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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하면 하루 전으로 회귀합니다46화

사망하면 하루 전으로 회귀합니다

사망하면 하루 전으로 회귀합니다

46화: 나락의 첫걸음

강남 테헤란로의 한복판. 평소라면 빌딩 숲 사이로 바쁘게 오가는 직장인들로 가득했을 4차선 도로가 군대와 바리케이드로 철저하게 통제되어 있었다.

도로 중앙 아스팔트가 쩍 갈라진 틈새 사이로, 높이 10미터가 넘는 거대한 얼음 결정 기둥 모양의 게이트가 푸른색 서리를 내뿜으며 우뚝 솟아 있었다.

A급 변이 게이트 [얼어붙은 나락].

아직 일반인들에게는 C급 전조 현상으로 포장되어 있었으나, 공기 중으로 새어 나오는 한기만으로도 주변 가로수들이 하얗게 얼어붙어 바스러질 정도로 파괴적인 위압감을 품고 있었다.

"거기 짐꾼! 멍하니 서 있지 말고 무거운 빙결 보호복 상자나 이리 가져와!"

"아, 네! 바로 가겠습니다."

강우는 가죽 방한 조끼에 두꺼운 짐꾼 배낭을 멘 채 상자를 들어 올렸다.

유지원의 전폭적인 승인 아래, 강우는 태성 길드가 자랑하는 정예 레이드 공략 팀의 '마력 보조 보급 및 짐꾼 조교'로 공식 합류해 있었다.

"이봐, 유 팀장. 대체 무슨 생각으로 저런 마력 0%짜리 무능력자를 A급 게이트 공략 팀에 밀어 넣은 겁니까?"

상자를 건네받던 덩치 큰 사내가 불만 가득한 목소리로 유지원에게 투덜거렸다.

그의 이름은 박성태. 태성 길드의 또 다른 A급 정예 방어 전사이자, 이번 '얼어붙은 나락' 레이드 팀의 공식 팀장(공격대장)이었다. 그는 강철처럼 단단한 전신 아머를 걸친 채 두꺼운 대형 방패를 가볍게 툭툭 쳤.

"성태 씨. 그분은 그냥 짐꾼이 아니라, 제가 신뢰하는 던전 분석 고문관이에요. 던전 내부에서 판단이 필요할 때 그분의 조언을 경청하셔야 할 겁니다."

유지원의 단호한 말에 박성태는 코웃음을 쳤다.

"고문관이요? 저런 솜털도 안 가신 애송이가? 유 팀장님이 영등포랑 사관학교에서 운 좋게 공을 세웠다고 하더니, 귀족 가문 아가씨 특유의 감성적인 인사가 도를 넘는군요. A급 던전은 장난이 아닙니다. 저런 무능력자 놈은 던전 입구의 한기만으로도 얼어 죽어요."

박성태는 강우를 벌레 보듯 노려본 뒤 퉤 하고 침을 뱉었다.

"어이, 꼬맹이. 내부로 들어가면 내 방패 뒤에서 한 발짝도 나오지 마라. 짐이나 똑바로 지키고 있으라고."

강우는 아무 대답 없이 그저 묵묵히 고개를 숙였다.

비웃음도, 모욕도 그에게는 아무런 자극이 되지 않았다. 강우의 시선은 오직 저 차갑게 일렁이는 푸른색 얼음 게이트만을 응시하고 있었다.

"박성태. 오만함은 던전에서 가장 좋은 먹잇감이지. 그 오만이 부를 파멸을 똑똑히 보여줘라."

강우는 입안으로 차가운 독백을 삼켰다.

오전 10시 정각.

"전원 진입한다! 방어 결계 상시 유지하고, 딜러진은 무기 주파수 확인해라!"

박성태의 우렁찬 외침과 함께 레이드 요원 15명이 차례차례 푸른색 얼음 장막 속으로 발을 내디뎠다. 강우 역시 묵직한 배낭의 끈을 단단히 조여 매고 그들의 뒤를 따랐다.

