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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하면 하루 전으로 회귀합니다34화

사망하면 하루 전으로 회귀합니다

사망하면 하루 전으로 회귀합니다

34화: 깨어진 삼각 구도

쿠구구구구궁――!

영등포 도심 한복판이 마치 진도 5의 지진이 발생한 것처럼 격렬하게 요동쳤다. 아스팔트 도로에 쩍쩍 미세한 균열이 가고, 신호등이 격렬하게 흔들렸다. 대피소로 이동하던 시민들은 갑작스러운 충격에 비명을 지르며 땅에 주저앉았다.

아직 던전 브레이크 예정 시각인 오후 3시까지는 10분이 남은 상황이었다.

"뭐, 뭐야?! 벌써 싱크홀이 터진 건가?!"
"아직 3시가 안 됐는데 왜 땅이 흔들려?!"

경계를 서고 있던 사설 길드의 헌터들과 경찰들 역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무전을 쳐댔다. 지상의 혼란 속에서, 오직 단 한 사람, 유지원만이 영등포 병원 인근의 지휘 본부에서 흔들리는 모니터를 응시하며 마른침을 삼켰다.

모니터 화면 속, 영등포 삼각 지대의 마력 흐름을 보여주는 3D 그래프가 요동치고 있었다.

삼각형의 남서쪽 축을 담당하던 C급 [지하 기차역 유적] 게이트의 위치에서 거대한 마력 폭발 반응이 감지되더니, 이내 그 마력 신호 자체가 완전히 붕괴하며 사방으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말도 안 돼……."

유지원의 아름다운 눈동자가 경악으로 물들었다.

"정말…… 정말로 게이트를 터트린 거야? 던전 브레이크가 시작되기도 전에?"

동시에, 삼각 구도의 정점에 위치한 B급 [버려진 마석 제단]에서 뿜어져 나오려던 파괴적인 적색 마력 스펙트럼이 급격하게 힘을 잃고 흩어지는 현상이 실시간으로 관측되었다. 서로 맞물려 공명하며 에너지를 증폭시키던 세 개의 톱니바퀴 중 하나가 강제로 부서져 나가자, 전체 시스템이 과부하를 견디지 못하고 동력을 상실한 것이었다.

"B급 게이트의 예상 마력 방출량이…… 70% 가까이 급감하고 있어요! 지맥의 마력 역류 반응도 소멸 중입니다!"

분석관 요원의 흥분 섞인 보고에 유지원은 주먹을 꽉 쥐었다.

그녀의 귓가에 섀도우의 냉정한 목소리가 다시금 맴돌았다.
'붕괴를 막기 위해, 도리어 던전 하나를 미리 폭파해 상쇄한다.'
미친 자의 망상이라고 생각했던 그 계획은, 완벽한 과학적 인과율에 기반한 신의 한 수였다.

"감사국 전 요원 및 협조 길드원들에게 알린다!"

유지원은 마이크를 잡고 단호하게 명령을 내렸다.

"남은 두 게이트의 마력 밀도가 대폭 감소했다! 몬스터들의 기세가 꺾였다는 뜻이다. 이전 방어 계획 A안을 폐기하고, 즉시 전원 전진 배치한다. B급 [버려진 마석 제단]의 전방 방어선을 100미터 앞으로 당겨서 토벌을 개시한다!"


한편, 지하 기차역 유적의 터널 깊은 곳.

"콜록! 콜록……!"

강우는 무너진 콘크리트 잔해 틈새에서 힘겹게 기어 나왔다. 전신이 먼지와 그을음으로 범벅이었고, 재킷은 폭풍에 찢겨 누더기가 되어 있었다. 오른팔은 늑대의 충격을 방어하느라 뼈에 실금이라도 갔는지 욱신거리는 극통이 밀려왔다.

하지만 그의 눈빛만큼은 승리자의 그것이었다.

폭발이 일어나기 직전, 그는 철로 바닥의 깊은 어둠 속으로 몸을 던졌다. 붕괴 압력과 촉매 폭탄이 만들어낸 화염의 폭풍이 지하 터널을 쓸고 지나갈 때, 강우는 [그림자 방벽]을 삼중으로 겹쳐 전개하고 스스로를 어둠의 장막으로 감싸 안았다.

A급 촉매가 터뜨린 화염은 무시무시했지만, 그림자 속 세계는 물리적 파괴 에너지가 감쇄되어 전달되는 특성이 있었다. 덕분에 뼈가 부러지고 장기가 파열되는 최악의 사태는 면할 수 있었다.

"아직 끝난 게 아니야."

강우는 비틀거리며 무너진 승강장을 지나 지상으로 향하는 비상계단으로 향했다.

오후 2시 58분.

지상으로 통하는 환기구를 통해 밖으로 나오자, 공기 중의 마력 농도가 확실히 이전 루프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안정되어 있었다.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저 멀리 허공에 찢어진 차원의 균열들이 보였지만, 이전 루프에서 보았던 핏빛 안개나 광폭한 마력 폭풍은 존재하지 않았다.

쿠우웅!

