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5,000미터 아래의 수압을 버티던 결계가 깨지자, 천장 틈새로 엄청난 양의 바닷물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철수합니다! 서둘러 잠수정으로 복귀하십시오!"

강우는 유지원의 팔을 잡아채며 반파된 잠수정을 향해 달렸다. 백현우 역시 대검을 짊어지고 가쁜 숨을 몰아쉬며 따라붙었다. 세 사람이 잠수정에 탑승하고 해치가 닫히자마자, 소용돌이 게이트는 붕괴하는 에너지 폭풍과 밀려드는 바닷물에 휩싸여 완전히 폭발했다.

블루 아크 잠수정은 해저 대폭발의 충격파에 휩쓸려 허공으로 튕겨 나갔으나, 강우가 미세한 충격 흡수 루트를 정밀 지시한 덕분에 간신히 완파를 면하고 심연의 해구를 탈출해 해상으로 급부상하는 데 성공했다.


태평양 해저 작전으로부터 12시간 뒤, 대한민국 서울 마포의 비밀 거점.

사무실의 공기는 이전에 가평이나 서대문 작전을 끝냈을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무겁고 엄숙하게 내려앉아 있었다. 모니터 화면에는 전 세계의 뉴스 속보가 도배되고 있었다.

[속보: 전 세계 A급 및 B급 게이트 120여 개 일시적 동기화 현상 발생]
[GHA 본부, 전 세계 1급 비상사태 선포 및 연합 지휘권 발동]
[전문가들 '20년 전의 대격변 사태가 재림하는 것 아니냐' 우려와 패닉 확산]

화면 속의 세계 지도는 이제 아시아뿐만 아니라 전 세계 대륙 곳곳의 게이트 좌표들이 붉은색 경고등으로 깜빡이고 있었다. 비록 해저의 최종 쐐기는 파괴했지만, 그 폭발 에너지의 파동이 전 세계의 마력 그리드를 건드려 잠자고 있던 게이트들을 강제로 자극하여 깨워버린 결과였다.

"결국…… 쐐기를 부쉈음에도 대격변의 날이 시작되어 버린 건가요?"

유지원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예. 쐐기 파괴의 충격파가 도화선이 되었습니다. 이제 전 세계의 게이트들이 동시에 열리는 미증유의 대격변은 기정사실이 되었습니다. 남은 시간은 단 5일입니다."

강우의 목소리는 차갑고 단호했다.

"5일 뒤, 전 세계의 수백 개 게이트가 동시에 무너져 내리며 대격변의 날이 재림할 겁니다."

"쳇…… 결국 사냥개를 더 거칠게 굴려야 하는 판이 깔렸군."

백현우가 이마의 상처를 만지작거리며 삐딱하게 실소했다.

"하지만 강우, 전 세계의 게이트가 일제히 열린다면 대한민국 감사국이나 일개 길드 수준의 무력으로는 도저히 방어선을 유지할 수 없다. GHA 본부 녀석들이 전 세계 헌터 지휘권을 흡수해 통합 방어망을 짠다는데, 저들의 말을 들어야 하는 것 아닌가?"

백현우의 현실적인 지적에 강우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GHA 본부의 지휘부는 이미 부패해 있으며, 심연의 눈 세력과 깊은 밀약을 맺은 고위 관료들이 포진해 있습니다. 저들이 헌터 지휘권을 독점하면 전 세계의 핵심 무력들을 방치해 파멸을 방조할 겁니다. 특히 대한민국은 방어선에서 가장 먼저 버림받는 사지가 되겠죠."

강우가 책상을 내리치며 단안경을 매섭게 고쳐 썼다.

"우리가 살기 위해서는, 그리고 인류의 멸망을 막기 위해서는 우리가 직접 헌터 연합의 비공식적인 전술 지휘권을 빼앗아 와야 합니다."

"빼앗아 오다니요? GHA의 지휘권을 일개 정보원인 섀도우가 어떻게……."

유지원의 질문에 강우는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그들의 공식 지휘 체계를 해킹하고, 다가올 5일 동안의 모든 게이트 붕괴 경로를 '정확한 예언'으로 맞춰 세간의 신뢰를 섀도우 쪽으로 강제 귀속시키는 겁니다. GHA 본부의 지휘관들이 엉터리 명령을 내릴 때마다, 섀도우의 정밀한 전술 지시가 헌터들의 목숨을 구하게 만들면…… 현장의 헌터들은 GHA 본부가 아닌 섀도우의 명령에 복종하게 될 겁니다."

강우의 눈동자 속에는 전 세계 헌터들을 체스판 위의 말들처럼 지배하려는 절대 지휘관으로서의 광오한 설계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보이지 않는 황제가 체스판을 완전히 지배할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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