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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하면 하루 전으로 회귀합니다69화

사망하면 하루 전으로 회귀합니다

사망하면 하루 전으로 회귀합니다 겉표지

69화: 격변의 서곡

서울 강남에서 일어난 전대미문의 격돌은 전 세계의 헌터 네트워크를 뜨겁게 달구었다.

유지원이 배포한 폭로 영상은 그야말로 파괴적인 파급력을 발휘했다. GHA 본부의 핵심 엘리트인 S급 감시관 아서 맥클레인이 주권 국가인 대한민국의 공식 허가도 없이 비밀 감청 장치를 설치하고, 경쟁 길드인 발할라의 비밀 연구소를 무단 습격해 아수라장으로 만드는 모습이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전 세계에 퍼져나갔다.

여론은 순식간에 불타올랐다. GHA 본부의 월권행위에 대한 각국의 질타가 쏟아졌고, 한국 헌터 감사국은 이번 사태를 빌미로 GHA 아시아 태평양 지부의 통제권 강화를 강하게 주장하기 시작했다.

결국 사태가 발생한 지 12시간도 채 되지 않아, GHA 미국 본부에서는 아서 맥클레인 감시관의 직위 해제 및 본부 강제 소환 명령을 공식 발표했다. 섀도우를 잡겠다며 큰소리를 치던 황금머리 감시관은 결국 초라한 패배자가 되어 한국 땅을 떠나야 했다.


"이걸로 GHA의 압박은 당분간 멈추겠군요."

비밀 거점의 모니터들을 끄며 강우가 나직하게 말했다.

사무실 소파에 앉아 태블릿으로 해외 포럼의 반응을 체크하던 유지원이 밝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강우 씨. 전 세계 헌터 커뮤니티가 난리가 났어요. GHA는 자신들의 권위 실추를 막기 위해 한국 감사국에 공식 사과문을 보냈고, 발할라 길드 측에도 막대한 배상금을 지불하기로 합의했다고 해요. 당분간 섀도우를 추적할 여력은 없을 거예요."

"태성 길드에 대한 감시와 압박도 완전히 거둬졌겠지요?"

"네. 감사단원들은 오늘 아침 첫 비행기로 전원 철수했어요. 아버님도 크게 한숨 돌리셨다며 강우 씨에게 깊은 감사를 전해 달라고 하셨어요."

유지원의 말에 강우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얼굴에는 승리의 기쁨보다는 오히려 묵직한 가라앉은 긴장감이 맴돌고 있었다. 한 고비를 넘겼지만, 강우가 기억하는 인과의 체스판은 여전히 파멸의 신호를 보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스슥.

강우는 모니터 화면 중 하나를 켜며 세계 마력 주파수 스트림 지도를 띄웠다.

아서 맥클레인을 축출하기 위해 사용했던 변조 스캐너의 잔해들을 백현우가 완벽히 수거하고 청소했지만, 서울 남산에 남겨진 마지막 스캐너가 과부하로 자폭하기 직전 수집한 순수한 자연 마력의 빅데이터는 고스란히 강우의 서버로 전송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연산 데이터 속에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심각한 이상 파형이 발견되었다.

"……이게 뭐지?"

구석에서 칼을 갈던 백현우가 모니터 화면에 나타난 기이한 파형을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평소의 마력 흐름은 산맥이나 강줄기처럼 완만하게 흐르는데, 현재 화면에 떠오른 파형은 날카로운 가시덤불처럼 뾰족뾰족하게 솟구치며 특정 좌표들을 향해 수렴하고 있었다.

"세계의 균열 신호입니다."

강우의 눈동자가 흔들림 없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대형 게이트 붕괴나 대격변 때 발생하는 일반적인 마력 역류와는 질적으로 다릅니다. 이건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지구의 차원 장벽을 안쪽에서부터 갉아먹고 있는 인위적인 의식의 파동입니다."

"의식이라고? 설마……."

유지원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예. 지구를 멸망시키려는 광신도 집단, '심연의 눈'입니다."

강우의 뇌리에 이전 루프들에서 단편적으로 겪었던 잔혹한 기억들이 떠올랐다. '심연의 눈'은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지만 그들의 영혼은 이미 차원 너머의 심연에 지배당한 광신도들이었다. 그들은 지구 전체에 거대한 제단을 세우고, 차원의 장벽을 무너뜨려 게이트 내부의 진정한 군주들을 지상으로 불러내려 하고 있었다.

