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하면 하루 전으로 회귀합니다

57화: 시간 지연 결계
지하 수로의 하부, 거대한 철제 아치문을 밀어젖히자 기괴한 웅웅거림과 함께 사방의 공간이 아지랑이처럼 심하게 비틀리기 시작했다.
방 중앙에는 톱니바퀴들이 기괴하게 얽혀서 돌아가는 듯한 형상의 검은색 마력 구체, [크로노스 기어]가 허공에 떠서 요동치고 있었다. 그 구체에서 방출되는 검푸른 파동이 닿을 때마다, 사방의 콘크리트 잔해들이 떨어지다가 허공에 둥둥 멈추어 서는 기이한 시간 왜곡 현상이 관찰되었다.
그 기어 바로 아래, 검은 로브를 걸친 사내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서 있었다.
10년 전 백현우의 동생을 암살했던 장본인이자, 심연의 눈 간부인 '사신 류카이'였다.
"류카이――!!!"
백현우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온 S급 암적색 마력이 폭발했다. 그의 두 눈은 핏발이 선 채, 여동생의 원수를 향해 단숨에 허공을 박차고 도약했다. 대검 '심연의 분쇄자'가 류카이의 목덜미를 향해 공간을 가르며 날아들었다.
"어리석은 사냥개 놈. 10년이 지나도 머리가 나쁜 것은 여전하구나."
류카이가 조소하며 크로노스 기어에 손을 얹었다.
지이이이이잉―――――!
구체가 거세게 역회전하기 시작하더니, 기어 반경 50미터 이내의 공간 전체가 시커먼 차원 장막에 휩싸였다.
그 순간, 맹렬하게 도약하던 백현우의 몸뚱이가 류카이의 머리 위 10센티미터 지점에서 뚝 하고 거의 멈추다시피 멈춰 섰다. 극단적인 '시간 지연(Time Dilate)' 결계였다. 백현우의 마력 대검이 류카이의 이마를 베어 넘기기 직전이었으나, 류카이가 보기에는 거의 움직이지 않는 정지 화면이나 다름없었다.
"큭…… 몸이……!"
백현우가 신음을 흘리며 마력을 폭발시키려 했으나, 억눌린 마력마저 0.1초에 1센티미터씩 극도로 지연되어 방출될 뿐이었다.
류카이는 여유롭게 걸어가 허리춤의 칼을 뽑아 백현우의 무방비한 하복부를 향해 밀어 넣었다.
서걱!
"끄아아악!"
백현우의 옆구리에서 피가 솟구쳤다. 피가 뿜어 나오는 속도마저 공중에서 물방울이 멈춘 것처럼 극도로 지체되어 기괴한 선홍색 꽃 모양으로 허공에 맺혔다.
"지원 팀장님! 요원들! 마법 전개해!"
교관이 비명을 지르며 빙결 결계를 날렸으나, 결계 마법의 탄환들 역시 기어의 중력장에 포획되어 날아가던 중간에 뚝 멈춰버렸다.
"이곳에서는 나의 허가 없이는 그 어떤 인과도 나아갈 수 없다. 모두 이 영원한 지연 속에서 늙어 죽어라."
류카이가 미소를 지으며 세검을 털어내더니, 공중에 느리게 멈춰 서 있던 감사국 요원들의 목을 차례차례 그어 넘기기 시작했다.
유지원 역시 가슴에 칼이 찔려 피를 흘리며 바닥으로 처박혔다.
"안 돼……."
강우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시간 지연 결계.
이 결계 내부에서 완전히 사망 판정을 받게 된다면, 시간이 되감기는 인과율의 축마저 봉쇄되어 영원히 죽음의 공간 속에 영혼이 갇히게 될 터였다. 회귀 권능을 무력화한다는 강우의 최악의 우려가 현실로 다가온 순간이었다.
그는 아직 뇌의 호흡이 완전히 정지하기 전, 마지막 힘을 쥐어짜 주머니에서 독약 주사기를 꺼냈다.
"돌아가야 해…… 결계가 완벽히 기동하여 인과율을 잠그기 전에……!"
강우는 자신의 목줄기에 독약 주사기를 사정없이 찔러 넣었다.
"리셋――!!!"
콰아아아아아앙!
정신이 찢어발겨지는 듯한 지독한 고통이 영혼 전체를 뒤흔들었다. 인과율의 강물이 결계의 댐에 가로막혀 요동치다, 간발의 차이로 장벽의 경계를 뚫고 거세게 되감기기 시작했다.
스스스스…….
"허어어억……! 커헉! 켁!"
강우는 침대에서 굴러떨어지며 선혈이 섞인 위액을 바닥에 쏟아냈다.
몸이 덜덜 떨렸고, 영혼이 반쯤 유실된 것과 같은 극도의 오한과 두통이 밀려왔다. 결계의 영향 때문에 회귀의 통로가 찢어질 뻔했던 탓이었다. 조금만 주사기가 늦었더라도 그는 영원히 류카이의 던전 속에서 뇌가 녹아내린 시체가 되어 있었을 터였다.
"하아, 하아…… 살아 돌아왔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머리를 쥐어뜯으며 수첩을 폈다.
시간은 다시 포천 던전 작전 약속 당일 오전 9시 00분이었다.
[1차 루프 실패: 포천 던전 크로노스 기어]
- 진입 후 15분 뒤 보스룸 도달.
- 류카이가 크로노스 기어를 기동하는 시점은 11시 47분 03초.
- 결계가 가동되면 반경 50미터 이내의 물리/마법 흐름이 3배 이상 지연됨. S급 헌터의 돌격마저 무력화.
- 해결 방안: 결계가 완전히 동기화되어 잠기기 전, 즉 11시 47분 01초에 크로노스 기어의 3번 회전축 기어 홈(마력이 집중되는 코어)을 백현우의 대검 끝으로 정밀 타격하여 과부하시켜야 함. 타이머 오차 0.05초 이내.
강우의 눈빛에 집요하고 매서운 복수심이 다시 불타올랐다.
"0.05초의 동기화 오차라…… 백현우의 신체 능력을 내가 100% 동기화 제어해야 해. 섀도우의 정밀 타이밍 오더로 놈의 결계를 역으로 깨부순다."
강우는 떨리는 손으로 옷을 입고 다시 방을 나섰다.
두 번째 루프.
시간을 지배하려는 광신도들과, 죽음을 헤치고 돌아온 무능력자의 처절한 타이밍 러시가 다시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