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하면 하루 전으로 회귀합니다

33화: 기상천외한 균열
"커헉, 하아…… 하아……."
강우는 침대에 엎드린 채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전신을 집어삼켰던 B급 마수 헬하운드의 불길. 살점이 녹아내리고 뼈가 으스러지던 그 끔찍한 열감이 아직도 신경 끝자락에 남아 부르르 떨렸다. 뇌가 기억하는 가짜 고통이었지만, 영혼에 새겨진 죽음의 흔적은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식은땀이 눈을 가려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강우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책상 위에 놓인 냉수를 들이켰다. 얼음장 같은 물이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자 그제야 조금 이성이 돌아왔다.
"어머니……."
마지막 순간, 병원 로비의 유리창이 깨지며 헬하운드 무리가 난입하던 광경이 머릿속에 선명했다. 그 안에는 다리가 불편해 대피하지 못한 채 병실에 누워 있는 강우의 어머니가 있었다. 만약 그가 마지막 순간에 독약 주사기를 심장에 찌르지 않았다면, 영원히 돌이킬 수 없는 파멸을 맞이했을 터였다.
강우는 이를 악물었다. 두 뺨을 거칠게 때려 흐트러지는 정신을 다잡았다.
"울고 짤 시간이 없어.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야. 이번 루프에서 반드시 막아내면 돼."
그는 책상 위에 영등포 전역의 지도를 펼쳤다. 그리고 붉은색 펜을 쥐고 세 개의 게이트가 그리는 가상의 선을 다시 연결했다.
C급 [지하 기차역 유적], C급 [폐공장 지대], B급 [버려진 마석 제단].
이 세 개가 이루는 완벽한 정삼각형 구조. 이것이 바로 마력 공명 역류를 일으키는 핵심 메커니즘이었다. 이전에 그가 설계한 지상 방어선과 마력 감쇄 덫들은 훌륭하게 작동했으나, 게이트 세 개가 무너지며 뿜어낸 공명 에너지는 그가 계산한 수치를 아득히 초과했다. 공명이 증폭되면서 덫들이 버티지 못하고 역으로 과부하되어 폭발했고, 그로 인해 방어선이 한순간에 와해되었다.
"물리학에서도 공명하는 두 물체 중 하나의 주파수를 흐트러뜨리면 공명은 깨진다. 던전 브레이크도 결국 마력 파동의 일종이야."
강우의 눈동자가 차갑게 식어갔다.
"삼각형의 한 축을 붕괴 시간 전에 강제로 부숴버린다."
타깃은 C급 [지하 기차역 유적].
가장 마력 흐름이 불안정하고, 지반이 지하에 있어 인위적인 충격에 취약한 곳이었다. 붕괴 예정 시간은 오후 3시 정각. 붕괴 시작 정확히 10분 전인 2시 50분에 이 게이트를 인위적으로 폭발시킨다면, 얽혀 있던 마력 스트림의 균형이 완전히 무너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B급 게이트의 붕괴 압력은 연쇄 반응의 동력을 잃고 30% 이하로 급감하게 된다.
하지만 던전을 인위적으로 폭발시킨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던전 게이트의 내부 마력 핵(Core)에 직접 간섭해 과부하를 일으켜야 하는데, 이는 테러 행위나 다름없을 뿐더러 엄청난 양의 상급 마석과 마력 불안정 촉매제가 필요했다.
강우는 품에서 기밀 무전기를 꺼내 전원을 켰다. 이 무전기는 유지원과의 1대1 다이렉트 채널이었다.
치이익――.
- "섀도우? 이 시간에 먼저 연락을 주다니 흔치 않은 일이네요. 무슨 일이죠?"
유지원의 목소리는 피곤함이 묻어 있었지만 냉철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녀는 현재 감사국 요원들을 이끌고 영등포 일대의 던전 붕괴 징후를 비밀리에 조사하는 중이었다.
"유지원 씨. 지금 즉시 감사국의 비밀 보관고에서 'A급 마력 과부하 촉매제' 3개와 '상급 화염 마석' 10개를 확보하십시오."
- "……네? 마력 과부하 촉매제요? 그건 게이트의 폭주를 유도할 때 쓰는 금지 품목인데, 그걸 갑자기 왜……."
"시간이 없습니다. 이유를 묻지 말고 움직이십시오. 그 물건들이 모레 오후 1시까지 제 손에 들어오지 않으면, 영등포는 수만 명의 사상자를 내는 대참사로 사라질 겁니다. 제 예측은 단 한 번도 틀린 적이 없다는 걸 잊지 마십시오."
