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하면 하루 전으로 회귀합니다

56화: 사냥의 서막
사흘 뒤 밤 11시 30분. 경기 포천의 한 깊고 음침한 민통선 인근 숲속.
우거진 수풀 사이로, 오랫동안 방치되어 관리 대상에서 누락된 폐쇄 던전 [어둠의 안식처]의 게이트 입구가 아가리를 벌리고 있었다. 게이트 주변에는 붉은색과 검은색의 마력 리본들이 기괴하게 얽혀 흔들리고 있었다. 광신도 집단 [심연의 눈]이 시간 왜곡 결계를 유지하기 위해 설치해 둔 간섭 아티팩트들의 흔적이었다.
수풀의 어둠 속에서, 은빛 방한 아머를 착용한 유지원과 감사국 정예 요원 10명이 극도로 숨을 죽인 채 대기하고 있었다.
바스락.
그때, 나뭇가지가 밟히는 소리와 함께 낡은 가죽 코트를 걸친 백현우가 소리 없이 숲그림자 속에서 걸어 나왔.
그의 등 뒤에는 그의 고유 무기이자 S급 최상위 대검인 '심연의 분쇄자'가 칠흑 같은 철제 검집에 꽂힌 채 웅장하게 서 있었다. 꾀죄죄하던 사흘 전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그의 두 눈에는 오직 복수만을 갈망하는 사나운 기세가 가득 차 있었다.
"왔군, 백현우 씨."
배낭을 멘 강우가 후드를 깊게 눌러쓴 채 그림자 속에서 나타났다.
백현우는 강우를 내려다보며 대검 손잡이를 툭툭 쳤.
"시간 맞춰 왔지. 류카이 그 개새끼의 목을 따는 데 내 약속 어길 일 있겠냐. 섀도우, 준비는 끝났겠지? 네놈이 적어준 데이터가 1초라도 어긋나면 네놈부터 죽는다는 경고는 여전히 유효하다."
"걱정 마십시오. 제 데이터는 완벽합니다."
강우의 눈동자가 차갑게 식어갔다.
"오후 11시 45분. 지금 즉시 진입합니다. 내부에는 심연의 눈 정예 사제들과 놈들이 세팅해 둔 시간 왜곡 결계가 가동 중입니다. 진입하는 순간 온몸의 감각과 속도가 1.5배 정도 느려지는 지체 현상이 올 테니, 마력을 체내로 강하게 순환시켜 평형을 유지하십시오."
"흥, 그 정도 왜곡쯤이야 힘으로 찢어버리면 그만이지. 가자."
백현우가 먼저 게이트 장막을 헤치고 안으로 뛰어들었다. 유지원과 감사국 요원들, 그리고 강우가 일제히 그 뒤를 쫓아 검붉은 차원의 소용돌이 속으로 몸을 던졌다.
스스스스…….
게이트를 통과하자마자 느껴진 위화감은 어마어마했다.
던전 내부는 기괴하게 비틀린 고딕 풍의 석조 폐허와 늪지대가 뒤엉킨 공간이었다. 하늘은 피처럼 붉은 구름이 소용돌이치고 있었고, 사방에 넘실거리는 검은 안개가 사지를 무겁게 옥죄어 왔다. 강우의 말대로, 한 걸음 한 걸음이 물속을 걷는 것처럼 신체 감각이 둔탁하고 느려지는 지체 현상이 밀려왔다.
"윽…… 온몸이 모래주머니를 찬 것처럼 무거워요."
유지원이 신음을 흘렸다.
'동요하지 마십시오. 심연의 눈 놈들이 가동 중인 결계의 말단 파동입니다. 백현우 씨, 지금 우측 3시 방향의 무너진 신전 잔해 뒤편으로 대검을 뽑아 종격으로 내리치십시오. 1초 뒤 그곳에서 광신도들의 수호 마수 '안개 추적자' 3마리가 돌출됩니다.'
강우의 실시간 훈수가 백현우의 인이어에 꽂혔다.
"시작부터 훈수군. 좋아, 믿어보지!"
백현우는 등 뒤의 거대한 대검 '심연의 분쇄자'를 번개처럼 뽑아 들었다.
스으으으으――!
대검에서 뿜어져 나온 암적색의 가공할 S급 마력이 늪지대의 검은 안개를 단숨에 찢어발겼다. 그는 섀도우가 지목한 3시 방향의 돌탑을 향해 단숨에 허공을 가르며 하강 세로 베기를 날렸다.
콰아아아아아앙――!!!
대검이 지면을 내리치며 대폭발이 일어났다. 돌탑이 무너지며 그 잔해 아래에서, 섀도우의 예언대로 안개 속에 은신해 습격하려던 붉은 눈의 괴수 '안개 추적자' 세 마리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피와 살점의 파편이 되어 사방으로 바스러졌다.
"……?!"
뒤따르던 감사국 요원들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안개의 은신을 간파하는 것도 불가능한 결계 속에서, 적들의 좌표를 0.1초 전에 예측해 선제 타격을 날려 전멸시키는 이 압도적인 전술 지휘.
'쉬지 마십시오. 바로 11시 방향의 지하 수로 입구로 돌진해야 합니다. 그곳을 지키는 2급 사제 5명이 마력 결계를 가동하려 합니다. 3초 뒤 놈들이 마도 주문을 시작하니, 결계가 완성되기 전에 참격을 수평으로 날려 목을 치십시오.'
"어디 쥐새끼들 목을 따러 가볼까!"
백현우의 광기 어린 투지가 폭발했다.
그는 바닥의 진흙을 폭발시키며 11시 방향 지하 수로를 향해 탄환처럼 도약했다.
수로 입구의 제단 앞에는 검은 로브를 깊게 쓴 심연의 눈 광신도 사제 5명이 양손을 치켜들고 주문을 외우려던 참이었다.
"위대한 심연이시여, 우리에게――."
"내 여동생이 있는 염라대왕한테나 가서 외워라!"
백현우의 거구와 함께 수평으로 회전한 대검 참격이 수로 전체의 대기를 갈랐다.
스화아아앗!
"컥?!"
"으, 윽……!"
마도 결계가 손가락 끝에서 켜지기도 전에, 다섯 명의 사제들의 목이 일제히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하늘로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갔다. 붉은 분수가 뿜어 나오며 사제들의 시체가 바닥으로 스러졌다.
"대단해……."
유지원은 소름이 돋았다.
S급의 가공할 파괴 무력과, 섀도우의 모든 미래 변수를 해체하는 정밀한 네비게이션이 맞물리자, 클리어 불가능해 보였던 시간 왜곡 던전이 일방적인 학살 극의 고속도로로 탈바꿈하고 있었다.
백현우는 검을 털어내며 강우를 향해 씨익 웃어 보였다.
"이봐, 섀도우. 네놈 오더는 진짜 기가 막히는군. 10년 동안 가슴에 얹혀 있던 체증이 싹 내려가는 기분이다. 다음은 어디지?"
강우는 후드 아래로 보이는 수로 깊은 곳을 향해 단말기를 들이밀며 나직하게 답했다.
"다음은 수로 하부의 '시간의 소용돌이' 방입니다. 그곳에서 류카이의 직속 수호자들과 결계의 핵심 중추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진짜 사냥을 개시하죠."
강우의 눈동자 속에서, 복수의 이정표가 붉은색 스펙트럼으로 쨍하게 빛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