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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하면 하루 전으로 회귀합니다68화

사망하면 하루 전으로 회귀합니다

사망하면 하루 전으로 회귀합니다

68화: 타오르는 불청객

서울 강남의 중심가에 우뚝 솟은 40층 규모의 유리 빌딩. 겉보기에는 평범한 글로벌 금융 기업의 사옥처럼 보였지만, 이곳은 미국 본토의 거대 세력이자 글로벌 헌터 연합(GHA) 내에서도 막강한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발할라 길드'의 한국 지사였다.

특히 빌딩 지하 4층에 위치한 특수 연구실은 강력한 마동 차단벽과 삼중 물리 격벽으로 보호받는, 그야말로 허가받지 않은 요새와 같은 곳이었다.

끼이이익――.

빌딩 정문 앞으로 GHA 감사단의 검은색 방탄 세단 차량 석 대가 날카로운 타이어 마찰음을 내며 멈춰 섰다.

차 문이 일제히 열리고, 제복을 입은 특별 감사단원들과 그들을 이끄는 S급 감시관 아서 맥클레인이 차에서 내렸다. 아서의 단안경 화면에는 여전히 붉은색 마력 주파수의 신호가 지하 4층 연구소를 향해 선명하게 고동치고 있었다.

"감시관님, 이곳은 발할라 길드의 비공식 한국 지사 연구소입니다. 외교적 마찰이 생길 수 있습니다."

에밀리가 긴장한 어조로 조언했으나, 아서 맥클레인은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

"외교적 마찰? 섀도우라는 글로벌 변수가 바로 이 밑에 은신해 있다. 발할라 길드가 그를 숨겨주고 통제하려 했다면, 그들 역시 인류 안전을 위협하는 공모자일 뿐이다. 전원 전투 대형으로 진입한다. 방해하는 자는 누구든 즉시 제압해라."

"예!"

감사단원들은 즉각 무기를 뽑아 들고 빌딩 로비로 들이닥쳤다. 로비를 지키고 있던 발할라 길드 소속의 B급 헌터 경비원들이 당황하며 앞을 가로막았지만, 아서 맥클레인의 가벼운 손짓 한 번에 뿜어져 나온 광풍(光風)의 압력에 밀려 벽에 부딪히며 나가떨어졌다.

"GHA 감사관의 공식 집행이다! 길을 비켜라!"

아서 일당은 엘리베이터의 안전장치를 강제로 파괴하고 지하 4층으로 직행하는 비상 계단 통로를 폭파하며 안으로 짓쳐 들어갔다.


같은 시각, 발할라 길드 한국 지사 지하 4층 비밀 연구실.

두꺼운 차단막 너머에서 요란한 폭발음이 울리자, 연구실 내부에서 마석 에너지 코어의 안정성을 검사하고 있던 발할라 길드의 지사장 '리차드 켄트'가 안색을 굳혔다.

"무슨 일이지?! 침입자인가?"

"지사장님! GHA 특별 감사단입니다! S급 감시관 아서 맥클레인이 이끄는 병력이 차단벽을 부수고 침입하고 있습니다!"

"뭐라고?! 미친놈들, 본부의 아서 녀석이 왜 갑자기 여기에 들이닥치는 거지?!"

리차드 켄트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비록 아서 맥클레인이 본부의 강력한 감시관이라 할지라도, 이곳은 발할라 길드의 기밀 연구 시설이었다. 본부와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발할라 길드의 입장에서 GHA 감사단의 무단 침입은 명백한 선을 넘는 선전포고였다.

쾅――!

지하 4층의 최종 방어 격벽이 거대한 빛의 폭발과 함께 종잇장처럼 구겨지며 날아갔다. 자욱한 먼지 구름을 헤치며 아서 맥클레인이 걸어 들어왔다. 그의 양손에는 찬란한 빛의 창(Spear of Light)이 맹렬하게 회전하고 있었다.

"아서 맥클레인! 이게 무슨 미친 짓이냐! 이곳이 어디라고 감히 무기를 들고 난입하는 거지?!"

리차드 켄트가 격노하며 소리쳤다. 그의 전신에서도 시퍼런 번개 마력이 스파크를 일으키며 뿜어져 나왔다. A급 최상위 헌터인 그의 마력 역시 만만치 않았다.

아서 맥클레인은 단안경을 통해 연구실 내부를 훑어보았다. 신호의 발신지는 바로 연구실 중앙에 위치한 대형 마석 연산 장치였다. 아서의 눈에는 그 장치 뒤편에 섀도우가 숨겨둔 비밀 데이터 센터가 있는 것으로 보였다. (물론, 그것은 강우가 심어둔 백도어 칩이 만들어낸 인위적인 환각에 불과했다.)

"리차드 지사장. 섀도우를 숨겨두고 글로벌 인과율을 조작하려 한 혐의는 가볍지 않다. 당장 장치를 정지시키고 섀도우를 넘겨라. 그렇지 않으면 발할라 길드 전체를 반역 혐의로 몰아붙이겠다."

"섀도우?! 그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 우리는 그 섀도우의 정체조차 파악하지 못해 안달인데, 그가 왜 여기에 있단 말이냐!"

