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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하면 하루 전으로 회귀합니다67화

사망하면 하루 전으로 회귀합니다

사망하면 하루 전으로 회귀합니다

67화: 그림자를 노리는 빛

대한민국 서울의 관문인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평소라면 해외로 오가는 여행객들과 헌터들로 활기가 넘쳐야 할 입국장은 기묘한 정적과 엄숙한 분위기에 휩싸여 있었다. 공항 경비대원들은 극도로 긴장한 얼굴로 주변을 통제했고, 일반 승객들은 멀찌감치 떨어져 수군거리며 눈치를 살폈다.

그 삼엄한 경계의 중심에서 한 무리의 외국인들이 입국 게이트를 나섰다.

가장 선두에 선 남자는 짙은 감색의 맞춤 정장을 깔끔하게 차려입고 있었다. 황금빛 머리칼을 뒤로 넘기고, 한쪽 눈에는 기계식 마력 측정 렌즈인 단안경(Monocle)을 착용한 그는 글로벌 헌터 연합(GHA) 본부 소속의 S급 감시관, 아서 맥클레인이었다.

그의 뒤로는 짙은 회색 제복을 입은 특별 감사단원 열두 명이 오차 없는 군대식 대열로 뒤따랐다. 그들이 내뿜는 차갑고 묵직한 마력의 파동은 일반인들은 물론 어설픈 등급의 국내 헌터들조차 숨을 쉬기 어렵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여기가 동양의 기적이 일어났다는 서울인가."

아서 맥클레인은 차가운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서울의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의 단안경 화면에는 서울 상공에 잔류한 미세한 마력 흔적과 인과율의 균열 신호가 복잡한 수식과 함께 실시간으로 연산되고 있었다.

"10개의 대형 게이트가 연쇄 붕괴하는 대격변 급 재앙 속에서 단 한 명의 사망자도 나오지 않았다…… 수치상으로도, 상식적으로도 말이 안 되는 일이지. 신의 장난이 아니라면, 인과를 통째로 비틀어버리는 거대한 손길이 개입했다는 뜻이다."

아서의 곁으로 다가온 감사관 보좌관이자 A급 분석관인 에밀리가 태블릿 PC를 내밀며 나직하게 보고했다.

"한국 지부장과 감사국은 당시 지휘 권한이 익명의 정보원 '섀도우'에게 있었다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섀도우라는 인물에 대한 인적 사항은 물론, 마력 등록 정보조차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대한민국 헌터 감사국의 데이터베이스는 완전히 포맷되거나 암호화되어 접근이 불가능한 상태입니다."

"무마력자이거나, 혹은 등록되지 않은 초월적인 존재겠지."

아서 맥클레인의 입꼬리가 차갑게 비틀어 올라갔다.

"어느 쪽이든 허용할 수 없다. 글로벌 헌터 연합의 규율 아래 통제되지 않는 변수는 혼돈을 야기할 뿐이다. 특히 그 예언에 가까운 정보력과 전술 지휘 능력은 전 세계의 힘의 균형을 뒤흔들 수 있어. 우선 그 섀도우와 가장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판단되는 '태성 길드'부터 압박한다. 차를 대기시켜라."

"예, 감시관님."

검은색 방탄 세단 차량 여러 대가 공항 게이트 앞에 도열했고, 감사단은 신속하게 차에 몸을 실었다. 그들의 목표는 명확했다. 서울을 구한 영웅이자 정체불명의 설계자, '섀도우'의 덜미를 잡는 것이었다.


같은 시각, 서울 마포의 비밀 거점.

수십 대의 모니터가 내뿜는 푸른 빛 속에서 강우는 아무런 표정 없이 화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화면에는 인천공항의 CCTV를 실시간으로 해킹한 영상이 떠 있었다. 아서 맥클레인과 GHA 감사단이 차량에 탑승하는 모습이 선명하게 비쳐 보였다.

"예상보다 빠르군요."

강우의 나직한 목소리에 모니터 옆에서 팔짱을 끼고 서 있던 유지원의 어깨가 움찔했다.

"강우 씨, 저들이 정말 우리를 찾아낼 수 있을까요? 태성 길드의 보안망은 아버님과 제가 직접 관리하고 있고, 섀도우와 관련된 모든 물리적 데이터는 이미 파기했어요. 하지만 GHA 본부가 직접 움직인다면……."

