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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하면 하루 전으로 회귀합니다54화

사망하면 하루 전으로 회귀합니다

사망하면 하루 전으로 회귀합니다

54화: 수면 위로 떠오른 이름

강남 테헤란로의 기적적인 클리어 이후, 대한민국 헌터계는 거대한 패닉과 경탄에 휩싸였다. A급 변이 던전이 단 한 명의 사상자도 없이 완파되었다는 보고는 전 세계 헌터 협회 연합의 기밀 데이터베이스에 등재되었고, 유지원이 언급한 '보이지 않는 설계자 섀도우'의 이름은 국가 최고 정보기관의 최우선 관심 정보로 분류되었다.

"섀도우를 찾아라."

"그의 예언 능력이든, 던전 교란 시스템이든 상관없다. 그를 선점하는 길드가 세계의 주도권을 쥔다."

국내 1위 길드이자 독점적 대기업인 '한울'을 비롯한 초거대 세력들이 물밑에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섀도우의 진짜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 다크웹의 모든 트래픽을 감시하고, 감사국 내부의 인맥들을 매수하려 시도했다.


각성자 감사국 1조 팀장실.

유지원은 책상 가득히 쌓인 기밀 봉투들을 바라보며 굳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봉투 안에는 한울 길드의 정보 부서와 청와대 안보실에서 보낸, '섀도우에 관한 정보 제공 및 수사 협조 요청서'가 수십 장 들어 있었다. 그들은 감사국 1조가 섀도우와 직접 소통하고 있음을 눈치채고 압박을 가하고 있었다.

"팀장님, 한울 길드 측에서 파견한 정보원들이 저희 사무실 근처를 배회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섀도우 님의 흔적을 캐기 위해 저희 내부 통신망을 도청하려는 것 같습니다."

부관의 귓속말에 유지원은 단호하게 손을 내저었다.

"전산실에 지시해서 감사국 1조의 모든 무전 기록과 통신 백업 파일을 즉시 영구 삭제 처리해라. 그리고 섀도우 님에 관한 수사 자료는 내 개인 오프라인 기밀 단말기로만 이관한다. 한울이든, 협회든, 청와대든 내 허가 없이는 섀도우라는 이름 근처에도 얼씬거리지 못하게 해."

"예! 알겠습니다."

부관이 물러가자, 유지원은 품에서 섀도우와의 기밀 무전기를 꺼내 들었다.

치이익――.

"섀도우, 내 목소리가 들리나요? 지금 한울 길드와 정부 고위직들이 당신을 찾기 위해 미친 듯이 수사를 벌이고 있어요. 제가 최선을 다해 막고 있지만 오래 버티기는 힘들지도 몰라요."

무전기 저편에서 강우의 고요한 음성이 들려왔다.

"예상했던 일입니다.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그들의 정보망 수준으로는 제 그림자조차 밟지 못할 테니까요."

강우의 말대로였다.

강우는 이미 한울 길드의 메인 프레임 컴퓨터에 자신만이 아는 미래의 해킹 백도어(Backdoor) 패킷을 심어두어, 그들이 보내는 정보원들의 실시간 동선과 지시 사항을 손바닥 들여다보듯 역관찰하고 있었다. 한울의 헌터들이 감시망을 짤 때마다, 강우는 어둠 속에서 유유히 그 사각지대만을 골라 교정을 거닐 뿐이었다.

"그보다 유지원 씨. 최현준이 체포되고 태성이 정화되면서, 오히려 더러운 시궁창 아래에 숨어 있던 진짜 괴물들이 기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강우의 목소리에 전에 없던 짙은 경계심이 서렸다.

"괴물이라니요? 한울 길드 이상의 적이 있다는 건가요?"

"지구를 멸망시키려는 차원 광신도 집단, [심연의 눈]입니다."

유지원의 동공이 흔들렸다.

[심연의 눈].

세간에는 단순한 사이비 종교나 급진적 각성자 테러 단체로 알려져 있었으나, 감사국의 내부 자료에 의하면 그들은 베일에 싸인 초대형 미스터리 집단이었다.

"그들이 최근 경기 북부와 서부 일대의 저등급 게이트 세 개를 은밀하게 순회하며 기묘한 마도진을 매설한 흔적을 포착했습니다. 그들은 단순한 던전 브레이크를 원하는 게 아닙니다. 회귀자의 인과율 조율을 원천 봉쇄할 수 있는 특수한 결계…… [시간 지연 결계]의 발동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강우의 이가 갈리는 소리가 미세하게 울렸다.

시간 지연 결계.

만약 이 결계가 가동되면, 결계 영역 내에서는 사망 판정을 받더라도 시간이 과거로 회귀하지 못하고 영구히 정체되거나, 아예 존재 자체가 소멸해 버리는 끔찍한 시간 왜곡 현상이 발생했다. 강우에게는 자신의 목숨 줄이자 유일한 이능인 '사망 시 하루 전 회귀(EX)'의 치명적인 카운터 결계였다.

"놈들이 제 유일한 권능을 눈치챘거나, 혹은 시간의 왜곡 현상 자체를 감지하고 결계를 치려는 겁니다. 이번에는 제 죽음의 리셋이 통하지 않을 수도 있는 일촉즉발의 판입니다."

유지원의 가슴이 쿵쾅거리며 뛰었다.

"그럼 어쩌죠? 섀도우조차 죽어서 리셋할 수 없다면, 우린 어떻게 대처해야 해요?"

"무력이 필요합니다."

강우의 음성에 굳건한 결의가 서렸다.

"그 결계를 내부에서 힘으로 찢어발겨 줄 절대적인 거포(巨砲)가 필요합니다. 세계 랭킹 50위권의 S급 독고다이 헌터이자, 현재 북한산 인근에서 칩거 중인 은둔자 백현우를 포섭해야 합니다."

"백현우 헌터요?! 하지만 그분은 협회나 대형 길드의 그 어떤 제안도 거절하고 만사를 귀찮아하는 괴짜로 소문나 있어요. 아버지가 수십억의 계약금을 제시했을 때도 쳐다보지도 않았던 사람인데, 어떻게 그를 기용하겠다는 거죠?"

강우는 차가운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싱긋 웃었다.

"그가 거절하지 못할 '진실'을 제가 쥐고 있으니까요. 유지원 씨는 모레 아침, 북한산 사찰 근처의 전통 찻집에서 저와 만나 백현우를 찾아갈 준비를 하십시오. 섀도우가 던지는 세 번째 체스판의 진짜 핵심 기물이, 이제 움직일 차례입니다."

지이잉.

통신이 끊겼다.

강우는 주머니에 손을 넣고 북쪽 하늘을 응시했다. 저 멀리 거대한 산자락 너머로, 세계의 균열을 상징하는 기괴한 검은색 마력 파동이 미세하게 꿈틀거리고 있었다.

마침내 제3막이 막을 내리고, 지구의 멸망을 막으려는 보이지 않는 설계자와 광신도들의 첫 번째 인과율 충돌인 제4막 '드러나는 세계의 균열'의 거대한 막이 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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