스스스스…….

게이트를 통과하자마자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현실의 상식을 아득히 초월한 빙결의 지옥이었다.

하늘은 온통 시커먼 먹구름으로 뒤덮여 눈보라를 미친 듯이 쏟아내고 있었고, 사방은 수십 미터 높이의 거대한 얼음 벽들이 미로처럼 얽혀 시야를 극도로 제한하고 있었다. 기온은 영하 30도 이하로 떨어져 방한 아머를 착용했음에도 뼈마디가 시려올 정도였다.

"쯧, 시야가 너무 안 좋군. 방패병들 전방으로 넓게 전개해라! 딜러진은 2열 횡대로 밀고 나간다!"

박성태가 소리쳤다.

'눈보라가 마력을 방해하고 있어요. 섀도우, 이 미로의 마력 스트림 흐름이 보이나요?'

유지원이 인이어를 통해 아주 작게 속삭였다.

강우는 흑백으로 물든 시야 속에서 사방의 얼음 벽에 흐르는 미세한 푸른색 마력 실타래들을 관찰했다.

'미로의 벽들이 미세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마력의 흐름이 반시계 방향으로 돌고 있어요. 지금 앞으로 직진하면 벽에 가로막혀 고립됩니다. 우측 통로로 돌아가야 합니다.'

유지원은 즉시 박성태에게 다가갔다.

"박 팀장님, 직진하지 말고 우측 통로로 우회해야 합니다. 지맥의 흐름이 불안정해요."

"우회라니요? 레이드의 생명은 스피드입니다. 이 정도 눈보라는 제 마력 방패로 충분히 걷어낼 수 있습니다. 돌격!"

박성태는 유지원의 말을 가볍게 묵살하고 방패를 앞세워 직진했다.

그의 오만한 돌격이 시작된 지 불과 3분 뒤.

쿠구구구구궁――!

갑자기 머리 위의 거대한 얼음 절벽이 무너지며 그들이 방금 지나왔던 통로를 완전히 차단해 버렸다. 순식간에 앞뒤가 꽉 막힌 얼음 사각지대에 레이드 팀 15명이 갇혀버린 꼴이었다.

"……앗?!"

박성태가 당황하여 멈칫하는 그 찰나.

아우우우우우우――!

눈보라 장막 너머로, 소름 끼치는 늑대들의 기괴한 울음소리가 사방에서 메아리쳤다.

공기 중의 한기가 급격히 팽창하더니, 눈보라 속에서 붉은 안광을 번뜩이는 A급 마수 '눈보라 늑대(블리자드 울프)' 수십 마리가 번개처럼 솟구쳐 나왔다. 놈들의 털가죽은 단단한 얼음 가시로 덮여 있었고, 들이쉬는 숨결마다 치명적인 빙결 브레스가 뿜어져 나왔다.

"기습이다! 방패 전개! 힐러진 보호해라!"

박성태가 소리쳤으나, 이미 늑대들은 공중으로 높게 도약해 사방의 얼음 벽을 타고 내려앉으며 대열의 가장 약한 연결 고리인 후방의 지원 마법사와 힐러 라인을 덮친 뒤였다.

콰지직!

"아악! 살려줘요!"

정예 힐러 한 명의 목이 늑대의 이빨에 무참히 씹혀 뜯겨 나가며 차가운 빙판 위로 붉은 선혈이 분수처럼 솟구쳤다.

아비규환의 지옥도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강우는 무거운 배낭을 멘 채, 차가운 얼음 기둥에 몸을 기댄 채 그 참혹한 학살 극을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묵묵히 쳐다보았다.

"박성태의 방패 궤적, 늑대들의 도약 각도, 첫 번째 사망자의 위치……."

그의 머릿속 컴퓨터가, 첫 번째 루프의 죽음의 일지를 아주 세밀하고 정교하게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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