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하면 하루 전으로 회귀합니다

3화: 대공동의 어둠
서늘하고 축축한 공기가 피부에 닿았다.
경기 외곽 폐공장 지하에 숨겨진 게이트는 바깥세상과 격리된 이질적인 공간이었다. 파란 장막을 넘어온 지 10분도 채 되지 않았건만, 강우의 숨은 가빠 오기 시작했다.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는 40킬로그램의 배낭 무게 탓도 있었지만, 코끝을 찌르는 이 매캐하고 이질적인 마력 농도가 무능력자인 그의 허파를 압박하고 있었다.
“어이, 무능력자. 벌써 지친 건 아니겠지?”
앞장서 걷던 C급 헌터 강태훈이 뒤를 돌아보며 씩 웃었다. 비웃음과 경멸이 섞인 전형적인 능력자의 미소였다. 그의 허리춤에 매달린 고급 마력 검이 동굴 벽면의 이끼에 반사되어 파랗게 빛났다.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강우는 일부러 거친 숨을 내쉬며 나약한 짐꾼 소년의 태도를 유지했다. 어깨끈을 꽉 쥔 손가락 끝이 긴장으로 파르르 떨렸다. 그러나 그 떨림은 공포가 아닌, 터질 듯한 아드레날린 때문이었다.
‘기억하고 있어. 이 동굴의 굴곡, 천장에서 떨어지는 이끼 낀 물방울의 간격까지.’
두 번째 걷는 길이었다.
불과 몇 시간 전, 늑대들에게 심장을 찢기고 목덜미가 물어뜯겨 죽었던 바로 그 길. 회귀라는 권능은 비현실적일 만큼 정확했다. 한강우의 뇌 속에는 이전 루프에서 겪었던 동굴 내부의 완벽한 삼차원 지도가 생생하게 각인되어 있었다.
“대장, 여기 정말 F급 던전 맞아? 마력 탐지기가 계속 불안하게 깜빡거리는데.”
파티의 딜러를 맡은 D급 헌터 김진우가 손목에 찬 구형 마력 측정기를 두드리며 불평했다. 액정 화면의 바늘이 노란색과 붉은색 경계선을 아슬아슬하게 오가고 있었다.
강태훈은 가볍게 콧방귀를 꼈다.
“이 섀기, 담력이 그것밖에 안 돼? 사설 던전이니까 측정기가 오작동하는 거지. 길드장님이 C급 몬스터는 없다고 직접 보증한 구역이야. 잔말 말고 따라와.”
강태훈의 거짓말이었다.
강태훈은 이미 이 던전이 변종 블러드 울프가 서식하는 위험 구역임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이곳을 F급으로 속여 하급 헌터들을 데려온 이유는 단 하나, 불법 마력 광물인 ‘블러드 스톤’을 채굴하는 과정에서 의심을 사지 않고 짐꾼인 한강우를 자연스럽게 처리하기 위함이었다.
강우는 속으로 냉소를 흘렸다.
‘거짓말쟁이의 종말이 어떤 것인지 곧 알게 되겠지.’
일행은 점점 더 동굴 깊숙이 들어갔다.
주위의 벽면이 넓어지며 천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거대한 지하 대공동(大空洞)의 입구가 나타났다. 사방이 어둠으로 꽉 막힌, 숨 막히는 침묵이 흐르는 공간.
회귀 전, 강우가 최후의 죽음을 맞이했던 바로 그 장소였다.
스스스스―.
기분 나쁜 마찰음이 천장과 동굴 구석진 바위 틈새에서 울려 퍼졌다.
일행의 걸음이 우뚝 멈췄다. 헌터들의 얼굴에 일제히 긴장감이 감돌았다.
“……대장, 이 소리 뭐야?”
김진우가 침을 삼키며 칼자루를 꽉 쥐었다.
그 순간, 어둠 속에서 붉은빛들이 하나둘씩 켜지기 시작했다.
두 개, 네 개, 여덟 개…… 수십 개의 붉은 눈동자가 대공동의 사방을 가득 메웠다. 어둠을 뚫고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 것은 척추에 기괴한 뼈 가시가 돋아난 변종 블러드 울프들이었다. 황소만 한 몸집에서 뿜어 나오는 압도적인 살기가 동굴 안을 지배했다.
“이, 이게 무슨……! 몬스터 떼잖아!”
“C급 변종이야! 말도 안 돼, 왜 이런 곳에!”
헌터들이 패닉에 빠져 비명을 질렀다. 그 와중에 블러드 울프 한 마리가 탄환처럼 돌진해 파티의 후방에 있던 힐러 여성을 덮쳤다.
아아악!
선혈이 튀고 힐러의 비명이 대공동을 울렸다.
동시에 대공동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헌터들은 제각기 무기를 휘두르며 늑대들과 대치했으나, 조직적인 전술도 없이 밀려드는 숫자에 순식간에 포위당했다.
강우는 이 모든 혼란 속에서 누구보다 침착했다.
그는 재빨리 어깨의 배낭 끈을 풀고 바닥에 짐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품속으로 손을 뻗어 신촌 암시장에서 구매한 검은색 ‘마력 은닉 스프레이’를 꺼냈다.
치이이이익―!
강우는 주저 없이 자신의 온몸에 스프레이를 분사했다.
코를 찌르는 강한 무취의 가스가 온몸을 감싸 안았다. 스프레이의 약효가 퍼지는 순간, 주위의 마력 흐름이 강우의 육체를 비껴가기 시작했다. 무능력자인 그가 가진 아주 미세한 인간의 생명 반응조차 완벽히 지워지는 순간이었다.
“크르르르…….”
바로 옆을 지나가던 블러드 울프 한 마리가 멈칫하며 강우가 서 있는 방향을 두리번거렸으나, 이내 아무런 존재도 느끼지 못했다는 듯 고개를 돌려 화려한 마력을 뿜어내는 강태훈을 향해 튀어 나갔다.
효과는 확실했다.
그때, 저 멀리서 늑대 세 마리의 파상 공세를 검풍으로 막아내던 강태훈의 시선이 강우를 향했다. 강태훈의 안색은 이미 하얗게 질려 있었다.
회귀 전과 똑같은 순간이었다. 강태훈은 탈출할 미끼를 찾고 있었고, 그 타깃은 당연히 힘없는 짐꾼 한강우였다.
“야! 무능력자! 거기서 멍하니 뭐 해!”
강태훈이 늑대들의 공격을 흘려내며 강우를 향해 맹렬히 달려왔다. 그의 발에 서린 푸른빛의 마력이 번쩍였다. 자신을 던져 늑대들의 이빨 아래로 밀어 넣으려는 그 비열한 발길질이 날아오고 있었다.
그러나 강우는 이미 대비하고 있었다.
그는 품속에서 철제로 된 작은 구체, 광음탄을 꺼내어 안전핀을 뽑아 쥔 채 강태훈의 움직임을 노려보았다.
‘와라, 강태훈.’
네가 나를 던지려는 그 순간이, 바로 네 파멸의 시작이다.
강우는 입가에 차가운 미소를 머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