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하면 하루 전으로 회귀합니다

38화: 무기화된 던전
석탑 잔해 구역으로 밀려드는 B급 마수들의 기세는 흉포하기 짝이 없었다. 가시 지옥 멧돼지들의 등에서 돋아난 강철 가시들이 바람을 가르며 생도들을 향해 탄환처럼 쏟아져 내렸다.
"방패병들, 마력 강화! 밀리지 마라!"
유지원의 명령에 두 명의 생도가 이가 부르르 떨릴 정도로 마력을 쥐어짜며 방패 전면을 가로막았다. 팅! 팅! 팅! 가시들이 단단한 마력 방패에 튕겨 나갔지만, 가해지는 충격에 방패병들의 신음이 잇따랐다.
하늘에서는 독침을 지닌 가고일들이 사나운 날갯짓을 하며 틈을 노렸다.
그때, 유지원의 귀로 섀도우의 고요한 목소리가 흘러들었다.
'우측 석탑의 세 번째 단차 부근을 세검으로 가볍게 치십시오. 마력은 5% 이하로 최소화해야 합니다.'
유지원은 섀도우의 지시를 조금의 의심도 없이 따랐다.
스윽.
그녀가 다가가 세검의 끝으로 가볍게 가리킨 석탑 하단부. 팅, 하는 미세한 금속음이 나자마자 기이한 현상이 일어났다. 석탑 상단에 얽혀 있던 마력 와이어의 장력이 순간적으로 어긋나더니, 거대한 석조 상판 전체가 아래로 쿵쾅거리며 무너져 내린 것이었다.
쿠우웅――!
그 잔해는 정확하게 방패진을 향해 돌진하려던 가시 멧돼지 세 마리의 머리 위를 그대로 덮쳐 박살 냈다.
"어……?"
"돌, 돌이 왜 저절로 무너진 거지?"
생도들이 멍하니 소리쳤다. 마치 미리 계산된 함정이 작동한 것 같은 기적적인 절묘함이었다.
'다음입니다. 마법사 생도 둘에게 석탑 좌측 5미터 아래의 지면을 향해 기초 화염구 마법을 약하게 쏘게 하십시오. 3초의 카운트다운을 드리겠습니다. 3, 2, 1, 지금.'
유지원이 단호하게 외쳤다.
"마법사! 지금 당장 좌측 바닥의 패인 홈에 화염구를 캐스팅해라!"
"네, 네?!"
생도 둘이 허겁지겁 기초 화염구를 날려 바닥에 처박았다. 그 순간, 바닥에 숨겨져 있던 인공 던전의 마력 파이프 라인이 화염 마법의 불꽃에 유기적으로 감응하며 대폭발을 일으켰다.
퍼어어엉!
지면에서 뿜어져 나온 거대한 불기둥이 공중을 선회하던 침묵의 가고일 대여섯 마리를 순식간에 불바다로 만들며 격추시켰다.
"와아아악!"
"이게…… 이게 말이 돼? 선배님은 함정의 위치를 다 알고 계시는 겁니까?!"
생도들이 경악을 금치 못하며 유지원을 쳐다보았다. 유지원의 차가운 표정 뒤로 식은땀이 흘렀다.
'내가 아니라…… 그가 이 던전의 모든 배관과 설계를 손바닥 들여다보듯 꿰뚫고 있는 거야.'
마력이 전혀 없는 무능력자가, 오직 지식과 정보만으로 대재앙의 구도를 장난감 주무르듯 통제하고 있었다.
그 시각, 던전의 동력실 내부.
지직, 지지지직――.
강우의 스마트 단말기 화면에는 인공 던전의 마력 회로망이 파란색 선으로 상세히 복원되어 있었다. 배선반에 연결된 마력 바이패스 칩을 통해, 던전 내부의 모든 밸브와 함정의 주파수가 그의 손가락 끝에 장악되어 가고 있었다.
"인공 던전의 구조는 어차피 컴퓨터 프로그램과 다를 바 없어. 인과율을 거쳐 가며 설계도를 외워버린 내 눈에는 훤히 보이지."
그는 몇 개의 마력 라인을 차례차례 우회(Bypass)시켰다.
