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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하면 하루 전으로 회귀합니다70화

사망하면 하루 전으로 회귀합니다

사망하면 하루 전으로 회귀합니다 겉표지

70화: 심연의 쐐기

칠흑 같은 어둠이 내려앉은 가평의 깊은 산자락. 우거진 수풀을 헤치며 두 개의 그림자가 신속하게 움직였다. 가죽 코트를 휘날리는 백현우와, 야간 투시 고글을 쓴 채 조용히 발걸음을 옮기는 한강우였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수십 년 전 폐광되어 입구가 거대한 콘크리트 장벽으로 폐쇄된 광산 터였다. 하지만 그 두꺼운 장벽의 한구석은 마치 무언가 거대한 힘에 의해 녹아내린 듯 일그러진 틈새가 벌어져 있었다. 그 틈새 사이로 기분 나쁜 붉은색 아지랑이와 함께, 썩은 유황 냄새가 섞인 마력의 파동이 스멀스멀 흘러나오고 있었다.

"확실히 기분 나쁜 냄새로군. 던전의 몬스터 냄새와는 격이 달라. 영혼을 안쪽에서부터 갉아먹는 느낌이야."

백현우가 코를 찡그리며 손잡이에 손을 얹었다.

"심연의 마력입니다. 지구의 차원 장벽을 약화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인과율을 오염시키는 마력이죠. 조심하십시오. 이 안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우리의 오감과 마력 인지는 조금씩 왜곡되기 시작할 겁니다."

강우는 고글을 벗고 틈새 너머의 어둠을 응시했다. 마력이 전혀 없는 무능력자인 그에게는 오히려 심연의 오염 마력이 미치는 정신계 간섭이 거의 통하지 않았다. 마력 측정기에는 0.00%의 절대 무마력으로 감지되는 강우의 특이 체질은, 심연의 오염을 방어하는 데 있어서는 그 어떤 초고급 방어구보다 강력한 방패였다.

"제가 길을 인도하겠습니다. 제 뒤를 바짝 따르십시오."

두 사람은 틈새를 통해 폐광 내부로 진입했다.


지하 갱도는 미로처럼 얽혀 있었고, 아래로 내려갈수록 경사가 급해졌다. 갱도 벽면에는 이끼 대신 붉은빛을 발산하는 기괴한 점막들이 달라붙어 꿈틀거리고 있었으며, 간간이 기괴한 마물의 울음소리가 동굴 벽을 타고 울려 퍼졌다.

강우는 머릿속에 저장된 서울 근교의 지형 정보와, 이전 루프들에서 수집했던 심연의 눈 제단 구조 데이터를 결합하여 거침없이 최단 경로를 찾아내려 갔다.

갈림길이 나타날 때마다 강우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방향을 지시했다. 백현우는 그 거침없는 걸음에 내심 감탄하면서도 묵묵히 그 뒤를 지켰다.

얼마나 내려갔을까.

갑자기 눈앞의 갱도가 넓어지며 거대한 지하 공동이 나타났다. 직경 수백 미터에 달하는 웅장한 공동의 중앙에는 칠흑처럼 어두운 돌로 만들어진 거대한 석주가 박혀 있었다. 높이만 해도 30미터는 족히 되어 보이는 석주, 그것이 바로 지구의 차원 장벽을 파괴하는 주범인 '심연의 쐐기'였다.

쐐기의 표면에는 핏빛으로 빛나는 기괴한 룬 문자들이 어지럽게 명멸하고 있었고, 그 주변을 기묘한 회색 로브를 뒤집어쓴 수십 명의 광신도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오오, 심연의 군주이시여…… 부서진 장벽 너머의 진정한 세계를 이 땅에 강림하소서……."

제단의 중앙에서 붉은색 지팡이를 든 사제가 광기 어린 목소리로 소환 주문을 외우고 있었다. 그의 주문에 호응하듯 쐐기에서 뿜어져 나온 붉은 번개들이 지하 공동의 천장을 때리며 인과율의 균열을 넓히고 있었다.

"저 돌덩어리가 그 쐐기라는 거군."

백현우가 낮게 읊조리며 대검을 뽑아 들었다. 묵직한 검신이 어둠 속에서 차가운 검기를 뿜어냈다.

