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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하면 하루 전으로 회귀합니다72화

사망하면 하루 전으로 회귀합니다

사망하면 하루 전으로 회귀합니다 겉표지

72화: 대학가의 숨은 미로

늦은 밤, 젊은이들의 활기로 넘쳐나던 신촌의 서대문구 명문 대학교 캠퍼스는 자정이 넘어가자 기묘할 정도의 고요함에 잠겼다. 가로등 불빛만이 쓸쓸하게 보도를 비추는 교정 한구석, 붉은 벽돌로 지어진 낡은 인문관 건물 뒤편의 자재 창고로 몇 개의 신형이 스며들었다.

검은색 전술 슈트를 차려입은 한강우와 푸른색 로브를 겹쳐 입은 유지원, 그리고 그녀의 뒤를 따르는 태성 길드 소속의 최정예 동결 기동대원 다섯 명이었다.

"이 자재 창고 바닥에 지하 방공호로 통하는 비밀 통로가 숨겨져 있습니다."

강우가 먼지 쌓인 낡은 목제 선반을 밀어내자, 바닥에 굳게 닫힌 강철 해치가 모습을 드러냈다. 해치의 자물쇠는 이미 녹슬어 끊어져 있었고, 틈새에서는 차갑고 눅눅한 바람과 함께 미세하지만 기분 나쁜 피비린내가 섞인 마력의 파동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태성 길드의 보안 차단막을 기동해 주세요. 이 반경 100미터 안의 소리와 마력 방출은 외부로 한 터럭도 나가지 않아야 합니다."

강우의 지시에 유지원이 고개를 끄덕이며 뒤쪽의 대원에게 신호를 보냈다. 기동대원들이 신속하게 침묵 마석 장치를 벽면에 설치하자, 보이지 않는 반투명한 은폐 결계가 창고 내부를 완벽하게 감쌌다.

"가시죠."

강우가 먼저 해치를 열고 사다리를 타고 아래로 내려갔고, 유지원과 대원들이 그 뒤를 따랐다.


지하의 풍경은 교정 위의 평화로운 모습과는 완전히 딴판이었다.

일제강점기 시절 방공호로 건설되어 수십 년간 잊혀졌던 지하 터널은 벽면 곳곳에 붉고 푸른빛의 인과율 오염 점막들이 들러붙어 기괴한 생명체처럼 꿈틀거리고 있었다. 동굴의 시멘트 바닥에는 정체불명의 사악한 문양들이 검붉은 액체로 그려져 있어, 딛는 발걸음마다 끈적한 불쾌감이 전해졌다.

"조심하십시오. 이곳은 가평의 쐐기보다 상위 등급의 주파수가 흐르는 곳입니다. 마동 기동대원들의 정신계 방어막을 항시 가동 상태로 유지해 주십시오."

강우의 경고에 기동대원들은 자신들의 가슴에 박힌 정신 보호 마석을 손으로 쥐며 긴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S급인 백현우가 없는 만큼, 그들의 무력은 상대적으로 약했지만 유지원의 A급 빙결 마력과 기동대원들의 정밀한 협동 전술이 강우의 지휘 아래 시너지를 낼 터였다.

"강우 씨, 저 앞쪽에서 생명 반응이 감지되어요. 마력이 오염된 변종 생명체들과 광신도들의 순찰 동선이 얽혀 있는 것 같아요."

유지원이 서늘한 마력 주파수를 감지하며 나직하게 소삭였다.

"예. 그들의 순찰 대형은 3인 1조로 구성되어 있으며, 총 두 개 조가 10분 주기로 이 복도를 오갑니다. 가평처럼 소란을 피우며 돌파할 수는 없습니다. 지하에 울리는 진동이 쐐기 코어로 전달되면 즉시 자폭 시퀀스가 활동할 겁니다. 조용히 숨통을 끊어야 합니다."

강우는 자신의 단말기에 스케치된 지하 통로의 삼차원 맵을 띄웠다. 이 맵 역시 이전 루프에서 그가 감사국의 특수 정찰 기록과 자신의 직접적인 죽음을 통해 확보한 피 묻은 정보의 산물이었다.