"시치미 떼지 마라. 스캐너의 인과 추적 신호가 정확히 이곳을 가리키고 있다!"

아서 맥클레인은 더 이상 지체하지 않고 빛의 창을 던졌다.

쿠우웅――!

빛의 창은 공기를 찢으며 마석 연산 장치를 향해 쇄도했다.

"이 미친 새끼가 정말 선을 넘는구나!"

리차드 켄트는 번개로 형성된 거대한 방패를 불러내 빛의 창을 막아섰다. 두 거대한 마력이 충돌하자 지하 연구실 전체가 격렬하게 요동치며 천장에서 돌가루가 비 오듯 쏟아졌다. 발할라 길드의 전투 헌터들과 GHA 특별 감사단원들 사이에서도 일제히 난전이 벌어졌다. 화염과 번개, 빛의 줄기들이 좁은 지하실을 가득 채우며 아수라장을 연출했다.


마포의 조용한 지하 사무실.

강우는 모니터 화면 가득 피어오르는 섬광과 화려한 마력 충돌 영상을 감상하듯 편안한 자세로 지켜보고 있었다. 발할라 길드의 내부 CCTV와 GHA 감사단의 전술 통신망은 이미 강우의 통제 하에 완벽하게 해킹된 상태였다.

"싸움이 아주 볼만하군요."

강우가 나직하게 중얼거리며 따뜻한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옆에서 모니터를 보던 유지원은 혀를 내둘렀다.

"정말로 저들이 서로를 섀도우의 공모자로 의심하며 싸우고 있네요……. 강우 씨가 심어둔 그 작은 칩 하나 때문에 GHA와 발할라 길드가 정면충돌하게 되다니요."

"그들이 서로를 신뢰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강우의 눈동자가 푸른 모니터 빛을 받아 서늘하게 빛났다.

"GHA 본부의 감시관들은 자신들의 권위를 맹신하고, 발할라 같은 대형 길드들은 GHA가 자신들의 이권을 침해하려 한다고 언제나 경계하죠. 약간의 의심의 씨앗만 뿌려두면, 그들은 알아서 서로를 갉아먹게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강우 씨, 저들이 오해를 풀고 스캐너가 조작되었다는 걸 눈치채면 어떻게 하죠?"

"그전에 판을 끝내야죠."

강우는 키보드를 두드려 실시간으로 촬영된 두 세력의 전투 영상을 편집했다. GHA 감사단이 대한민국 영토 내에서 사설 길드의 연구소를 무단 침입하고 무차별 무력 행사를 벌이는 장면, 그리고 아서 맥클레인이 주권 국가의 감사 권한을 무시하고 불법 감청 장치를 설치했다는 증거 자료들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었다.

"유지원 씨, 준비해 둔 루트로 이 영상을 전 세계 헌터 커뮤니티와 글로벌 언론사들에 배포해 주십시오. 제목은 '글로벌 헌터 연합(GHA)의 한국 주권 침해 및 발할라 길드 무단 습격 사건'입니다."

"네, 즉시 실행할게요."

유지원은 신속하게 준비된 최고 보안망 라이선스를 우회하여 전 세계 주요 언론 채널에 해당 영상을 업로드하기 시작했다.

강우는 이어서 백현우에게 통신을 연결했다.

"백현우 씨, 제 목소리 들립니까?"

백현우의 여유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예. 계획대로 아서 맥클레인이 미끼를 물었습니다. 이제 두 번째 단계입니다. 여의도와 마포에 설치된 스캐너의 칩들을 회수하고 흔적을 지워주십시오. 남산 스캐너는 그대로 놔두되, 자폭 주파수를 입력해 두었으니 10분 뒤에 과부하로 타버릴 겁니다."

"부탁드립니다. 작업이 끝나면 즉시 거점으로 복귀해 주십시오. 곧 서울 감사국과 헌터 연합 아시아 지부에서 대대적인 조사가 시작될 겁니다."

통신이 끊기고 강우는 다시 모니터를 응시했다.

화면 속의 지하 연구실은 이미 반쯤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아서 맥클레인의 압도적인 S급 무력 앞에 발할라 길드의 헌터들이 점차 밀리기 시작했으나, 리차드 켄트 지사장은 죽기 살기로 저항하며 GHA 본부에 구원 요청을 보낸 상태였다.

"아서 맥클레인. 당신의 야심이 당신의 눈을 멀게 했습니다."

강우는 차갑게 읊조렸다.

이번 작전으로 섀도우의 정체는 완벽하게 안개 속으로 사라질 것이며, GHA 본부는 심각한 외교적 마찰과 불법 감청 폭로로 인해 국제적인 비난 직면하게 될 터였다. 그들이 수습을 위해 허우적거리는 동안, 강우는 다음 장기 플롯인 '대격변의 날 재림'과 '심연의 눈'에 대한 대비를 온전히 마칠 시간을 벌 수 있었다.

모든 인과가 강우의 계획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죽음을 겪지 않고도 얻어낸, 철저한 두뇌 싸움의 완벽한 승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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