"예. 하지만 단순히 힘으로 때려 부수려 하면, 쐐기에 축적된 심연의 마력이 한꺼번에 폭발해 반경 수 킬로미터가 통째로 증발할 겁니다. 쐐기의 하단부에 위치한 마동 동조 장치 세 곳을 동시에 파괴한 뒤, 제단 내부의 마력 순환이 역류하는 0.5초의 찰나에 메인 코어를 정밀 타격해야 합니다."

강우의 눈동자가 차갑게 번뜩였다.

"동조 장치의 위치는 제가 가리켜 드리겠습니다. 백현우 씨, 준비되셨습니까?"

"말이라고 하냐. 가자!"

백현우의 신형이 탄탄한 지면을 박차고 허공으로 솟구쳤다.

쿠우웅――!

그가 지나간 자리에 거대한 참격의 궤적이 그려지며 지하 공동을 가로질렀다.

"침입자다! 위대한 의식을 방해하는 벌레들을 처단하라!"

광신도 사제가 비명을 지르며 지팡이를 내뻗었다. 제단 주변의 그림자 속에서 기괴한 뼈대와 붉은 점막으로 이루어진 심연의 마물들이 떼를 지어 튀어나왔다.

하지만 백현우의 무력은 상식을 초월해 있었다.

"귀찮은 잡개들이 짖는군. 꺼져라!"

백현우가 허공에서 대검을 크게 휘두르자, 공간 자체가 찢어지는 듯한 굉음과 함께 무수한 반월형 검기가 폭풍처럼 몰아쳤다. 쇄도하던 마물들은 검기에 닿는 순간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가루가 되어 스러졌다. 백현우는 거침없이 제단 중앙을 향해 진격했다.

"강우! 첫 번째는 어디냐?!"

"7시 방향! 쐐기 하단 1.5미터 지점의 붉은 룬 문자 구역입니다!"

강우가 외쳤다. 백현우는 공중에서 몸을 비틀며 대검의 끝을 7시 방향의 쐐기 지점으로 내려찍었다.

콰아아앙――!

정확한 타격에 첫 번째 동조 장치가 파괴되며 쐐기 표면의 룬 문자 중 3분의 1이 빛을 잃었다.

"두 번째는 3시 방향! 천장에서 내려오는 쇠사슬과 연결된 접합부입니다!"

백현우는 착지와 동시에 검기를 날려 3시 방향의 접합부를 정확히 끊어냈다. 쐐기가 크게 흔들리며 불균형한 마력 스파크를 튀기기 시작했다. 광신도 사제들은 갑작스러운 기습과 완벽한 약점 공략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럴 수가……! 어떻게 우리 제단의 구조를 이토록 완벽하게 알고 있단 말이냐! 저 무마력자 놈은 대체 누구냐!"

사제가 강우를 가리키며 광분했다.

"마지막은 11시 방향의 받침대 내부입니다! 백현우 씨, 지금입니다!"

강우의 지시에 따라 백현우가 세 번째 동조 장치를 향해 쇄도하려던 그 순간, 사제의 눈이 핏빛으로 물들었다.

"위대한 군주의 힘이여, 시간의 흐름을 멈추고 저 불경한 자들을 심연으로 인도하소서! '지연 결계' 전개!"

사제가 지팡이를 바닥에 강하게 내려치자, 쐐기로부터 반투명한 검은색 구체가 급속도로 팽창하며 공동 전체를 뒤덮었다.

스스스스――.

순식간에 주변의 모든 소리가 사라지고, 공기의 흐름이 끈적끈적한 늪처럼 변했다. 백현우의 움직임이 마치 물속에서 움직이는 것처럼 기극도로 느려졌다. 허공에 튀던 돌가루와 마력 스파크마저도 허공에 멈춰 선 듯 느릿하게 움직였다. 시간의 흐름 자체가 왜곡되는 절대적인 지연 결계였다.

"윽…… 몸이…… 움직이지 않는군……."

백현우가 신음하며 검을 쥔 손을 뻗으려 애썼지만, 그의 S급 마력조차 결계의 시공간 왜곡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결계가 완전히 완성되는 순간, 쐐기는 자폭 모드로 전환되어 폭발할 터였다.

오직 한 사람, 한강우를 제외하고는.