"5초 뒤, 저 코퉁이 너머에서 첫 번째 순찰 조가 나타날 겁니다. 유지원 씨는 우측 벽면에 숨어 대기하다가 제가 신호를 주면 복도 전체를 빙결 영역으로 덮어 저들의 발을 묶어 주십시오. 대원들은 그 순간 각각 지정된 대상의 목덜미와 심장을 얼음창으로 꿰뚫어야 합니다. 일절 신음 소리도 내지 못하게 말입니다."

"알겠어요."

대원들이 벽그림자 속으로 완전히 몸을 숨겼다.

타닥. 타닥.

기분 나쁜 회색 로브를 입은 광신도 세 명이 복도 코퉁이를 도는 순간, 강우가 손가락을 가볍게 튕겼다.

탁――.

"……빙결 영역(Frozen Zone)!"

유지원의 손끝에서 보이지 않는 극저온의 냉동 파동이 빛의 속도로 뻗어 나갔다. 순찰 돌던 광신도들은 비명을 지를 틈도 없이, 발목부터 시작해 목덜미까지 순식간에 두꺼운 얼음 속에 갇혀 박제처럼 굳어버렸다.

스각――!

동시에 그림자 속에서 뛰쳐나온 기동대원들의 얼음창들이 세 광신도의 심장과 미간을 정밀하게 꿰뚫었다. 소리도, 불필요한 마력의 충돌도 없는 완벽한 암살이었다. 얼음 속에서 광신도들의 생명 신호가 완전히 꺼지자, 대원들은 재빨리 얼어붙은 시신들을 어둠 속으로 끌고 가 숨겼다.

"완벽합니다. 계속 진입하죠."

강우의 냉정하고 침착한 지휘에 대원들의 눈빛에 신뢰감이 두터워졌다. 마력이 전혀 없는 무능력자가 어쩌면 이토록 정확한 타이밍과 상대의 약점을 꿰뚫고 있는지 경외감마저 드는 지경이었다.


그렇게 조용히 두 번의 순찰 조를 각개격파하며 지하 미로의 깊숙한 핵심부에 도달한 그들 앞에는 거대하고 둥근 형태의 광장이 나타났다.

그곳의 광경을 목격한 유지원과 대원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며 입을 틀어막았다.

지하 공동의 중앙에는 기괴한 배양 튜브들이 즐비해 있었고, 그 안에는 몬스터들의 사체뿐만 아니라 실종 처리된 일반 민간인들로 보이는 사람들의 육체가 보랏빛 액체 속에 잠겨 있었다. 그들의 몸에는 쐐기에서 흘러나오는 사악한 오염 마력을 강제로 주입받아 혈관이 검게 도드라져 있었다.

"이럴 수가…… 인간을 대상으로 이런 끔찍한 실험을……."

유지원의 온몸이 분노로 잘게 떨렸다. 정의감이 강한 그녀에게 광신도들의 악행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죄악이었다.

"진정하십시오, 유지원 씨."

강우가 그녀의 어깨를 지그시 눌렀다.

"저들을 구하기 위해서라도 쐐기를 파괴해야 합니다. 쐐기가 붕괴하면 저들을 묶고 있는 오염 마력의 순환도 끊어져 생명력을 온전히 보존할 수 있습니다."

강우가 광장의 중심부를 가리켰다.

그곳에는 가평에서 보았던 칠흑빛 석주보다 훨씬 거대하고, 온 몸에서 푸른빛의 사악한 아우라를 내뿜고 있는 '서울 허브 쐐기'가 우뚝 솟아 있었다. 쐐기의 하단부에는 가평의 것보다 세 배는 복잡해 보이는 마동 주파수 회로들이 기괴한 점막과 뒤엉켜 맥박처럼 쿵, 쿵 뛰고 있었다.

그리고 그 쐐기 주변을 삼십 명이 넘는 사제들과, 천장에 매달려 고독성 오염 침을 질질 흘리고 있는 돼지 형상의 거대한 중형 마물 '글루톤' 세 마리가 지키고 있었다.

"사냥을 시작하죠."

강우의 나직한 명령과 함께, 유지원의 눈에 서늘한 분노의 푸른 불꽃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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