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하면 하루 전으로 회귀합니다

58화: 0.05초의 기적
"다시 왔군, 류카이."
강우는 후드 모자를 깊게 눌러쓴 채, 눈앞의 거대한 철제 아치문 너머를 응시했다. 심장이 터질 것처럼 쿵쾅거렸고 식은땀이 흘렀으나, 그의 이성은 영하의 얼음물처럼 차갑게 식어 있었다.
두 번째 루프.
그들의 발걸음은 첫 번째 루프와 똑같은 속도로 지하 보스룸인 '시간의 소용돌이' 방에 도달했다. 철문을 밀치자, 방 중앙에서 검푸른 파동을 내뿜으며 돌아가는 기괴한 톱니바퀴 구체, [크로노스 기어]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 아래에서 검은 로브를 걸치고 비열한 미소를 짓고 있는 사신 류카이의 모습 역시 이전과 한 치의 오차도 없었다.
"쥐새끼들이 S급 괴물 사냥개를 끌고 왔군."
류카이가 입을 열었다. 첫 번째 루프와 똑같은 대사, 똑같은 조소였다.
'백현우 씨. 지금입니다. 류카이의 도발에 반응하지 마십시오. 제 카운트다운 소리에 맞춰 검을 수평이 아닌 수직으로 움켜쥐고 돌격해야 합니다. 목표는 류카이가 아니라, 크로노스 기어의 우측 3시 방향에 있는 붉은색 기어 홈입니다.'
강우의 다급하고 정교한 지시가 백현우의 인이어에 꽂혔다.
백현우는 대검 '심연의 분쇄자'의 손잡이를 터질 듯이 꽉 쥐었다. 복수심에 몸이 떨렸으나, 섀도우가 보여준 기적 같은 분석력을 신뢰하기에 그는 돌격을 멈추고 온몸의 마력을 내면으로 꾹꾹 압축시켰다.
'오후 11시 47분 00초…… 앞으로 3초. 3…… 2…… 1…… 지금 찔러요!!!'
강우의 비명 섞인 돌격 명령이 떨어졌다.
11시 47분 01초 정각.
쿠우웅!
백현우는 바닥의 돌판을 통째로 박살 내며 탄환처럼 허공으로 쏘아 올려졌다. 그의 전신에서 방출된 S급 암적색 마력이 폭포수처럼 대검 끝으로 압축되어 은빛 창날 같은 예리한 마력 탄을 형성했다.
그의 목표는 류카이의 목이 아닌, 회전하기 시작한 크로노스 기어의 우측 3시 방향의 붉은 틈새였다.
"뭐라고?!"
류카이는 백현우가 10년 전과 달리 자신을 공격하지 않고 기어의 핵심 비점을 조준해 돌진해 오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 이 건방진 놈이!"
류카이가 급히 기어의 작동 패널을 눌러 시간 지연 결계를 가동하려 했으나,
결계가 동기화되어 공간을 지연시키기 딱 0.05초 전.
파아아앗!
백현우의 거대한 대검 끝날이, 0.1밀리미터의 어긋남조차 없이 크로노스 기어의 3시 방향 붉은 홈 속에 정확하게 파고들었다. 대검에 머물러 있던 S급 압축 마력이 기어 내부의 시간 중력 코어와 정면으로 충돌했다.
콰과과과과광―――――!!!
지하 전체를 붕괴시킬 듯한 거대한 대폭발이 기어 내부에서 터져 나왔.
기어의 역회전 톱니바퀴들이 어긋나며 삐걱거리는 비명 소리를 지르더니, 이내 검푸른 차원 장벽 파편을 사방으로 비산시키며 산산조각이 나 바닥으로 흘러내렸다.
시간 지연 결계가 완전히 잠기기도 전에, 내부 과부하로 인해 완벽하게 강제 파쇄당한 것이었다.
"이, 이럴 수가……! 내 크로노스 기어가?!"
류카이가 머리를 쥐어뜯으며 뒤로 비틀거렸다.
"결계가 켜지는 시점과, 3시 방향의 극히 미세한 마력 환기 홈의 좌표를 어떻게 안 거지?! S급 각성자라도 기어를 보기 전엔 결코 알 수 없는 기밀 정보인데!"
"그걸 네놈이 알 필요는 없다, 류카이."
안개의 서리를 뚫고 나온 백현우의 두 눈은 피처럼 붉게 물들어 있었다.
결계가 부서졌으니, 백현우의 S급 무력을 옥죄던 그 어떤 시간 지연도 존재하지 않았다.
"선희의 몫이다. 이 개새끼야."
쿠웅!
백현우가 휘두른 대검의 참격이 류카이의 오른쪽 어깨를 관통하며 그의 몸뚱이를 벽면에 쿵 하고 박아 고정시켰다.
"끄아아악!"
류카이가 비명을 지르는 사이, 백현우의 분노 서린 대검날이 광풍처럼 휘몰아치며 류카이의 팔다리를 사정없이 난도질하기 시작했다. S급 무력의 처절한 심판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지하 수로 로비의 구석.
배낭을 멘 채 바닥에 앉아 단말기를 주시하던 강우는 이마의 식은땀을 훔치며 깊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성공이다……."
시간을 지배하려던 광신도의 가장 강력한 무기가, 오직 죽음만을 반복해 기록한 무능력자의 0.05초 타이밍 설계 앞에 너무나 비참하게 부서져 내렸다.
보이지 않는 설계자의 손끝 아래, 복수의 피날레가 마침내 그 서막을 찬란하게 장식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