유지원의 목소리에는 감출 수 없는 우려가 섞여 있었다. GHA는 개별 국가의 법률마저 초월하여 헌터들을 초국가적으로 통제하는 무소불위의 권력 집단이었다. 그들이 작정하고 움직인다면 일개 길드인 태성쯤은 공중분해시키는 것도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강우는 여전히 냉정했다. 그의 머릿속은 이미 무수한 '사망의 기억'과 인과율의 갈래들로 가득 차 있었고, 아서 맥클레인이 한국에 입국한 순간부터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나비 효과가 체스판 위의 말들처럼 선명하게 정렬되어 있었다.

"그들이 우리를 물리적으로 찾아내는 건 불가능합니다. 제게는 마력이 전혀 없고, 이 거점은 마력 차단막뿐만 아니라 인과 주파수 왜곡 장치로 완전히 은폐되어 있으니까요."

강우는 키보드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증거가 없어도 움직이는 집단입니다. 섀도우를 끌어내기 위해 가장 먼저 유지원 씨와 태성 길드를 인질로 삼을 겁니다. 법적 절차라는 명목 하에 태성의 길드 운영 라이선스를 정지시키고, 감사국을 흔들어 한국 헌터 업계 전체를 마비시키려 하겠죠."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요? 우리가 먼저 그들을 쳐야 하나요?"

구석에서 대검을 닦고 있던 백현우가 눈을 빛내며 물었다. 그의 붉은 눈동자에는 흥분과 투지가 일렁이고 있었다.

"아서 맥클레인…… 그 황금머리 녀석은 꽤나 강하다고 들었다. GHA의 S급 감시관들이 다 그렇듯, 규율이니 통제니 하면서 귀찮게 구는 놈들이지. 내 대검으로 그 녀석 모가지를 날려버리면 깔끔하게 해결되는 거 아닌가?"

"그건 최악의 수입니다, 백현우 씨."

강우가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GHA 감시관을 대한민국 영토 내에서 살해하는 순간, 우리는 테러리스트 집단으로 규정되어 전 세계 S급 헌터들의 표적이 됩니다. 제가 아무리 하루 전으로 회귀할 수 있다고 해도, 전 세계의 물리적인 무력을 상대로 무한 루프를 돌 순 없습니다. 그런 식의 소모전은 결국 파멸로 이어질 뿐입니다."

강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벽면의 대형 지도 앞으로 걸어갔다.

"우리의 무기는 무력이 아닙니다. 정보와 명분, 그리고 그들이 스스로 쳐놓은 덫에 걸려 넘어지게 만드는 '설계'입니다."

"설계라…… 구체적인 계획이 있나 보군?"

백현우가 흥미롭다는 듯 대검을 거치대에 내려놓으며 다가왔다.

"아서 맥클레인은 철저한 원칙주의자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GHA 본부 내에서 입지를 다지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야심가입니다. 그는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합법적인 권한을 넘어선 행동을 개시할 겁니다. 예를 들면, 대한민국 감사국의 승인 없이 불법적인 마력 감청 장치를 시내 곳곳에 설치해 섀도우의 흔적을 추적하려 하겠죠."

강우는 서울 지도 위의 특정 지점 세 곳을 가리켰다.

"남산 타워, 여의도 금융센터, 그리고 이곳 마포의 통신 기지국. 아서 맥클레인은 GHA 전용의 '광역 마력 스펙트럼 스캐너'를 이 세 곳에 설치할 겁니다. 서울 전역의 미세한 인과 뒤틀림을 강제로 역추적하기 위해서죠. 이것은 명백한 주권 침해이자, 대한민국 헌터법 제24조 위반입니다."

유지원의 눈이 크게 떼어졌다.

"하지만 그들은 GHA예요. 초국가적 권한을 핑계로 밀어붙이면 막을 방법이 없지 않나요?"

"공식적으로는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몰래' 설치하려 한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공식적인 절차를 밟으면 한국 감사국과 정계의 반발로 시간이 지체될 테니까요. 아서는 속전속결로 섀도우를 잡아 본부로 복귀하고 싶어 합니다. 그러니 은밀하게 설치를 진행할 겁니다."

강우의 입가에 차가운 미소가 걸렸다.

"우리는 그들이 스캐너를 설치하는 현장을 생생하게 포착해 전 세계에 폭로할 겁니다. 헌터 연합 본부가 일국을 상대로 불법 감청과 인권 침해를 저지르고 있었다는 실시간 스트리밍 영상으로 말이죠. 거기에 더해, 그들이 설치한 스캐너를 역이용해 엉뚱한 가짜 인과 주파수를 흘려보낼 겁니다."

