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하면 하루 전으로 회귀합니다

52화: 오함마의 궤적
쉬이이익! 콰과과광!
사방에서 빗발치는 거대한 얼음 고드름 비가 성채 홀 바닥을 사정없이 짓이겼다.
마도 전기와 신체 강화 버프가 송두리째 뜯겨 나간 헌터들은 무거운 장비를 짊어진 채 숨을 헐떡이며 굴렀다. 스킬을 쓸 수 없는 그들에게 서리여왕의 광역 공격은 피하기 불가능한 재앙처럼 보였다.
그러나 유지원의 귀로 흘러 들어오는 섀도우의 지시는 여전히 오차가 없었다.
'유지원 씨, 좌측으로 세 걸음 구르고 무릎을 굽히십시오. 박성태 씨, 방패를 머리 위로 올리지 말고 전면 45도로 비스듬히 눕혀 바닥의 충격을 비껴내십시오. 앞으로 2초 뒤 천장 3시 방향에서 거대 얼음 송곳이 떨어집니다.'
"박 팀장님! 방패를 45도로 눕혀 바닥에 고정해요! 다들 내 오더에 맞춰 좌측으로 구르세요!"
유지원의 처절한 외침에 박성태는 이성을 잃지 않고 방패를 바닥에 박았다.
콰아아앙!
집채만 한 얼음 기둥이 박성태의 방패 전면을 스치며 바닥을 박살 냈다. 충격파로 인해 몸이 밀려났지만, 미리 비껴내는 궤도를 취한 덕분에 다치지 않았다. 대원들 역시 유지원의 0.1초 회피 동선에 맞춰 몸을 굴려 고드름 폭우를 기적처럼 피해 냈다.
"하아, 하아…… 마력이 없는데도 이게 피해지다니……!"
대원들의 경악 섞인 숨소리 사이로, 사각지대의 어둠 속에서 조용히 움직이는 한 소년이 있었다.
강우는 [그림자 보행]으로 서쪽 구석의 어두운 그늘 속에 도착했다.
그의 눈앞에는 푸른색 마력을 넘실거리며 공중에 떠 있는 붉은색 '영혼 마석 기둥'이 서 있었다. 기둥 주변에는 침입자의 마력을 감지하여 타격을 원천 차단하는 반투명한 마법 방어 결계막이 은은하게 켜져 있었다.
마력이 0.00%인 강우가 다가가 기둥에 손을 얹었다.
스윽.
장벽은 마력 반응이 전혀 없는 강우의 육체와 순수 철제 오함마를 아티팩트의 일종이나 환경적 요소로 오인하고,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은 채 그대로 통과시켰다.
강우의 입가에 차가운 실소가 걸렸다.
그는 오함마의 자루를 양손으로 꽉 쥐고 허리를 회전시켰다. 17번의 루프 동안 얼음 거인들의 몽둥이질 각도를 보며 머릿속으로 수없이 연마했던 가장 파괴적이고 정교한 회전 궤적이었다.
"깡――!!!"
묵직한 철제 해머가 마석 기둥의 정중앙 핵을 강타했다.
쩍! 쩌어어어억!
마력 보호막은 멀쩡한 채, 그 내부의 영혼 마석 기둥만이 강우의 깡다구 섞인 물리 타격에 박살 나며 사방으로 붉은 파편을 튀겼다. 마력이 공급되던 한 축이 부서지자, 결계막이 붕 소리를 내며 흔적도 없이 소멸했다.
크어어어어어?!
서리여왕이 이상함을 감지하고 서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강우는 이미 타격의 반동을 이용해 등 뒤의 칠흑 같은 기둥 그림자 속으로 몸을 숨겨 사라진 뒤였다.
'하나.'
강우는 숨을 죽인 채 남쪽 기둥의 그림자 속에서 솟구쳐 올랐다.
"깡――!!!"
두 번째 기둥이 가루가 되었다.
'둘.'
동쪽 기둥을 향해 달리는 강우의 이마에 땀방울이 맺혔다. 보스의 고드름 공격이 더욱 사나워졌으나, 강우는 자이언트의 몽둥이를 피했던 감각을 살려 날아오는 잔해들을 몸을 틀어 피해 냈다.
"깡――!!!"
세 번째 기둥 완파.
'셋.'
이제 마지막 북쪽 기둥이었다.
서리여왕은 마침내 자신의 결계 원동력을 부수고 다니는 쥐새끼의 정체를 포착했다. 마력 반응이 전혀 없는 기묘한 침입자.
크아아아아악!
서리여왕이 분노의 비명을 지르며, 북쪽 기둥으로 도약하던 강우를 향해 수십 개의 날카로운 서리 화살을 일제히 쏘아 보냈다.
쉬쉬쉬쉭――!
"……!"
피할 틈이 없었다.
강우는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도망치는 대신, 오히려 오함마를 어깨 위로 치켜들며 기둥을 향해 몸을 던졌다.
"그림자 방벽!"
자신의 모든 정신력을 쥐어짜 등 뒤에 최소한의 그림자 결계를 펼쳤다.
피비린내 나는 타격음과 함께 서리 화살 두 발이 강우의 허벅지와 어깨를 관통했다. 극심한 냉기 통증이 온몸의 신경을 마비시키려 했으나, 강우는 이가 부러질 정도로 이를 악물며 남은 왼손으로 오함마를 거칠게 내리쳤다.
"깨져라――!!!"
쿠아아아앙!!!
마지막 네 번째 북쪽 영혼 마석 기둥이 완벽하게 가루가 되며 폭발했다.
그와 동시에, 웅장한 최종 보스 룸 전체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던 보랏빛 '절대 한기' 결계가 유리창이 깨지듯 쨍그랑! 소리를 내며 하늘로 흩어져 사라졌다.
지이이이이잉――!
"어……?!"
"마력이…… 마력이 돌아왔다!"
대원들의 전신에서 찬란한 마력 오라가 폭발하듯 솟구쳐 올랐다. 억눌려 있던 A급 전사들과 생도들의 마력 수치가 임계점을 뚫고 용솟음쳤다.
박성태는 온몸을 강철 마력으로 감싸 안으며 우렁차게 포효했다.
"이 괴물 년이…… 감히 우리를 장난감 취급해?! 방패병들, 돌격! 딜러진은 최상급 마법을 때려 박아라!"
"오오오!"
마침내 구속에서 풀려난 사냥개들의 맹렬한 역습이 시작되었다.
유지원은 세검을 치켜들고, 전신의 마력을 다해 하늘로 솟구쳤다. 그녀의 검날에 맺힌 푸른 빙결 기둥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하고 예리했다.
"나락의 서리여왕! 대가를 치를 시간이에요!"
유지원의 검날이 서리여왕의 가슴팍을 향해 뇌전처럼 뻗어 나갔.
콰아아아아아앙――!!!
결계가 깨진 보스는 더 이상 무적이 아니었다. 쏟아지는 A급 헌터들의 총공격 속에, 서리여왕의 거구는 비참한 울음소리와 함께 사방으로 얼음 가루가 되어 폭사해 나갔다.
그 찬란한 폭발의 여파 너머, 어두운 구석의 얼음벽에 기대어 쓰러져 있던 강우는 허벅지와 어깨를 움켜쥐며 옅은 실소를 지었다.
"클리어다……."
그는 오함마를 바닥에 내려놓고, 천천히 눈을 감았다.
17번의 죽음을 딛고 일어선 소년의 완벽한 승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