오후 3시 정각이 되자 B급 게이트와 남은 C급 게이트가 마침내 완전히 붕괴하며 몬스터들이 지상으로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그 숫자는 이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고, 차원 이동의 충격으로 인해 마수들은 심각한 마력 중독과 멀미 현상을 겪으며 비틀거렸다. B급 야수 헬하운드 무리 역시 본래의 광포한 불길을 뿜어내지 못한 채 낑낑거리며 지상으로 기어 나왔다.

"지금이다! 사격 개시!"

"빙결 마법 전개! 놈들의 발을 묶어라!"

지상에 대기하고 있던 감사국과 길드의 정예 헌터들이 비틀거리는 마수들을 향해 일제히 파괴적인 마법과 스킬을 쏟아냈다. 이전 루프에서 헌터들을 처참하게 찢어발겼던 헬하운드들은, 제대로 힘도 써보지 못하고 빙결 마법에 얼어붙고 대형 탄환에 머리가 깨져나갔.

완벽한 소탕전이었다. 방어선이 와해될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강우는 후드를 푹 눌러쓴 채, 영등포 병원 방향으로 조용히 걸음을 옮겼다. 병원 주변에도 소수의 몬스터들이 잔해를 타고 날아들 가능성이 있었기에 안심할 수 없었다.

그때, 하늘에서 길을 잃고 날아오던 C급 가고일 세 마리가 병원 옥상 근처를 배회하는 것이 보였다.

강우는 침착하게 병원 앞 공원의 가로수 그림자 속으로 스며들었다.

[그림자 보행]을 통해 가고일의 그림자가 비치는 병원 외벽의 어둠을 타고 단숨에 벽을 타고 기어올라갔다.

크에엑!

가고일 한 마리가 병원 창문을 깨부수려 날카로운 발톱을 치켜드는 순간, 그 가고일의 몸체 그림자 속에서 강우의 실루엣이 번개처럼 솟구쳐 올랐다.

서걱!

강우의 단검이 가고일의 목덜미 깊숙한 곳, 마력이 응축된 핵을 정확하게 꿰뚫었다. 단검에 묻혀둔 마력 마비 독소가 순식간에 퍼지며 가고일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재가 되어 바스러졌다.

나머지 두 마리가 당황하여 날개를 파닥이는 사이, 강우는 공중에서 그림자 촉수를 뻗어 놈들의 날개를 휘감아 지상으로 강하게 내리쳤다.

쿠웅! 쿠웅!

바닥에 처박혀 신음하는 가고일들의 머리를, 강우는 차가운 눈빛으로 내리찍어 숨통을 끊었다.

"이걸로…… 병원 구역도 안전하군."

어머니가 입원해 있는 병동 건물을 올려다보던 강우는 그제야 팽팽하게 당겨져 있던 긴장의 끈을 늦추며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전신에 몰려오는 피로감에 몸이 무거웠지만,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가벼웠다.

어머니를 구했다. 영등포의 멸망을 막아냈다.

"이게 바로…… 죽음을 거스르는 힘이다."


대형 던전 브레이크가 발생한 지 불과 두 시간 만에, 영등포 삼각 지대의 몬스터 토벌이 공식적으로 완료되었다. 전대미문의 트리플 브레이크였음에도 불구하고, 사망자는 단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으며 부상자 역시 최소한에 그친 기적적인 승리였다.

지휘 본부 텐트 안.

유지원은 보고서를 검토하며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현장에 투입되었던 헌터들은 기적 같은 우연이 겹쳐 쉽게 이겼다고 자축하고 있었지만, 그녀는 알고 있었다. 이 기적은 철저하게 계산된 한 천재의 설계에 의해 만들어진 필연이었다는 것을.

그때, 그녀의 품 안에서 기밀 무전기가 징하고 진동했다.

유지원은 황급히 주변 요원들을 텐트 밖으로 내보낸 뒤 무전기를 귀에 가져다 댔다.

"섀도우……?"

변조된 차가운 목소리였지만, 유지원의 심장은 쿵쾅거리며 뛰었다.

"당신…… 대체 정체가 뭐죠? 던전의 공명을 깨기 위해 선제 폭발을 시킨다는 발상은 헌터 학계에서도 한 번도 검증되지 않은 가설이었어요. 그걸 실전에서 완벽하게 적용하다니……."

"그 폭발 구역에서 살아남은 것도 믿기지 않아요. 혹시 다치지는 않았나요?"

무전기 너머로 잠시 침묵이 흘렀다. 이내 강우의 나지막한 답변이 들려왔다.

"경고라니요?"

유지원의 안색이 창백하게 질렸다.

태성 길드 내부의 권력 암투. 그녀 역시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지만, 외부인인 섀도우가 이를 지목하자 등등한 오한이 돋았다.

"섀도우, 설마 그 배후가 누군지 알고 있나요?"

뚝.

무전이 끊겼다. 유지원은 멍하니 무전기를 내려다보다가 이내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의 눈빛에 굳은 결의가 서렸다. 섀도우가 가리키는 미래가 비록 험난할지라도, 그녀는 이제 그의 손을 잡고 끝까지 나아갈 준비가 되어 있었다.

어둠 속의 설계자, 섀도우.
그가 던진 또 다른 체스 말이 영등포의 평화를 넘어, 거대한 권력의 폭풍을 향해 굴러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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