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하면 하루 전으로 회귀합니다

48화: 예언의 증명
"유지원! 미쳤어?! 지휘권 찬탈은 길드 규정 위반이야! 당장 그 빙결 기둥을 치우지 못해?!"
박성태가 핏대를 세우며 소리쳤다. 그의 전신에서 방출된 A급 강철 마력이 웅웅거리며 진동했다.
하지만 유지원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그녀의 은빛 눈동자는 박성태를 지나쳐 눈보라가 몰아치는 허공을 굳건히 응시하고 있었다. 그녀의 인이어를 통해 섀도우의 고요한 목소리가 카운트다운을 시작하고 있었다.
'10시 7분 00초. 앞으로 12초 남았습니다. 유지원 씨, 지금 즉시 힐러진을 감싸는 우측 45도 방향으로 삼중 빙결 장벽을 전개하십시오.'
유지원은 즉시 검을 치켜들었다.
"마법사 및 서포터 생도들! 힐러진을 중심으로 우측 45도 각도로 방벽 스킬 캐스팅을 즉시 준비해라! 내가 얼음 장벽을 삼중으로 까는 순간, 마력 방패를 겹쳐서 전개한다! 당장!"
"예, 예!"
유지원의 서슬 퍼런 오더에 겁에 질린 생도들이 반사적으로 마력을 쥐어짜기 시작했다.
파아앗!
유지원의 세검 끝에서 뿜어져 나온 거대한 냉기류가 힐러진의 우측 허공에 단단하고 투명한 삼중 얼음 장벽을 순식간에 직조해 냈다. 그와 동시에 마법사 생도들의 푸른색 마력 결계가 겹겹이 덮어씌워졌다.
"쯧, 생도들까지 데리고 무슨 해괴한 짓을……."
박성태가 콧방귀를 뀌던 그 찰나.
오전 10시 7분 12초.
쿠아아아아아앙――!
유지원이 얼음 장벽을 전개한 지 정확히 5초 뒤, 좌측과 우측, 그리고 후방의 단단해 보였던 얼음 벽면들이 한순간에 폭발하듯 박살 났다.
그리고 자욱한 얼음 파편 너머로, 붉은 안광을 번뜩이는 눈보라 늑대 24마리가 침을 흘리며 기습 돌격해 왔다. 놈들의 착지 각도와 습격 동선은 섀도우의 분석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일치했다.
콰지직! 쿵! 쿵! 쿵!
"크르르릉?!"
기습적으로 힐러들의 목덜미를 물어뜯으려던 늑대들은, 5초 전에 이미 완벽한 위치에 쳐져 있던 삼중 빙결 장벽과 마력 결계에 머리를 거칠게 처박았다. 둔탁한 파열음과 함께 늑대 대여섯 마리가 뇌진탕을 일으키며 뒤로 꼴사납게 뒹굴었다.
단 한 명의 힐러도 다치지 않았다. 첫 번째 루프에서 목이 찢겨 나갔던 그 끔찍한 학살 극은 온데간데없었다.
"어……?!"
박성태의 턱이 툭 떨어졌다.
경계망에도 잡히지 않던 눈보라 속의 A급 마수 기습을, 단 1초의 오차도 없이 미리 알고 방벽을 쳐두었다는 것은 예언이 아니고서야 불가능한 영역이었다.
'10시 8분 15초. 6시 방향 천장에서 늑대 우두머리 '얼음송곳니 늑대'가 기습 돌격합니다. 유지원 씨, 지금 칼끝을 하늘 85도 각도로 겨누고 대기하십시오.'
유지원은 칼끝을 들어 자신의 뒤쪽 하늘을 비스듬히 겨누었다.
"이봐, 유지원! 하늘은 왜……."
박성태가 소리치던 바로 그 순간.
아우우우우우우――!
하늘의 먹구름 속에서 집채만 한 크기의 거대한 늑대 우두머리가 날카로운 고드름 송곳니를 드러내며 유지원의 머리 위로 수직 하강 기습을 감행했다.
유지원은 눈도 깜빡이지 않고, 세검 끝에 담아둔 빙결 비기 '동토의 쐐기'를 폭발시키며 그대로 찔러 올렸다.
파아아앗!
서걱!
"크끄으으윽……!"
늑대 우두머리는 허공에서 방어할 틈도 없이, 자신의 입안으로 정교하게 빨려 들어온 유지원의 검날을 그대로 집어삼켰다. 칼끝에서 폭발한 A급 한기가 늑대의 장기를 단숨에 얼려버렸고, 놈의 거구는 땅에 닿기도 전에 은빛 얼음 덩어리가 되어 박살 났다.
와장창――!
바닥에 흩어진 늑대 우두머리의 얼음 잔해를 보며, 대치하고 있던 사설 헌터들과 박성태는 숨을 쉬는 법조차 잊은 듯 침묵했다.
"기, 기습을 전부 막아내고…… 우두머리까지 일격에?"
"말도 안 돼. 유지원 팀장님, 정말로 신의 눈을 가지신 겁니까?!"
대원들의 경탄 어린 부르짖음이 눈보라 속에 메아리쳤다.
박성태는 얼굴이 벌게진 채 입을 꾹 다물었다. 더 이상 지휘권 찬탈이니 뭐니 소리칠 명분이 완전히 사라진 탓이었다. 만약 그녀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 직진했다면, 지금쯤 자신들은 늑대 떼의 밥이 되어 있었을 터였다.
'잘했습니다, 유지원 씨.'
강우의 나지막한 칭찬이 인이어로 들렸다.
'하지만 안심하긴 이릅니다. 이제부터 진짜 지옥의 시작이니까요.'
강우는 짐꾼 배낭을 고쳐 매며 대열의 후방에서 천천히 걸어 나갔다. 그의 눈동자는 흑백의 시야 속에서, 저 멀리 미로 깊숙한 곳에서 요동치며 기믹을 바꾸기 시작한 '지옥의 빙하 계곡'의 푸른 마력 반응을 예리하게 주시하고 있었다.
"가보자고, 나락의 밑바닥으로."
보이지 않는 설계자의 손끝 아래, 두 번째 루프의 전쟁터가 서서히 그 진짜 이빨을 드러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