무전기 저편에서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유지원은 강우의 예지력에 가까운 정보력과 지시를 통해 이미 수차례의 위기를 넘긴 바 있었다. 그녀에게 '섀도우'라는 존재는 이제 의심할 수 없는 절대적인 조력자였다.
- "……알겠습니다. 1조의 비밀 예산과 감사국의 초법적 권한을 동원해 확보해 두겠어요. 전달은 어디서 하죠?"
"영등포 병원 뒤편 지하 주차장 3구역. 차량 트렁크에 넣어두고 열쇠를 운전석 바퀴 뒤에 숨겨두십시오. 접촉은 피합니다."
- "확인했어요. 부디…… 당신의 그 불안한 예언이 빗나가길 바라지만, 준비는 철저히 해두죠."
뚝.
통화가 끊겼다. 강우는 무전기를 주머니에 넣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첫 번째 단계는 해결되었다. 유지원의 공조로 촉매 폭탄의 재료는 확보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지금부터였다.
D-day 오후 2시 40분.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나기 단 20분 전, 삼엄한 경비가 펼쳐진 C급 [지하 기차역 유적] 게이트의 내부로 잠입해 폭탄을 설치해야 한다. 게이트가 곧 터질 것처럼 요동치는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내부에는 이미 경비 헌터들이 배치되어 있거나 차원 압력 때문에 접근 자체가 불가능할 수도 있었다.
"무능력자인 내가 그곳에 침투하려면, 경비들의 눈을 피하는 것은 물론이고 던전의 차원 압박을 버텨낼 신체적 방도가 필요해."
강우는 자신의 손바닥을 내려다보았다. 희미하게 검은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그가 가진 유일한 이능. 마력 측정기에는 감지되지 않는 어둠의 힘, [그림자 보행]과 [그림자 방벽].
마력 반응 0%의 무능력자이기에 가능했던, 차원 장벽의 경계를 무시하고 그림자 속을 거니는 특수한 권능이었다.
"24시간 동안 내 육체의 그림자 친화도를 극한까지 끌어올려야 해. 영혼이 타 들어가는 통증이 따르더라도."
강우는 방 안의 불을 모두 껐다. 방 안이 칠흑 같은 어둠에 잠기자, 그의 그림자가 꿈틀거리며 벽면을 타고 올라와 그의 온몸을 감싸 안기 시작했다.
스스스스…….
마치 끈적한 늪 속에 몸이 잠기는 듯한 압박감과 함께, 전신의 모세혈관이 뒤틀리는 극심한 통증이 시작되었다. 강우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이를 악물었다. 회귀를 통해 무수히 겪었던 죽음의 고통에 비하면, 이 정도의 단련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자신을 채찍질했다.
"더 깊이…… 그림자의 본질 속으로."
그렇게 시간은 흘러, 마침내 운명의 D-day가 밝았다.
D-day, 오후 2시 35분. 영등포 지하철역 인근 골목.
강우는 가죽 재킷의 모자를 깊게 눌러쓴 채 유지원이 약속한 차량의 트렁크를 열었다. 트렁크 안에는 묵직한 서류 가방 하나가 들어 있었다. 가방을 열자 붉은빛을 뿜어내는 상급 화염 마석 10개와 푸른색 액체가 담긴 유리 앰플 3개가 정교한 기계 장치와 연결되어 있었다.
"마력 과부하 촉매 폭탄."
강우는 폭탄의 타이머를 정확히 오후 2시 50분으로 세팅했다. 폭발까지 남은 시간은 단 15분.
그는 즉시 가방을 품에 안고 지하철역 입구를 향해 걸었다. 지하철역 출입구는 이미 '던전 브레이크 위험 구역'으로 선포되어 민간인의 출입이 철저히 통제된 상태였고, 폴리스 라인 너머로 무장한 사설 길드의 헌터들이 삼엄한 경비를 서고 있었다.
"저기요! 학생! 거긴 들어가면 안 돼요! 당장 대피소로 가세요!"
멀리서 경비 헌터 하나가 강우를 발견하고 소리쳤다.
강우는 멈추지 않았다. 그는 헌터의 시선이 닿지 않는 지하철 역 계단 구석의 그늘진 곳으로 몸을 날렸다.
"그림자 보행."
스윽.
강우의 몸이 마치 물에 녹아들 듯 차가운 바닥의 그림자 속으로 쑥 빨려 들어갔다. 그가 완전히 사라진 자리를 본 경비 헌터는 눈을 비비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 방금 분명히 사람이 있었는데……? 내 착각인가?"