이 파형은 광신도들이 벌이려는 대규모 소환 의식, 즉 '대격변의 날 재림'의 서곡이었다.

"그들의 목표는 지구 전역의 마력 농도를 순간적으로 임계값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전 세계의 모든 게이트가 동시에 열리는 미증유의 사태가 발생하겠죠. 인류가 구축한 방어선은 단 몇 시간 만에 붕괴할 겁니다."

강우는 지도를 확대하여 경기도 외곽의 한 외진 산악 지대를 가리켰다.

"이 파형들이 수렴하는 중심지 중 하나가 바로 여기입니다. 가평군에 위치한 버려진 폐광 인근. 과거 F급 게이트가 열렸다가 닫힌 후 방치된 구역입니다."

"그곳에 광신도들의 제단이 있다는 건가?"

백현우가 이채를 띠며 물었다.

"그렇습니다. 그들은 그곳 지하 깊은 곳에 마력을 증폭시키는 '심연의 쐐기'를 박아 넣고 의식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의식이 완료되면 서울 북부 지역의 차원 장벽이 가장 먼저 무너져 내릴 겁니다."

강우는 책상 위의 전술 패드를 챙기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의식이 본격적으로 궤도에 오르기 전에 선제 타격을 해야 합니다. 그들이 결계를 완전히 전개하기 전에 쐐기를 파괴해야만 대격변의 트리거를 늦출 수 있습니다."

"그럼 바로 움직이죠. 내가 앞장서겠습니다."

백현우가 대검을 등에 메며 씩 웃었다.

"광신도 놈들이든 심연의 괴물이든, 내 대검으로 쪼개버리면 그만이지."

"저도 갈게요, 강우 씨. 이제 제 빙결 마력도 예전보다 훨씬 안정되었고, 백 헌터님을 보조할 수 있어요."

유지원 역시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하지만 강우는 유지원을 향해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유지원 씨. 유지원 씨는 서울에 남아 주셔야 합니다. 태성 길드의 정예 헌터들을 비공식적으로 소집해 주십시오. 우리가 가평의 쐐기를 부수면, 그 반동으로 주변 지역에 일시적인 게이트 붕괴 현상(미니 브레이크)이 여러 개 일어날 겁니다. 그 몬스터들이 민간인 거주 지역으로 흘러드는 것을 막는 방어선을 구축해 주셔야 합니다."

유지원은 잠시 아쉬운 표정을 지었으나, 이내 강우의 전술적 판단이 옳음을 인정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태성의 최정예 타격대를 이끌고 외곽 방어선을 철저히 지키겠어요. 몬스터는 단 한 마리도 경계선을 넘지 못할 거예요."

"부탁드립니다."

강우는 백현우를 바라보았다.

"백현우 씨. 이번 적들은 일반적인 헌터나 몬스터와 다릅니다. '심연의 눈' 사제들은 공간을 왜곡하고 침입자의 정신을 오염시키는 암흑 마법을 사용합니다. 심지어 시간의 흐름을 지연시키는 결계도 가지고 있죠. 절대로 방심해서는 안 됩니다."

"시간 지연 결계라…… 재미있겠군. 내 대검의 속도와 그놈들의 결계 중 어느 쪽이 더 빠를지 시험해 볼 기회군."

백현우의 눈에 투기가 불타올랐다.

강우는 주먹을 꽉 쥐었다.

이번 작전은 단순한 던전 공략이 아니었다. 지구 전체의 파멸을 막기 위한 첫 번째 실전 타격이었고, 강우 본인에게도 예측 불가능한 변수가 가득한 위험한 전장이었다. 만약 실패한다면…… 죽음이라는 대가를 치르고 다시 하루 전으로 돌아가야 할 터였다.

하지만 강우는 두려워하지 않았다. 무수한 죽음의 고통 속에서 단련된 그의 영혼은 이미 차가운 강철과 같았다.

"가시죠, 백현우 씨. 인류의 운명을 뒤흔들 불청객들의 쐐기를 박살 내러."

어둠이 짙게 깔린 서울의 밤공기를 가르며, 두 사람은 거점을 나서 가평의 어두운 산자락을 향해 신속하게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등 뒤로, 서울의 밤하늘은 마치 폭풍 전야처럼 기묘할 정도로 고요하고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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