"가짜 주파수?"

"네. 섀도우의 은신처가 태성 길드가 아닌, 그들의 경쟁사인 미국 본부 직속 지부나 일본 길드의 거점인 것처럼 위장하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아서 맥클레인은 자신의 정보망이 오염된 것도 모른 채 엄한 곳을 쑤시다가 스스로 파멸의 길로 걸어가게 될 겁니다."

강우의 설명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교했다. 마치 이미 수십 번을 겪어본 미래를 그대로 읊는 것처럼 말이다.

실제로 강우는 이 상황을 머릿속으로 수없이 시뮬레이션했다. GHA가 개입하는 순간의 인과율 변화는 이미 이전 루프들에서 단편적으로 관찰한 바 있었다. 비록 죽음을 경험하진 않았지만, 그동안 쌓아 올린 정보력과 분석 능력이 강우에게 가장 확실한 승리 공식을 제공하고 있었다.

"백현우 씨는 남산 타워로 가주십시오. 그곳에 설치될 스캐너의 메인 보드에 이 특수 칩을 이식해야 합니다."

강우는 책상 서랍에서 손톱만 한 크기의 투명한 칩을 꺼내 백현우에게 건넸다.

"이건 뭡니까?"

"태성 길드의 연구소에서 제작한 마력 주파수 변조 칩입니다. 스캐너가 수집하는 정보를 실시간으로 왜곡해 우리 거점을 완벽한 무취(無臭) 지대로 만들고, 동시에 허위 정보를 본부 서버로 전송하게 만드는 백도어 프로그램이 내장되어 있습니다. 들키지 않고 설치할 수 있겠습니까?"

백현우는 칩을 받아 들며 자신만만하게 웃었다.

"날 뭘로 보는 거냐. 나 백현우다. S급 감시관들이 눈에 불을 켜고 지키고 있어도, 내 공간 참격 한 번이면 흔적도 없이 들어가서 칩만 꽂고 나올 수 있다."

"좋습니다. 유지원 씨는 아버님과 함께 태성 길드 본사에서 감사단을 직접 상대해 주십시오. 아서 맥클레인은 분명 유지원 씨를 강하게 압박하며 섀도우와의 연결고리를 불라며 협박할 겁니다. 절대로 굴하지 말고, 강경한 태도로 일관해 시간을 벌어주셔야 합니다."

"알겠어요, 강우 씨. 걱정 마세요. 저들이 원하는 대로 순순히 흔들리지 않을게요. 태성의 명예를 걸고 저들의 감사 권한 남용을 정면으로 반박하겠어요."

유지원의 눈빛에 굳은 결의가 서렸다. 그녀는 강우를 신뢰하고 있었고, 강우가 짜놓은 판 위에서라면 그 어떤 거대 권력과도 싸울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럼, 작전을 시작하죠."

강우는 모니터 화면을 보며 중얼거렸다.

"그림자를 잡겠다고 덤벼든 빛이, 어떻게 스스로 어둠 속에서 길을 잃고 몰락하는지 똑똑히 보여주겠습니다."

서울을 뒤흔들 또 다른 보이지 않는 전쟁의 서막이, 그렇게 강우의 조용한 명령과 함께 시작되었다.


몇 시간 뒤, 서울의 중심부인 남산 타워 전망대 뒤편의 출입 금지 구역.

GHA 감사단 소속의 에이전트 두 명이 주변을 살피며 은밀하게 장비를 설치하고 있었다. 그들의 손에는 복잡한 톱니바퀴와 푸른색 마석이 박힌 첨단 디바이스가 들려 있었다. 광역 마력 스펙트럼 스캐너였다.

"감시관님, 남산 타워 포인트에 스캐너 설치 완료되었습니다. 동기화를 시작합니다."

통신 장치 너머로 아서 맥클레인의 냉랭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알겠습니다."

에이전트가 스캐너의 전원을 켜고 마석을 활성화하려던 찰나, 그들의 뒤편 공간이 미세하게 일렁였다.

사각――.

바람이 불어오는 듯한 나직한 소리와 함께, 에이전트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온몸의 솜털이 곧추서는 극도의 위압감을 느꼈다. 그들이 고개를 돌리기도 전에,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불쑥 튀어나온 거대한 손이 한 에이전트의 목덜미를 움켜쥐었다.