강우의 몸속에는 마력이 존재하지 않았다. 마력이 없다는 것은 결계를 유지하는 마동 인과율 주파수가 그의 몸에 전혀 간섭하지 못한다는 뜻이었다. 강우는 늪처럼 변한 공간 속에서도 아무런 제약 없이 평소처럼 빠르게 달릴 수 있었다.

강우는 허리춤에서 단검을 뽑아 들고 11시 방향의 받침대를 향해 달렸다.

타다닥!

그는 멈춰 선 백현우의 곁을 스쳐 지나가며, 그의 대검 손잡이를 잡았다.

"백현우 씨. 제 신호에 맞춰 검 끝을 3센티미터 아래로 내리고, 남은 마력을 전부 검신에 집중하십시오. 제가 결계의 핵심 연결점을 끊겠습니다."

강우의 냉철한 목소리가 백현우의 귓가에 울렸다. 마력이 통하지 않는 강우가 백현우의 마력 경로를 물리적으로 건드려 방향을 보정한 것이었다.

스으윽.

강우는 자신의 단검을 받침대 중앙의 미세한 마력 접합부에 꽂아 넣었다. 물리적인 쐐기와 마력 회로가 만나는 유일한 무마력 틈새였다. 이전 루프에서 광신도들의 연구 보고서를 통해 알아낸 절대적인 약점이었다.

팍――!

단검이 꽂히는 순간, 끈적하던 공간의 결계가 거울이 깨지듯 와장창 부서져 나갔다.

"지금입니다!"

강우의 외침과 동시에, 결계에서 풀려난 백현우의 대검이 11시 방향의 받침대를 가차 없이 갈라버렸다.

콰아아앙!

세 번째 동조 장치가 파괴되자, 쐐기의 마력 순환이 역방향으로 꼬이며 강렬한 파란색 역류 전류가 쐐기 전체를 뒤덮었다. 메인 코어가 완전히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는 0.5초의 순간이 찾아왔다.

"이게 마지막이다!"

백현우는 온 힘을 다해 대검을 양손으로 쥐고 쐐기의 정중앙을 가로로 길게 벴다. 공간 참격의 극의가 백색의 일섬이 되어 쐐기를 관통했다.

쿠구구구구――!

거대한 쐐기가 비명을 지르며 반으로 갈라졌고, 그 틈새로 눈이 멀 것 같은 백색의 빛이 폭발했다. 마력이 역류하며 스스로 소멸하는 인과 역행의 빛이었다.

"안 돼…… 위대한 군주님의 쐐기가……!"

광신도 사제는 폭발하는 빛 속으로 휩쓸려 들어가며 절규했다. 제단과 광신도들, 마물들이 쐐기의 파괴와 함께 차원의 틈새로 빨려 들어가며 소멸하기 시작했다.

"백현우 씨, 충격파가 옵니다! 제 뒤로 붙으십시오!"

강우는 주머니에서 소형 마동 방어막 캡슐(유지원이 공수해 준 특수 장비)을 바닥에 던졌다. 백현우가 강우의 어깨를 잡아채며 방어막 안으로 몸을 움츠렸다.

콰콰콰콰콰――!

지하 공동 전체를 집어삼킬 듯한 거대한 폭풍이 몰아쳤고, 이윽고 광산 깊은 곳에는 깊은 정적만이 내려앉았다.

기분 나쁜 붉은 점막도, 칠흑빛 석주도 모두 흔적 없이 사라진 채, 차갑고 먼지 내려앉은 폐광의 잔해만이 뒹굴고 있었다.

"후우…… 살았군."

백현우가 대검을 거두며 흙먼지를 털어냈다. 그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S급 헌터인 그조차도 식은땀을 흘릴 만큼 방금 전의 시간 지연 결계는 아슬아슬한 위기였다.

"고생하셨습니다, 백현우 씨."

강우는 단검을 거두며 주변의 잔해를 훑어보았다. 쐐기는 완전히 파괴되었고, 이 지역의 차원 왜곡 신호도 소멸했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전 세계에는 아직 수십 개의 쐐기가 박혀 있었고, '심연의 눈' 광신도들의 본격적인 움직임은 이제 막 서막을 올렸을 뿐이었다.

강우의 눈동자 속에는 다가올 거대한 격변의 폭풍을 대비하는 깊은 설계의 아지랑이가 더욱 짙게 타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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