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하면 하루 전으로 회귀합니다

47화: 두 번째 루프
"끄아아아악!"
"방패가…… 방패가 뚫린다! 살려줘!"
눈보라 늑대들의 이빨은 A급 방어구마저 얼려버린 뒤 종이짝처럼 찢어발겼다.
첫 번째 루프의 전개는 그야말로 비참한 도륙 극이었다. 공격대장 박성태는 오만하게 전방으로 방패 돌격을 감행했으나, 이미 힐러와 마법사 라인이 붕괴된 상태에서 쏟아지는 파상 공세를 견디지 못했다. 그의 강철 방패는 늑대들의 얼음 물어뜯기 공격에 쩍쩍 균열이 갔고, 이내 늑대 세 마리에게 다리가 뜯겨 나가며 비명과 함께 바닥에 쓰러졌다.
유지원 역시 필사적으로 빙결 세검을 휘두르며 저항했으나, 세 방면에서 일시에 덮쳐오는 늑대들의 변칙 도약을 감당하지 못했다.
콰지직!
"아앗……!"
차가운 서리 이빨이 유지원의 어깨를 관통했고, 그녀의 몸이 빙판 위로 짓눌렸다. 늑대 무리가 그녀의 사지를 찢어발기려 붉은 눈을 번뜩이며 들이닥치는 광경이 강우의 시야에 박혔다.
강우는 품에서 독약 주사기를 꺼내 주저 없이 자신의 목줄기에 꽂아 넣었다.
"리셋……."
의식이 끊어지며, 심장을 찢는 차가운 독 기운이 뇌를 지배했다.
스스스스…….
"허어억……! 컥!"
강우는 침대 위에서 거친 숨을 토해내며 용수철처럼 몸을 일으켰다.
전신이 찢겨 나가던 환각 고통에 그는 가슴을 쥐어짜며 바닥을 굴렀다. 이마에서 흘러내린 비 오듯 한 땀방울이 방바닥을 적셨다. 그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책상 위의 수첩을 움켜쥐고 펜을 달렸다.
[1차 루프 기록: A급 '얼어붙은 나락']
- 오전 10시 5분: 박성태가 지맥 흐름을 묵살하고 직진할 시, 10시 5분 30초에 얼음 절벽 붕괴로 통로 차단.
- 오전 10시 7분 12초: 눈보라 늑대 24마리가 좌측 얼음벽 2시 방향, 우측 10시 방향, 그리고 후방 6시 방향의 천장에서 일시 기습.
- 힐러진 차단 방지를 위해선 기습 5초 전인 10시 7분 07초에 우측 45도 방향으로 빙결 방벽을 삼중 전개해야 함.
- 늑대들의 리더인 '얼음송곳니 늑대'는 10시 8분 15초에 6시 방향 천장에서 기습 돌격.
강우의 눈동자가 차갑고 예리하게 빛났다.
"17번의 죽음이라…… 아직 첫 번째다. 갈 길이 멀어."
그는 샤워실로 들어가 차가운 물로 몸을 씻어내며 정신을 가다듬었다.
오전 9시 00분. 강남 테헤란로 대기 텐트 안.
강우는 다시 한번 무거운 짐꾼 배낭을 메고 대기하고 있었다. 저 멀리 텐트 구석에서 유지원이 초조한 얼굴로 단말기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강우는 그녀의 곁을 스쳐 지나가며 아주 미세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동조 주파수 104.2MHz. 켜십시오."
유지원은 흠칫 놀라 강우의 뒷모습을 보았으나, 이내 표정을 다잡고 인이어의 채널을 돌렸다.
치이익――.
'섀도우……! 살아있었군요. 아니, 무사히 돌아왔군요.'
그녀의 목소리에는 안도감과 슬픔이 섞여 있었다.
'유지원 씨. 지금부터 제 말을 명심하십시오. 던전에 들어가면 박성태의 공격대장 권한을 반강제적으로 박탈해야 합니다. 그가 지시하는 대로 움직였다간 진입 7분 만에 힐러들이 몰살당하고 전멸합니다.'
'박성태의 권한을 뺏는다고요? 하지만 그는 길드의 고참이고 엄연히 공식 공격대장인데…….'
'그의 오만함이 우리 모두의 목을 칠 겁니다. 던전 진입 후 정확히 10시 5분, 그가 직진하려 할 때 빙결 마법으로 그의 앞길을 강제로 가로막으십시오. 그리고 지휘권을 넘겨받으십시오. 제가 실시간으로 몬스터들의 기습 방향과 기믹을 100%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유지원은 주먹을 꽉 쥐었다.
'……알겠어요. 섀도우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죠. 준비할게요.'
오전 10시 정각.
"전원 진입한다!"
박성태의 오만한 명령과 함께 레이드 팀 15명이 푸른색 서리가 일렁이는 게이트 속으로 다시 발을 들여놓았다.
눈앞에 펼쳐진 익숙한 먹구름과 눈보라. 차가운 얼음의 지옥.
강우는 뒤에서 묵묵히 걸으며 단말기의 시간을 보냈다.
오전 10시 4분 50초.
첫 번째 루프와 똑같이, 박성태가 대열의 선두에서 방패를 치켜들며 소리쳤다.
"시야가 안 좋군! 방패병들 전방으로 넓게 전개하고 직진한다! 딜러진은……!"
"멈추세요, 박 팀장님!"
유지원이 단호하게 그의 말을 가로막았다.
"뭐? 유 팀장, 또 무슨 시비요?"
박성태가 귀찮다는 듯 뒤를 돌아보았다.
유지원은 대답 대신 세검을 강하게 휘둘렀다. 파아앗! 쨍강거리는 한기 파동이 바닥을 타고 뻗어 나가더니, 박성태의 발밑 전방 2미터 지점의 얼음 바닥을 거대한 빙결 기둥들이 솟구쳐 오르게 만들어 길을 물리적으로 완전히 가로막아 버렸다.
"이, 이게 무슨 짓이야?!"
박성태가 검을 쥐어짜며 노성을 질렀다.
유지원은 그의 성난 눈빛을 냉정하게 받아치며 세검을 수평으로 들었다.
"이 앞은 함정입니다. 당신의 고집대로 직진하면 30초 뒤 위의 얼음 절벽이 붕괴해 퇴로가 막히고, 사방에서 눈보라 늑대 24마리가 기습해 올 겁니다. 힐러진이 10초 만에 몰살당하는 꼴을 보고 싶지 않다면, 지금부터 모든 지휘권은 제가 가집니다."
"뭐, 뭐라고?! 늑대 24마리 기습?!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박성태가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쳤으나, 유지원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A급 빙결 마력의 기세는 박성태의 방패를 짓누를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공격대장 박성태. 당신의 지휘 태만과 오판에 대해, 감사국 특별 감독관의 권한으로 지금 이 순간부로 당신의 지휘권을 임시 박탈합니다. 불만이 있다면 살아서 나가서 길드장님께 직접 하십시오."
유지원의 단호하고 추위보다 더 서늘한 선언이, 흩날리는 눈보라 속에서 생도들과 헌터들의 가슴에 쨍하게 박혀 들었다.
두 번째 루프.
죽음을 기록하는 소년의 진짜 체스판이, 훨씬 더 정교하고 파괴적인 형태로 가동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