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하면 하루 전으로 회귀합니다

73화: 얼어붙은 분노
"기습입니다! 공격 개시!"
강우의 단호한 선언과 동시에, 유지원의 손끝에서 찬란하게 빛나는 거대한 얼음 창들이 허공을 갈랐다.
피유웅――!
날카로운 파공음과 함께 날아간 얼음 창들은 쐐기를 지키고 있던 사제들의 가슴에 정확히 꽂혔다. 선두에 서 있던 광신도 세 명이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쓰러지자, 원형 광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침입자다! 경비를 가동하라!"
"글루톤들을 풀어라! 침입자들의 피로 제단을 물들여라!"
천장에 매달려 있던 중형 마물 글루톤 세 마리가 요란한 괴성과 함께 바닥으로 떨어졌다. 돼지처럼 비대하고 흉물스러운 육체에 붉은 점막이 덮인 괴수들은 입을 쩍 벌리며 사방으로 끈적하고 연녹색의 독성 액체를 내뿜기 시작했다.
글루톤이 뿜어내는 액체는 강력한 산성 마력이 섞여 있어, 닿는 모든 물리적 장비와 헌터들의 마력 차단막을 순식간에 녹여버리는 무서운 맹독이었다.
"물러서지 마십시오!"
강우의 눈동자가 차갑게 깜빡였다.
"첫 번째 글루톤은 3초 뒤 10시 방향으로 독액을 사출합니다! 대원 두 분은 즉시 우측 11시 방향으로 3보 회피한 뒤 얼음창을 눈가에 쏘십시오! 유지원 씨는 2시 방향의 두 번째 글루톤이 도약하는 타이밍에 맞춰 바닥을 빙결시켜 활주를 방해하십시오!"
강우의 지시는 0.1초의 오차도 없이 정확했다.
대원들은 이미 가평에서의 활약과 침투 과정에서 강우에 대한 신뢰가 극에 달해 있었다. 의구심 없이 강우의 지시대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치이이익――!
대원들이 피한 자리에 글루톤의 강산성 액체가 떨어지며 돌바닥을 녹여내려 갔지만, 대원들은 털 끝 하나 다치지 않았다. 오히려 미끄러운 빙판길에 균형을 잃고 넘어진 글루톤들의 미간과 목덜미에 대원들의 얼음창들이 무수히 꽂히며 치명상을 입혔다.
캬아아악――!
글루톤들이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르며 요동치자, 유지원이 공중으로 가볍게 도약했다.
"하늘을 얼리는 서리여…… 대지위에 강림하라! '절대 동결(Absolute Absolute Frozen)'!"
유지원의 두 손에서 뿜어져 나온 백색의 냉기가 폭풍처럼 불어닥쳤다. 그 살인적인 저온은 산성 독액마저도 허공에서 고체 얼음 덩어리로 만들어 뚝뚝 떨어뜨렸고, 글루톤 세 마리의 거대한 육체를 단숨에 투명한 얼음 조각상으로 박제해 버렸다.
"괴물들은 처리했습니다! 사제들의 결계를 부수세요!"
기동대원들이 일제히 마법 지팡이를 뻗어 빙결 화살(Ice Arrow) 폭풍을 전개했다.
광신도 사제들은 급히 쐐기의 마력을 빌려 붉은색의 마동 보호막을 쳤지만, 강우가 그 보호막의 진동 주파수가 깨지는 약점 타이밍을 매초 단위로 읊어주었다.
"지금입니다! 우측 상단 45도 방향의 매듭점을 동시에 타격하십시오!"
콰아아앙!
대원들의 빙결 마법이 강우가 지목한 한 점에 집중되자, 난공불락처럼 보였던 사제들의 붉은 결계가 단숨에 깨져나가며 파편화되었다.
"이, 이럴 수가…… 무마력자 놈이 어찌 우리 결계의 파동 구조를 안단 말이냐! 저 악마 같은 녀석을 죽여라!"
광신도 우두머리 사제 '말락'이 광기에 찬 얼굴로 강우를 향해 단검을 겨눴지만, 그의 몸은 이미 유지원의 냉기에 얼어붙어 발 한 걸음조차 움직일 수 없었다.
위기를 느낀 말락은 남은 한 손으로 제단 구석에 숨겨진 붉은색 해골 보석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위대한 심연의 군주여! 이 몸을 제물로 삼아 허브 쐐기의 인과 코어를 강제로 폭발시키겠나이다! 벌레들과 함께 파멸하리라!"
바작――!
해골 보석이 깨짐과 동시에, 중앙에 솟아오른 거대한 푸른색 '서울 허브 쐐기'가 격렬하게 요동치며 붉은빛으로 타오르기 시작했다. 쐐기 내부에 축적되어 있던 엄청난 양의 심연 마력이 폭발적인 열기가 되어 주변의 공기를 끓어오르게 만들었다.
삐비비비비――!
강우의 단말기에서 비명 지르듯 경보음이 울렸다.
