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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하면 하루 전으로 회귀합니다63화

사망하면 하루 전으로 회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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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화: 아바돈의 강림

한강 한복판, 물안개가 흩날리는 어두운 둔치 중앙의 허공.

기어들이 얽혀 돌아가듯 칠흑 같은 어둠을 뿜어내는 11번째 검은 게이트 바로 아래, 공중에 가부좌를 틀고 유유히 떠 있는 사내가 있었다. 검붉은 예복을 입고, 은빛 가면 너머로 적색 안광을 번뜩이는 자. 심연의 눈 교주, '아바돈'이었다.

그의 주변 반경 100미터 이내의 한강 물줄기는 흐름을 멈추고 공중에 동결된 듯 기괴하게 정지해 있었고, 불어오던 산바람마저 결계의 영역에 닿자마자 뚝 멈춰 서는 소름 끼치는 광경이 연출되고 있었다.

"왔는가, 섀도우의 사냥개여."

가면 너머 아바돈의 맑고 울림 있는 목소리가 허공에 울려 퍼졌다.

콰아아아앙!

그 소리와 함께 영등포에서부터 테헤란로를 가로질러 폭풍처럼 돌진해 온 백현우가 한강 둔치의 아스팔트를 박살 내며 착지했다.

동시에 둔치 구석에 펼쳐진 버드나무 그림자 속에서, 전신을 그림자 촉수로 휘감은 강우가 소리 없이 솟구쳐 올랐다.

"교주 아바돈……!"

강우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류카이 때와는 격이 달랐다. 류카이는 아티팩트인 크로노스 기어를 통해 억지로 지연 결계를 기동했으나, 아바돈은 자신의 심장 부근에 매설된 '심연의 마석'을 통해 직접 자신의 영혼 자체를 인과율 결계의 축으로 삼아 시간 왜곡을 방출하고 있었다.

매개 아티팩트가 없다는 것은, 섀도우가 미리 부술 수 있는 비점(Weak Point)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최악의 의미였다.

"선희를 죽인 벌레 놈들의 우두머리인가! 네놈의 대가리도 그 대검으로 쪼개주마!"

백현우는 분노로 자제력을 잃고 도약했다.

S급 대검 '심연의 분쇄자'에서 터져 나온 적색 마력 폭풍이 한강의 멈추어 선 물길을 찢으며 아바돈을 향해 강습했다.

아바돈은 피식 웃으며 손가락을 가볍게 튕겼다.

탁――.

그 찰나, 백현우의 거구와 그가 내뿜은 모든 파괴적인 마력 참격이 아바돈의 코앞 50센티미터 지점에서 뚝 하고 강제로 멈춰 섰다. 1차 루프에서 보았던 류카이의 지연보다 무려 10배는 더 끈적하고 강력한, 완전한 '시간 정지(Time Stop)'에 가까운 지체 결계였다.

"컥…… 마력이…… 몸이 굳는다……!"

백현우가 이빨을 으스러뜨리며 버텼으나, 그의 S급 신체마저 아바돈의 고유 권능 앞에서는 물속에 갇힌 곤충이나 다름없었다.

"사냥개 주제에 창조주의 권능에 대항하려 들다니 가소롭구나."

아바돈이 허공에서 손을 뻗자, 칠흑 같은 파멸의 고드름 화살 10발이 생성되더니 백현우의 어깨와 무릎, 그리고 복부를 향해 느리지만 확실하게 파고들었다.

푸학! 푸학! 푸학!

"끄아아아악――!!!"

S급 전사인 백현우의 비명이 한강 둔치에 찢어지듯 울려 퍼졌다. 붉은 피가 분수처럼 솟구쳐 올라 허공에 둥둥 멈춰 섰다.

'섀도우! 지금 도망치십시오! 이놈의 결계는 류카이와 차원이 다릅니다! 마석의 축이 아바돈 본인의 영혼에 박혀 있어요!'

유지원의 다급한 비명 소리가 무전기를 타고 흘렀다.

강우는 도망치지 않았다. 도망쳐 봤자 서울 전체를 뒤덮을 결계의 영역을 벗어날 수 없음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그림자 보행!"

강우는 자신의 그림자를 아바돈의 등 뒤의 그늘과 동기화시켜 단숨에 도약했다. 마력 반응이 전혀 없었기에 결계의 장막을 통과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아바돈은 평범한 간부들과 달랐다.

"그림자 속의 쥐새끼로구나. 섀도우, 네놈이 바로 시간을 되돌려 우리 계획을 방해해 온 그 벌레새끼군."

아바돈이 고개를 돌리지도 않은 채, 강우가 솟구친 그림자 영역 자체를 향해 검은 마력 손길을 뻗었다.

스스스스――.

"……앗?!"

그림자 속에 녹아들어 있던 강우의 전신이, 아바돈의 시간 정지 촉수에 걸려 허공으로 강제로 끄집어내 지며 굳어버렸다. 어둠의 경계를 무시하는 그림자마저, 아바돈이 지배하는 시간의 정지 앞에서는 묶일 수밖에 없었다.

철컥.

아바돈의 차가운 강철 손가락이 강우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인과율을 더럽히는 자여. 네놈이 아무리 죽어서 어제로 달아나 봤자, 내 결계가 네 영혼의 회귀 통로를 잠가버릴 것이다. 이 영원한 지연 속에서 세포 하나까지 분해되어 소멸해라."

류카이가 찔렀던 단검과는 비교할 수 없는, 시꺼먼 차원의 바늘이 강우의 심장 바로 옆 흉부를 관통해 뼈를 긁으며 파고들었다.

푸학!

"크, 크헉……!"

선혈이 목구멍을 타고 흘러내렸다. 영혼이 통째로 분해되어 기화하는 듯한, 존재 자체가 우주에서 유실되는 비참한 소멸의 통증이 강우의 온몸을 덮쳤다.

시야가 급격히 흐려지고 의식이 멀어졌다. 결계가 그의 영혼의 되감기 축을 꽉 움켜쥐고 고정하려 하고 있었다.

"여기서…… 끝날 순 없어……."

강우는 마지막 남은 이성의 끈을 쥐어짜 떨리는 오른손을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독약 주사기를 움켜쥔 그의 손끝이, 심장이 정지하기 직전 거칠게 목줄기를 찔러 넣었다.

"리셋―――――!!!"

콰아아아아아아앙――!!!

영혼의 파열음과 함께, 인과율의 거대한 물줄기가 아바돈의 시간 결계를 향해 거세게 충돌했다. 소멸하기 직전의 강우의 자아가, 간발의 차이로 결계의 그물망을 찢어발기며 칠흑 같은 과거의 심연 속으로 폭풍처럼 휩쓸려 되감겨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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