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하면 하루 전으로 회귀합니다

43화: 최후의 발악
독고현의 체포와 밀거래 장부의 압수는 태성 길드 부길드장 최현준에게 단두대의 단추가 눌린 것과 같았다. 장부에 기록된 수조 원 대의 비자금 세탁, 불법 아티팩트 밀수, 그리고 사설 무장 세력 육성 혐의는 그를 더 이상 법의 테두리 안에서 보호받을 수 없게 만들었다.
감사국은 즉시 최현준에 대한 전국 수배령을 내렸고, 태성 길드의 길드장이자 유지원의 아버지인 유지태 역시 마침내 칼을 뽑아 들고 최현준 라인의 이사진들을 직위 해제하기 시작했다.
벼랑 끝에 몰린 최현준은 도망치는 대신 미친 짓을 선택했다.
그는 자신을 따르는 정예 사설 헌터 50명을 이끌고 서울 강남의 태성 길드 본사 빌딩 최상층 펜트하우스를 점거했다. 그리고 군사용 최상급 방어 결계인 '이지스 마도 방벽'을 가동시켰다.
위이이이이잉――.
태성 본사 빌딩의 상층부 전체를 덮어씌운 반투명한 금빛 장벽은 S급 각성자의 총공격조차 몇 시간 동안 버텨낼 수 있는 견고한 요새였다.
"최현준! 당장 결계를 풀고 투항해라! 이미 당신의 죄는 낱낱이 밝혀졌다!"
본사 빌딩 앞 광장에는 수백 명의 경찰과 감사국 수사대, 그리고 태성 길드의 주류 헌터들이 포위망을 치고 대치하고 있었다. 유지원은 확성기를 들고 경고했으나, 결계 너머 최상층에서는 아무런 응답도 없었다.
"유 팀장님, 어렵겠습니다. 저 이지스 방벽의 주파수는 외부에서 물리적으로 타격해서 뚫으려면 최소 사흘은 걸립니다. 그 전에 내부에서 기밀 자료를 전부 파기하거나, 최상층에 설치된 인공 게이트 소형 전송 장치로 최현준이 해외로 망명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부관의 절망적인 보고에 유지원은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최현준이 기어코 쥐새끼처럼 빠져나간다면, 감사국과 태성 길드는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이 될 터였다.
그때, 그녀의 인이어가 징 소리를 내며 연결되었다.
'유지원 씨. 본사 앞 광장의 대치 상황은 잘 보고 있습니다.'
섀도우였다.
'섀도우! 최현준이 이지스 방벽을 켜고 농성 중이에요. 내부의 마도 전송 아티팩트가 가동 준비를 마쳤다는 신호가 잡혔어요. 30분 뒤면 그가 해외로 빠져나갈 겁니다. 방법이 없을까요?'
'방법이 없었다면 제가 연락을 드리지도 않았을 겁니다.'
섀도우의 목소리는 여전히 태풍의 눈처럼 고요하고 깊었다.
'최현준이 신뢰하는 그 군사용 이지스 방벽의 설계 결함을 알려드리죠. 그 방벽의 원격 보조 마력 동력기는 빌딩 지하 3층 폐기물 처리장의 고압 전력선 배관실 뒷벽에 은밀히 매설되어 있습니다. 비상시를 대비해 최현준이 따로 라인을 따둔 곳이죠.'
'지하 3층이라고요? 하지만 빌딩 내부로 진입하는 로비와 지하 주차장 입구에도 최현준의 정예 경비들이 방벽 장치로 철저하게 통제하고 있어요. 감사국 요원들이 진입하려 하면 바로 경보가 울리고 방벽이 강화됩니다.'
섀도우는 나직하게 웃었다.
'그 진입은 제가 합니다. 당신들은 그저 제 타이밍에 맞춰 진격하기만 하면 됩니다.'
'섀도우, 설마 혼자서 거길 들어가겠다는 건가요? 거기는 경비 헌터들뿐만 아니라 마력 감지 트랩들이 겹겹이 깔려 있어요!'
'제가 말하지 않았습니까. 저는 무능력자입니다. 그들의 마력 감지 결계는 저를 인식하지 못합니다. 또한 그들이 배치해 둔 경비들의 교대 주기와 사각지대는 이미 제 머릿속에 다 들어 있습니다.'
유지원은 소름이 돋았다.
마도 공학 결계와 정예 헌터들의 경비망을 마치 제집 안마당 거닐 듯하겠다는 이 오만한 자신감. 하지만 섀도우가 지금까지 보여준 기적들은 이 오만이 철저한 팩트에 기반한 계산이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오후 2시 15분 정각입니다.'
섀도우가 시간을 선언했다.
'2시 15분 00초에, 빌딩 상층부의 이지스 방벽이 정확히 10초 동안 완전히 꺼질 겁니다. 그 10초의 틈을 타 유지원 씨와 정예 타격대가 빌딩 유리창을 깨고 최상층 펜트하우스로 다이렉트로 강습하십시오. 단 1초도 늦어서는 안 됩니다.'
'알겠어요. 2시 15분…… 강습 준비를 마쳐두겠어요.'
통신이 끊겼다.
그 시각, 태성 본사 빌딩 지하 3층의 음침한 배관실.
스스스…….
벽면에 드리운 굵은 철제 파이프의 그림자 속에서, 검은색 후드를 깊게 쓴 강우가 조용히 걸어 나왔.
그의 시선은 배관실 구석의 낡은 캐비닛 뒷벽을 향했다.
강우는 주저 없이 캐비닛을 밀어내고, 그 뒤에 숨겨진 비밀 콘크리트 벽을 단검 끝으로 강하게 찔렀다. 툭, 하는 소리와 함께 숨겨진 마도 패널이 솟구쳐 올랐다.
위이이이잉――.
패널 내부에는 노란색과 붉은색 마력 선들이 복잡하게 얽혀 이지스 방벽의 보조 동력을 상층부로 보내고 있었다.
강우는 자신의 단말기와 연결된 특수 바이패스 커넥터를 패널에 꽂았다.
삐비빅――.
[이지스 마도 방벽 제어 포트 우회 성공]
[동력 차단 예약 시간 설정: 14시 15분 00초]
[유지 시간: 10.00초]
"최현준, 네가 믿고 있는 그 절대적인 장벽이 네놈의 목을 조르는 올가미가 될 거다."
강우는 단말기의 세팅을 마친 뒤, 바이패스 장치를 벽면 깊숙한 곳에 보이지 않게 밀어 넣고 캐비닛을 원위치시켰다.
현재 시간 오후 2시 13분 40초.
차단 시퀀스 작동까지 남은 시간은 단 80초였다.
강우는 천천히 배관실의 그림자 속으로 다시 몸을 숨기며, 상상 속에서 시계 바늘의 움직임을 세었다.
째깍, 째깍, 째깍…….
그의 머릿속에서, 복수의 피날레가 완벽한 타이밍을 향해 째깍거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