[위험: 서울 허브 쐐기 인과 코어 강제 폭발 시퀀스 활성화. 남은 시간 30초. 폭발 반경: 서울 서대문구 및 마포구 전역. 예상 사망자 수: 150만 명.]
"미친놈들이…… 결국 자폭을 선택했군."
기동대원들은 사색이 되어 발을 동동 굴렀다. 30초 내에 이 거대한 돌기둥을 파괴하고 도망치는 것은 불가능했다. 도망친다 해도 폭발 반경이 너무 넓어 살아남을 수 없었다.
유지원이 급히 쐐기 앞으로 달려가 두 손을 얹었다.
"내가…… 내가 막아보겠어요! 제 모든 마력을 짜내서라도 이 돌덩이를 통째로 얼려서 마력 흐름을 정지시키겠어요!"
그녀의 온몸에서 퍼런 마력 광막이 뿜어져 나왔고, 쐐기의 하단부부터 은백색의 얼음이 빠르게 뒤덮어갔다. 그러나 쐐기 코어에서 뿜어져 나오는 붉은 파동의 열기는 너무나 압도적이었다. 얼음이 덮이는 족족 녹아내리며 뜨거운 수증기가 자욱하게 피어올랐다.
"마력이 부족해……! 이 코어의 열기를 얼음으로 감당할 수가 없어요……!"
유지원의 이마에 식은땀이 흐르고, 마력 고갈로 인해 입술이 하얗게 질려갔다.
남은 시간 15초.
강우는 가만히 눈을 감았다.
그의 뇌세포들은 폭발적으로 작동하기 시작했다. 이전 루프에서 그가 겪었던 '서울 대폭발'의 참상과, 그때 감사국의 분석관들이 남겼던 연구 기록들, 그리고 지금 눈앞에서 꿈틀거리는 쐐기 표면의 에너지 동조선 흐름이 삼차원 그래픽처럼 머릿속에서 오차 없이 결합해 갔다.
'답은 얼리는 것이 아니다. 흐름을 차단하는 것이다.'
강우가 눈을 떴다. 그의 눈빛은 절대적인 영도(Zero)처럼 가라앉아 있었다.
"유지원 씨! 얼리는 면적을 넓히지 마십시오! 마력 낭비입니다!"
강우가 쐐기 표면의 특정 세 지점으로 질주했다. 그는 단검 끝으로 쐐기 표면의 룬 문자 사이를 가리켰다.
"여기와 여기, 그리고 저 위쪽의 세 부분입니다! 이 세 곳은 쐐기의 열에너지가 순환하는 '인과율의 균열점'입니다! 이곳에 극저온의 냉기를 단 1초만 집중해 주십시오! 전체를 얼릴 필요 없이, 이 세 점만 얼어붙으면 열 순환이 멈추고 자폭 시퀀스가 스스로 차단됩니다!"
유지원은 강우의 목소리에 일말의 의심도 갖지 않았다.
"……믿겠어요!"
유지원은 남은 마력을 쥐어짜 내어, 손가락 끝에서 날카롭고 얇은 세 줄기의 빙결 레이저와 같은 냉기 가닥을 뿜어냈다. 그 냉기 줄기들은 강우가 지목한 세 균열점에 소수점 아래 오차도 없이 정확히 박혔다.
치익――!
그 순간, 쐐기의 뜨거운 붉은 파동이 거짓말처럼 딱 멈춰 섰다.
화산처럼 끓어오르던 내부 코어의 열기가 세 갈래의 균열점을 중심으로 급격하게 동결되기 시작하더니, 이내 쐐기 전체가 순식간에 은백색의 아름다운 얼음 돌기둥으로 변해버렸다.
콰아아앙――!
자폭 동력을 상실한 허브 쐐기는 스스로의 마력 역류를 버티지 못하고, 유리창이 깨지듯 수천수만 개의 은빛 얼음 파편이 되어 지하 광장 바닥으로 사방으로 흩어져 내렸다.
"……성공했어."
유지원은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으려 했고, 강우가 재빨리 그녀의 팔을 잡아 지탱해 주었다.
"고생하셨습니다, 지원 씨. 완벽한 타격이었습니다."
강우의 부드러운 목소리에 유지원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미소를 지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기괴한 보랏빛 배양 튜브 속의 마력 오염 점막들도 쐐기가 소멸함에 따라 힘을 잃고 녹아내리고 있었고, 그 안에 갇혀 있던 사람들의 검은 핏줄도 원래의 살빛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서두르십시오. 감사국 수사관들이 도착하기 전에 이 사람들을 구출해 지상으로 올려 보내고, 우리는 흔적 없이 사라져야 합니다."
"예!"
기동대원들은 이제 강우를 대령 수준의 지휘관으로 모시듯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며 생존자 구출을 개시했다.
서울의 한복판을 집어삼킬 뻔했던 거대한 파멸의 불씨가, 강우의 정교한 설계와 유지원의 분노 서린 빙결 아래 차갑게 사그라드는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