"커헉……?!"

"조용히 있어라, 꼬맹이들아. 아저씨가 바빠서 말이지."

낡은 가죽 코트를 휘날리며 나타난 백현우가 비뚤어진 미소를 지으며 다른 한 명의 에이전트의 턱을 가볍게 쳐 기절시켰다. 순식간에 두 명의 감사단원이 소리도 내지 못하고 쓰러졌다.

백현우는 품에서 강우가 준 변조 칩을 꺼내 스캐너의 마석 슬롯 틈새에 정밀하게 밀어 넣었다. 칩은 마석의 빛과 반응하며 매끄럽게 녹아들 듯 사라졌다.

"설치 완료. 섀도우 녀석의 계산은 언제 봐도 소름 끼치는군. 아주 정확한 타이밍이야."

백현우는 기절한 에이전트들을 구석에 대충 던져두고, 다시 공간을 찢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같은 시각, 태성 길드 본사 50층 귀빈 접견실.

아서 맥클레인은 거만한 자세로 소파에 깊숙이 묻어 앉아, 맞은편에 앉은 유지원을 매서운 눈빛으로 쏘아보고 있었다.

"유지원 헌터. 굳이 빙빙 돌려 말하지 않겠습니다. 섀도우는 어디 있습니까? 그가 대격변 사태 때 태성 길드와 감사국의 통신망을 지휘했다는 기록은 지웠을지언정, 당신의 행동 궤적까지 지우진 못했습니다. 당신은 그 정체불명의 정보원과 직접 내통하고 있었죠?"

아서의 목소리에는 실질적인 마력의 파동이 실려 있어, 접견실 내부의 공기가 무겁게 내려앉았다. 일반적인 헌터라면 이 압박감만으로도 기가 죽어 비밀을 털어놓았을 터였다.

그러나 유지원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그녀는 얼음처럼 차가운 빙결 마력을 미세하게 뿜어내며 아서의 압박을 상쇄시켰다.

"맥클레인 감시관님. 글로벌 헌터 연합의 권한이 아무리 막강하다 해도, 대한민국 공식 길드의 길드원과 길드장을 상대로 근거 없는 혐의를 씌워 협박할 권리는 없을 텐데요. 섀도우라는 분은 서울을 구한 영웅입니다. 만약 그분이 없었다면 지금 서울은 파괴되었을 것이고, GHA 역시 아시아 지부의 붕괴 책임을 면치 못했을 겁니다."

유지원은 찻잔을 내려놓으며 단호하게 말했다.

"그분에 대한 정보는 우리도 모릅니다. 단지 그분이 제공한 정보가 정확했기에 따랐을 뿐이죠. 그것이 죄가 된다면 공식적으로 제소하십시오. 태성 길드는 법정에서 기꺼이 대응하겠습니다."

"명예로운 태성 길드가 불법 정보 브로커의 장단에 놀아났다는 사실이 세상에 밝혀져도 그렇게 당당할 수 있을지 궁금하군."

아서 맥클레인은 차갑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조만간 당신들의 그 오만함이 꺾이게 될 겁니다. 감사단의 공식 제재 조치가 시작될 테니까요."

그가 접견실을 나서며 통신기를 켰다.

"에밀리, 스캔을 시작해라. 서울 전역의 인과율 분석 주파수를 끌어올려. 섀도우가 숨어 있는 쥐구멍을 당장 찾아내겠다."

그들의 신호와 함께 남산, 여의도, 마포의 스캐너가 일제히 작동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서의 단안경 화면에 붉은색 마력 주파수의 궤적이 실시간으로 그려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궤적이 향하는 곳은 강우의 비밀 거점이 아니었다.

그 궤적은 서울 강남의 한 복판, 미국 본부의 라이벌 세력인 '발할라 길드'의 한국 지사 지하 비밀 연구소를 정확히 가리키고 있었다.

"찾았다……!"

아서 맥클레인의 눈에 탐욕스러운 빛이 서렸다.

그는 자신이 강우가 정교하게 파놓은 함정의 한가운데로 발을 들이밀었다는 사실을 꿈에도 모른 채, 파멸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가기 시작했다.

이 모든 것을 모니터로 지켜보던 강우는 들고 있던 찻잔을 천천히 내려놓으며 나직하게 읊조렸다.

"사냥이 시작되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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