동시에, 저 멀리 사관학교의 메인 통제실 모니터 화면이 차례차례 꺼지기 시작했다.
[시스템 오류: 제어권 상실]
[경고: 외부 제어 포트 연결이 끊어졌습니다]
"……뭐, 뭐야?!"
통제실의 심복 팀장이 모니터를 두드리며 비명을 질렀다.
"최 처장님! 화면이 안 나옵니다! 시스템 제어가 먹통이 됐습니다!"
"뭐라고? 수동 강제 중단 시퀀스를 돌려! 게이트를 꺼버려!"
최강민 교무처장이 찻잔을 내던지며 펄쩍 뛰었다.
"그게…… 안 됩니다! 먹통입니다! 마치 던전 내부에서 누군가가 시스템의 루트 권한을 해킹해서 저희를 차단한 것 같습니다!"
"그게 무슨 헛소리야! 던전 내부에서 해킹을 한다고?! 거기 생도 꼬맹이들이랑 감사국 피라미들밖에 안 들어갔는데 누가 그런 짓을 해!"
최강민의 안색이 하얗게 질려갔다.
던전 제어권이 상실되었다는 것은, 그들이 조작한 B급 폭주가 통제 불능의 영역으로 들어갔음을 의미했다. 만약 이 상태에서 사관학교 최고 엘리트 생도 수십 명이 떼죽음을 당한다면, 그것은 꼬리 자르기로 덮을 수 있는 수준의 사고가 아니었다.
그의 정치적 생명뿐 아니라 목숨 줄 자체가 날아갈 판이었다.
"으, 으윽…… 당장 전용 헌터 타격대를 준비시켜! 물리적으로 벽을 뚫고 들어가야 해!"
"하지만 게이트 차단 결계가 외부에서도 단단히 잠겨버려서 뚫으려면 최소 두 시간은 걸립니다!"
"으아아악!"
최강민이 머리를 쥐어뜯었다.
그들의 절망적인 부르짖음과 달리, 던전 내부의 생도들은 평화로울 정도로 안락한 방어전을 치르고 있었다.
B급 마수들은 몰려오는 족족 강우가 조종하는 던전 내부의 인공 트랩과 지형지물의 기믹에 걸려 자멸하거나, 유지원의 날카로운 공격에 허무하게 쓰러졌다.
"방패병 2조, 전방에 대기해라. 가고일들이 위에서 내려앉을 때 날개를 치는 거다."
유지원의 한 마디 한 마디는 마치 예언서와 같았다.
생도들은 그 지시에 따라 스킬을 쓰기만 하면 모든 몬스터의 약점을 정확하게 가격할 수 있었다. 불과 30분 만에 B급 상위 난이도의 몬스터 군단이 거의 반파된 상태였다.
'유지원 씨. 이제 마무리 단계입니다.'
강우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동력실의 과부하 주파수를 완전히 역류시켰습니다. 이제 입구를 가로막고 있는 차단 장벽에 가벼운 얼음 속성의 충격만 가하면 장벽이 유리처럼 깨질 겁니다. 퇴각하십시오.'
'섀도우, 당신은요?'
'전 조교들을 수색하는 척하며 나중에 나갈 테니 걱정 마십시오. 그리고 교무처장 최강민이 지금 밖에서 실시간으로 지옥을 맛보고 있을 테니, 나가자마자 감사국의 권한으로 그를 현장에서 체포하십시오. 증거 아티팩트는 제가 이미 제 단말기에 백업해 두었습니다.'
유지원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떠올랐다.
'……정말 무서운 사람이네요.'
'제 칭찬은 나중에 맛있는 밥으로 대신해 주십시오. 이상입니다.'
통신이 끊겼다. 유지원은 세검을 검집에 꽂아 넣으며 생도들을 바라보았다.
"모든 몬스터가 일시적으로 무력화되었다! 전원 나를 따라 게이트 입구로 돌진한다!"
"예! 선배님!"
생도들은 영웅을 따르는 병사들처럼 활기찬 얼굴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들의 뒤로, 던전의 어두운 구석에서 조용히 걸어 나오는 강우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졌다.
무능력자의 설계는 완벽했다.
교정을 뒤흔들 첫 번째 반격이, 이제 막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