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하면 하루 전으로 회귀합니다

42화: 혈쇄(血鎖)의 파멸
키에에에엑!
수천 마리의 폭주 혈안 거미 떼가 뿜어내는 끈적한 거미줄과 맹독 침이 폐공장 지하를 지옥으로 만들었다. 함정을 팠던 독고현의 사설 헌터들은 무방비 상태로 덮쳐온 마수들의 기습에 비명을 지르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아아악! 내 다리! 다리가 녹는다!"
"어디서 쏜 거야?! 거미 떼를 쫓아내! 마법사들 뭐 해?!"
매복 진형은 흔적도 없이 와해되었다. 반면, 감사국 정예 요원들은 유지원의 지시에 따라 미리 강우가 알려주었던 '마력 음파의 사각지대'이자 거미들이 본능적으로 기피하는 유황 배관 근처에 조밀한 결계를 치고 안전하게 엄호 사격을 가하고 있었다. 마수와 사설 헌터들이 서로 물고 뜯는 아수라장을 그저 방관하며 화력을 집중할 뿐이었다.
"이 빌어먹을 년이……!"
거미 세 마리를 붉은 쇠사슬로 휘감아 터뜨려 버린 독고현이 눈에 핏발을 세운 채 유지원을 노려보았다.
이 모든 변수가 유지원의 머리에서 나왔을 리 없었다. 그녀의 인이어를 통해 흘러 들어오는 정체불명의 설계자, '섀도우'의 개입이 분명했다.
"유지원! 네년의 그 목을 꺾어놓으면 이 장난질도 끝이다!"
쿠웅!
독고현이 바닥을 박차고 번개처럼 돌진했다. 그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온 적색 마력이 공중에서 수십 개의 날카로운 쇠사슬 뱀으로 화하여 유지원을 향해 사방에서 조여 왔다. A급 각성자의 전력을 다한 공격이었다.
쉬이이익!
쇠사슬들이 공기를 찢으며 날아드는 그 궤적은 피할 틈이 없어 보였다.
그 찰나, 유지원의 귀로 섀도우의 고요하고 차분한 음성이 들려왔다.
'좌측 아래로 구르며 세검을 45도 각도로 세워 튕겨내십시오. 독고현의 혈쇄는 회전할 때 오른쪽 견갑골 아래의 지맥 배관 흐름과 충동을 일으켜 0.3초간 마력 밸런스가 끊깁니다. 그 타이밍을 노려야 합니다.'
유지원은 섀도우의 지시에 영혼을 맡기듯 몸을 움직였다.
카아아앙!
사방을 덮쳐오던 쇠사슬 중 핵심 궤적 하나를 정교하게 빗겨 튕겨내며 그녀는 바닥을 부드럽게 굴렀. 쇠사슬들이 스쳐 지나간 바닥의 콘크리트가 가루가 되어 날렸지만, 유지원의 몸에는 깃털 하나 다치지 않았다.
"뭐라고?!"
독고현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자신의 A급 비기(祕技)이자 예측 불가능한 불규칙 궤적을 지닌 혈쇄가, 마치 궤도를 미리 읽힌 것처럼 너무나 허무하게 무력화된 탓이었다.
'지금입니다. 공중으로 도약하여 놈의 시선을 위로 이끄십시오.'
"하압!"
유지원은 가볍게 기합을 넣으며 허공으로 솟구쳤다. 검끝에서 뿜어져 나온 푸른 빙결의 한기가 독고현의 머리 위로 쏟아져 내렸다.
"어림없다!"
독고현은 반사적으로 공중의 유지원을 향해 오른손을 뻗으며 전방위로 혈쇄를 휘감아 올렸다. 그의 시선과 마력이 완전히 공중의 유지원에게 집중된 그 순간.
독고현의 우측 견갑골 아래, 섀도우가 지목했던 정확히 0.3초의 마력 단절 타이밍이 발생했다.
독고현에게는 영원히 보이지 않는 그의 등 뒤, 칠흑 같은 콘크리트 기둥의 그림자 속에서 한 소년의 실루엣이 소리 없이 솟구쳐 올랐다.
강우였다.
강우의 눈동자는 감정이 배제된 기계처럼 차갑게 식어 있었다. 그의 오른손에 쥐어진 것은 감사국의 특제 마력 마비 독소가 가득 묻은 검은색 단검이었다.
첫 번째 루프에서 독고현의 사슬에 찢겨 죽어가며 똑똑히 보아두었던 그 치명적인 약점의 좌표.
서걱!
"……끄헉?!"
독고현의 입에서 둔탁한 신음이 터져 나왔다.
자신의 오른쪽 견갑골 아래, 마력 순환의 핵심 맥점 부근에 차가운 강철 날붙이가 뼈를 긁으며 파고드는 끔찍한 감각이 전해졌다. 마력이 흐르던 혈로가 강제로 찢기며, 공중으로 뻗어가던 적색 쇠사슬들이 순식간에 동력을 잃고 맥없이 바닥으로 후수수 떨어져 내렸다.
"누, 누구냐……!"
독고현이 목을 꺾어 뒤를 돌아보려 했으나, 단검을 통해 흘러든 마비 독소가 순식간에 그의 척수를 마비시켰다. 온몸의 근육이 돌처럼 굳어가며 다리가 무너져 내렸다.
강우는 단검을 비틀어 더욱 깊숙이 찔러 넣은 뒤, 독고현이 쓰러지기도 전에 다시 그림자 속으로 몸을 던져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대장!"
"독고현이 당했다!"
사설 헌터들이 비명을 질렀다.
공중에서 하강하던 유지원은 이 결정적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녀의 검끝이 푸른 서리를 내뿜으며 독고현의 심장을 향해 직선으로 뻗어 나갔.
"끝이에요, 독고현."
스슥!
콰아아앙!
얼음 송곳이 독고현의 흉부를 완전히 관통하며 그의 거구를 바닥에 처박았다. 그와 동시에 강력한 빙결 한기가 독고현의 몸 전체를 뒤덮으며 그를 푸른 얼음 조각상으로 박쇄해 버렸다.
A급 사설 해결사, 혈쇄의 독고현의 완벽한 몰락이었다.
"다, 대장이 죽었다……!"
"무기를 버려! 항복한다! 항복해!"
우두머리가 쓰러지고 거미 떼에게 사지가 찢기던 남은 사설 헌터들이 비참하게 비명을 지르며 무기를 바닥에 던졌다.
"전원 포박해라! 마석 밀거래 상자와 장부도 한 권도 빠짐없이 확보한다!"
유지원의 명령과 함께 감사국 요원들이 신속하게 움직여 현장을 장악했다.
유지원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검을 거두었다. 그녀의 시선은 독고현이 칼에 찔렸던 그 콘크리트 기둥의 어두운 그림자를 향해 있었다.
아무것도 없었다.
오직 차가운 먼지만이 흩날릴 뿐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온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신들의 목숨을 구하고 이 완벽한 승리를 설계한 그 소년의 존재를.
"고마워요, 섀도우……."
그녀는 나지막이 중얼거리며 인이어를 만졌다.
이로써 태성 길드 부길드장 최현준의 심장에 치명적인 비수가 꽂혔다. 그의 사설 부대는 전멸했고, 수천억 원에 달하는 밀거래 마석과 장부가 감사국의 손에 넘어갔다.
최현준이 쌓아 올린 탐욕의 제국이, 한 무능력자의 손끝에서 완전히 붕괴하기 시작한 역사적인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