그늘진 벽면을 타고 그림자 형태로 이동하는 강우의 시야는 온통 흑백으로 물들어 있었다. 그림자 속 세상은 현실보다 소리가 둔탁하게 들렸고, 주변의 마력 흐름이 붉은색 실타래처럼 얽혀 있는 것이 보였다.
지하 2층 플랫폼으로 내려갈수록, 공기 중의 마력 밀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졌다. 던전 게이트가 위치한 선로 안쪽에서는 거대한 소용돌이 형태의 차원 균열이 붉은색 스파크를 튀기며 요동치고 있었다. 그 위압감은 상상 이상이었다.
지지지직!
차원의 왜곡 현상으로 인해 공간 자체가 비틀리고 있었다. 일반적인 무능력자라면 이 공간에 발을 들이는 것만으로도 마력 중독으로 피를 토하며 쓰러졌을 터였다.
"끄윽……!"
강우는 그림자 속에서도 흉부를 짓누르는 압도적인 중압감에 신음을 흘렸다. 심장이 터질 것처럼 쿵쾅거렸고, 코끝에서 핀 피비린내가 맴돌았다. 그러나 그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품에 안은 촉매 폭탄의 타이머는 이제 3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2시 47분.
강우는 게이트의 핵심 마력 응축부 바로 아래의 그림자 속에서 솟구쳐 나왔다.
붉게 타오르는 거대한 차원의 균열이 눈앞에 있었다. 그 안에서 당장이라도 마수 떼가 터져 나올 것처럼 기괴한 울음소리가 메아리쳤다.
강우는 침착하게 가방을 열어 지하철 철로 지지대 틈새에 폭탄을 단단히 고정시켰다. 마력 연결 단자를 게이트의 말단 스트림에 직접 꽂아 넣자, 폭탄의 유리 앰플 속 푸른 액체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삐비빅――.
[과부하 촉매 충전율: 80%…… 90%……]
"성공이다."
이제 이곳을 빠져나가 붕괴의 여파를 피해야 했다. 강우가 다시 그림자 속으로 몸을 숨기려던 그 순간이었다.
크르르르…….
게이트의 차원 틈새에서, 아직 던전이 붕괴하지도 않았음에도 공간의 압력을 뚫고 나온 한 마리의 마수가 강우의 눈앞에 나타났다. C급 던전의 정예 몬스터인 '심연의 그림자 늑대'였다. 놈은 그림자 속에서 솟구친 강우의 냄새를 맡고 붉은 안광을 번뜩였다.
캬아아악!
늑대가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강우의 목덜미를 향해 번개처럼 도약했다.
"……!"
강우의 눈동자가 급격히 수축했다. 피할 시간도, 그림자 속으로 숨을 틈도 없었다.
절체절명의 순간, 강우는 팔을 뻗어 외쳤다.
"그림자 방벽!"
파아앗!
강우의 그림자가 솟구쳐 올라 그의 앞을 가로막는 단단한 방패의 형태로 변했다. 콰앙! 하는 둔탁한 파열음과 함께 그림자 늑대의 발톱이 방벽과 충돌했다.
"끄으윽!"
비록 방벽으로 직접적인 살점의 피해는 막았으나, 늑대의 가공할 물리적 충격력은 그대로 강우의 팔뼈를 타고 전해졌다. 뼈가 삐걱거리는 극통과 함께 강우의 몸이 뒤로 크게 밀려났다. 철로 바닥을 구르는 그의 시야에 째깍거리는 폭탄의 타이머가 들어왔다.
[00:10]
[00:09]
[00:08]
남은 시간은 단 8초.
늑대는 다시 한번 강우를 덮치기 위해 뒷다리에 힘을 주며 도약할 준비를 마쳤다.
강우는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늦었다, 이 괴물 새끼야."
그는 남은 왼손으로 바닥을 짚고, 자신의 등 뒤에 있는 철로의 깊은 어둠 속으로 몸을 내던졌다.
[00:01]
[00:00]
콰아아아아아앙――!!!
오후 2시 50분 정각.
영등포 지하역 깊은 곳에서, 태양보다 더 강렬한 붉은색 마력 폭발이 화염의 파도가 되어 지하철역 전체를 집어삼키며 솟구쳐 올랐다.
그 충격파는 영등포 지상 전역을 뒤흔들기 시작했다.
기상천외한 던전 상쇄 전술의 서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