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하면 하루 전으로 회귀합니다

49화: 무작위의 덫
눈보라 늑대 무리를 소탕한 레이드 팀은 얼음 미로를 빠져나와 던전의 중층부인 '빙하 계곡' 초입에 도달했다.
눈앞에 펼쳐진 계곡은 수백 미터 높이의 거대한 얼음 절벽들 사이로 푸른빛의 깊은 협곡이 끝없이 이어진 기괴한 구조였다. 계곡 바닥에는 정체불명의 푸른색 마력 안개가 끈적하게 깔려 있어 바닥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유 팀장. 다음은 어디요? 이번에도 당신의 그 신기한 '예지'를 보여주시지."
박성태가 빈정거리는 투로 물었다. 늑대 기습을 막아낸 것은 인정하지만, 여전히 지휘권을 빼앗긴 것에 대한 앙금이 남아 있었다.
유지원은 즉시 인이어로 섀도우에게 의견을 물었다.
'섀도우, 계곡의 마력 흐름이 이상해요. 안개가 너무 짙어서 탐지가 되지 않아요.'
'조심하십시오.'
강우의 목소리에 전에 없던 긴장감이 묻어났다.
'계곡 바닥의 마력 지맥이 고정되어 있지 않고 요동치고 있습니다. 속성이 실시간으로 무작위로 바뀌는 특수 기믹 구역입니다. 1분 단위로 안전 경로가 완전히 뒤바뀝니다. 제가 흐름을 리딩할 테니 제 지시에 맞춰 발걸음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옮기십시오.'
'알겠어요.'
유지원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대원들에게 선언했다.
"전원 내 발자국만 밟고 따라와라! 한 걸음이라도 어긋나면 죽는다!"
강우는 흑백으로 물든 시야 속에서 계곡 바닥에 흐르는 마력 배선의 색깔 변화를 매 초마다 추적했다.
'파란색 라인은 빙결, 붉은색 라인은 화염, 보라색 라인은 맹독입니다. 지금은 파란색입니다. 우측 2시 방향의 돌출된 얼음 바위 위로 뛰십시오.'
"우측 2시 방향 바위 위로 도약!"
유지원의 명령에 대원들이 신속하게 바위 위로 뛰어올랐다. 그들이 착지하자마자, 방금 서 있던 평평한 빙판 아래에서 시꺼먼 화염 불길이 뿜어져 나왔다. 조금만 늦었어도 전원이 통구이가 될 뻔한 순간이었다.
"으아아악! 정말 바닥에서 불이……!"
"완전히 예측 불가능한 불규칙 기믹이잖아?!"
대원들이 가슴을 쓸어내리며 유지원을 더욱 맹목적으로 믿기 시작했다.
하지만 강우가 계산하지 못한 치명적인 변수가 발생했다.
[얼어붙은 나락]은 단순히 지형 기믹만 무작위로 바뀌는 던전이 아니었다. 던전 전체가 침입자의 마력을 감지하고 난이도를 기하급수적으로 끌어올리는 'A급 변이 던전'의 본질을 갖고 있었다.
지잉――.
갑자기 계곡 전체의 마력 흐름이 보라색(맹독)으로 물들더니, 그 색상이 바뀌지 않고 고정되어 버렸다.
'어……?! 1분 주기가 깨졌어?!'
강우의 눈동자가 급격히 흔들렸다.
동시에 계곡 사방의 얼음 절벽 벽면이 쩍쩍 갈라지며, 높이 5미터가 넘는 거대한 얼음 거인 '프로스트 자이언트' 5마리가 거대한 얼음 몽둥이를 치켜들고 기어 나왔.
크어어어어어어억!
자이언트들의 포효와 함께, 계곡 바닥의 보라색 안개가 폭발하듯 팽창하며 맹독 가스가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큭! 맹독 가스다! 필터 장벽 전개해라!"
박성태가 소리치며 강철 방패를 바닥에 내리찍었으나, A급 변이 던전이 뿜어낸 맹독 가스의 부식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강철 장벽 결계가 맹독 안개에 닿자마자 치지직 소리를 내며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아, 안 돼! 숨이……!"
"쿨럭! 컥!"
대원들이 일제히 각혈을 하며 바닥에 쓰러졌다.
설상가상으로 공중에서 내리친 자이언트들의 얼음 몽둥이가 바위를 강타했다.
쿠아아아아아앙――!
"끄아아악!"
바위가 박살 나며 생도들과 헌터들이 맹독 안개가 끓어오르는 바닥 구덩이 속으로 추락했다. 박성태 역시 자이언트의 몽둥이를 방패로 막아섰으나, 몽둥이에 실린 가공할 물리적 파괴력 앞에 팔뼈가 부러지며 대리석처럼 으스러진 지면 위를 굴렀다.
유지원 역시 맹독 가스를 들이마시고 얼굴이 창백하게 질린 채 한쪽 무릎을 꿇었다. 그녀의 세검끝에서 서리가 뿜어 나왔으나, 자이언트의 몽둥이가 그녀의 머리 위로 무자비하게 떨어져 내렸다.
콰직!
"아……."
참혹한 파열음과 함께 유지원의 몸이 바닥에 처박혔다.
"안 돼……!"
대열의 맨 뒤에서 맹독 가스를 들이마셔 이미 폐가 타들어 가고 있던 강우는 피를 토하며 바닥을 기어갔다.
자이언트 중 한 마리가 강우를 발견하고 거대한 발을 치켜들었다.
강우는 흐려지는 시야 속에서, 자이언트의 공격 모션과 맹독 안개의 기류 변화, 그리고 지맥의 불안정한 스파크 주파수를 끝까지 노려보았다.
"프로스트 자이언트…… 몽둥이 휘두르는 각도 35도…… 맹독 분출 주파수는 지맥의 보라색 라인이 적색과 교차할 때 역류……."
그는 마지막 남은 힘을 쥐어짜 주머니에서 독약 주사기를 꺼냈다.
"리셋……!"
툭.
주사기를 목에 꽂아 넣으며, 강우의 세 번째 루프가 강제로 선언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