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하면 하루 전으로 회귀합니다

65화: 아바돈의 몰락
밤 12시 22분 12초.
한강의 물안개가 칼날처럼 차갑게 내려앉은 둔치 허공에서, 교주 아바돈의 심장에 이식된 '심연의 마석'이 기괴한 검은색 안개를 뿜어내며 공명을 개시했다.
그의 등 뒤에 드리운 굵은 철제 난간의 그림자 속에서, 강우는 자신의 심장 박동과 단말기의 째깍거리는 시계 바늘을 하나로 일치시켰다.
12시 22분 14초.
"3!"
"2!"
"1!"
"지금 찌르십시오――!!!"
강우의 찢어지는 듯한 돌격 신호가 무전기를 타고 백현우의 고막에 꽂혔다.
12시 22분 15초 정각.
아바돈이 양손을 치켜들며 자신의 전방 180도 구역을 향해, 한강을 통째로 묶어버릴 광역 시간 정지 결계를 방출한 바로 그 0.01초의 순간이었다.
파아아앗!
아바돈의 전면으로 마력의 99%가 쏠리며, 그의 등 뒤 7번 척추 부근에 0.01초 동안 마력 밀도가 0이 되는 인과율의 미세한 균열이 벌어졌다.
쿠구구구구궁――!
백현우는 그 찰나의 틈을 놓치지 않았다.
그의 거구가 대지를 터뜨리며 도약하더니, 아바돈의 등 뒤 허공에서 번개처럼 나타났다. 대검 '심연의 분쇄자' 끝날에 압축되어 있던 S급 암적색 마력이 한 점의 빛나는 창끝이 되어, 0.01밀리미터의 오차도 없이 아바돈의 등 뒤 7번 척추를 정교하게 꿰뚫었다.
푸학!
"……끄헉?!"
아바돈의 은빛 가면 너머로 비명도 지르지 못한 둔탁한 신음이 흘러나왔다.
백현우의 대검 끝날은 등 뼈를 부수고 들어가, 아바돈의 흉부 한가운데 매설되어 있던 '심연의 마석' 코어를 정밀 타격하여 파고들었다.
콰지직! 콰아아앙!
마석 내부에서 가로막혀 있던 시간 역류 마력이 S급 물리 충격에 의해 한계점을 초과하여 과부하 폭발을 일으켰다.
"이, 이럴 수가…… 내 결계가 가동되기도 전에…… 등 뒤의 균열을 어떻게……!"
아바돈이 피를 토하며 절규했으나, 이미 늦은 뒤였다.
박살 난 심연의 마석에서 역류해 나온 검은색 시간 장벽의 폭풍이 류카이 때와 마찬가지로 아바돈의 온몸을 덮치며 세포 하나하나를 시간의 나락 속으로 분해해 나갔다.
스스스스스…….
"아바돈. 지옥으로 떨어져라."
백현우의 차가운 목소리와 함께, 대검이 뽑혀 나갔.
아바돈의 거구는 검은색 안개가 되어 허공에서 흔적도 없이 바스러져 소멸했다. S급 최상위 강자이자, 세상을 멸망시키려던 심연의 눈 교주 아바돈의 비참하고 허망한 종말이었다.
그와 동시에 한강 전체를 짓누르고 있던 기괴한 시간 지연 기류가 신기루처럼 사라졌고, 11번째 검은 게이트도 아가리를 굳게 닫으며 허공으로 폭사해 소멸했다.
지이이이이잉――.
"해냈다……."
강우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허벅지와 가슴의 상처가 이번 루프에서는 생기지 않았으나, 0.01초의 타이밍을 조율하기 위해 극도로 쥐어짰던 영혼의 피로감이 전신을 무겁게 짓눌렀다.
동시에 10개의 홀로그램 화면에서 연쇄적으로 클리어 신호가 파란색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강남 게이트 클리어]
[서초 게이트 클리어]
[동작 게이트 클리어]……
서울 남부 전역을 뒤덮었던 수십만 마수의 군단이, 섀도우의 예언 같은 배치도에 가로막혀 단 한 군데의 방어선도 뚫지 못한 채 완벽하게 토벌당한 역사적인 승리였다. 단 한 명의 시민 사상자도 발생하지 않은 전대미문의 기적이었다.
터벅, 터벅.
백현우가 피 묻은 대검을 검집에 꽂으며 강우의 곁으로 걸어왔다. 그의 눈가에는 미세한 물기가 서려 있었으나, 입가에는 마침내 10년의 한을 씻어낸 자의 평화로운 미소가 걸려 있었다.
"섀도우. 고맙다. 네놈의 그 미친 카운트다운이 아니었다면, 난 오늘 내 동생의 얼굴을 볼 낯이 없었을 거다."
백현우는 강우에게 손을 내밀었다.
강우는 그의 거친 손을 잡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세계가 구원받았습니다, 백현우 씨. 동생분도 하늘에서 기뻐하고 계실 겁니다."
그때, 저 멀리서 유지원과 감사국 수사대, 그리고 태성 길드의 정예 전사들이 들이닥쳤다. 그들은 한강 둔치 중앙의 잔해들과 백현우, 그리고 강우를 보며 일제히 환호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교주 아바돈이 소멸했다!"
"서울이 사수되었다! 우리가 이겼어!"
대원들의 우렁찬 함성이 한강의 밤하늘 위로 쨍하게 메아리쳤다.
유지원은 감격 어린 눈빛으로 강우를 바라보며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이로써 세상을 멸망시키려던 광신도 집단 '심연의 눈'의 첫 번째 거대한 기도가 완벽하게 꺾였다. 그리고 그 승리의 중심에는, 여전히 베일에 싸인 보이지 않는 예언자 '섀도우'의 이름이 전설처럼 등재되는 역사적인 밤이었다.
강우는 후드 모자를 깊게 눌러쓰며 조용히 몸을 돌려 어둠 속으로 걸어 나갔.
제4막의 전반부 폭풍이 찬란하게 종결되고, 더 거대한 세계의 균열을 막기 위한 설계자의 다음 행보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