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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하면 하루 전으로 회귀합니다2화

사망하면 하루 전으로 회귀합니다

사망하면 하루 전으로 회귀합니다

2화: 폭풍 전야의 준비

심장이 터질 것처럼 쿵쾅거렸다. 한강우는 이마에 흐르는 식은땀을 손등으로 거칠게 닦아냈다.

단칸방의 낡은 벽걸이시계 바늘이 째깍거리며 돌고 있었다. 2026년 5월 29일 금요일. 오전 8시 20분.
사망 판정을 받기 정확히 24시간 전이자, 어제 아침의 시간이었다.

“진짜로…… 진짜로 돌아온 거야.”

강우는 떨리는 손으로 자신의 뺨을 내리쳤다.
짝! 하는 둔탁한 파열음과 함께 뺨에 매서운 통증이 가해졌다. 얼얼한 통증이 뇌리에 박히는 순간 이것이 지독한 환각이나 꿈이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는 무능력자였다.
각성자들의 마력 측정기에서는 단 0.01의 마력조차 감지되지 않아 평생 잡초처럼 밟히며 살아왔다.
그런데 그런 자신에게 각성자들이 가진 액티브 스킬이나 패시브 버프 따위와는 궤를 달리하는 시간 그 자체를 뒤틀어버리는 초월적인 인과율의 권능이 발동한 것이다.

[고유 권능: '사망 시 하루 전 회귀(EX)']

마력이 없기에 측정기에 감지되지 않았던 것뿐이었다. 그리고 이 사기적인 능력의 작동 조건은 다름 아닌 ‘자신의 죽음’이었다.

“미친 능력 대가치고는 너무 혹독하잖아.”

강우가 쓴웃음을 지었다.
사지가 갈기갈기 찢겨 나가고 경동맥이 끊어지던 그 마지막 순간의 끔찍한 고통은 여전히 뇌리에 생생했다.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온몸의 털끝이 곤두서고 구역질이 밀려올 지경이었다.
두 번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은 끔찍한 감각이었다.

하지만 두려워하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이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흘려보낸다면 내일 토요일 오후 2시에 강태훈이 이끄는 사설 던전으로 들어가 결국 똑같은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게 될 터였다.

따르릉―! 따르릉―!

갑자기 책상 위에 올려둔 구형 스마트폰이 요란한 진동과 함께 울렸다. 액정에 뜬 발신인의 이름은 ‘황 사장’.
강우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어머니의 병원비 명목으로 빌린 사채의 우두머리였다.
회귀하기 전, 금요일 아침에 분명히 이 전화를 받았던 기억이 났다.

강우는 침을 꿀꺽 삼키고 통화 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한강우, 아직 살아서 숨은 쉬고 있냐?]

전화기 너머로 거칠고 쉰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황 사장의 행동대장 격인 험악한 덩치의 사내였다.

“……예, 황 사장님.”

[돈은 준비됐냐? 오늘까지 이자 500만 원 안 입금하면 네 엄마 누워 있는 병원 찾아가서 인공호흡기부터 떼어버린다고 경고했지? 사채 이자가 장난인 줄 알아?]

기억 속 대사와 한 치의 오차도 없는 협박이었다.
회귀 전의 강우는 이 전화를 받고 공포에 질려 눈물을 흘리며 빌었었다.
그리고 마침 사채업자들과 한통속이었던 C급 헌터 강태훈이 일당 200만 원을 보장해 주겠다며 불법 사설 던전의 짐꾼 자리를 제안하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덥석 물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달랐다.
강우는 심호흡을 하며 목소리의 떨림을 억지로 억눌렀다. 최대한 비굴하고 절박한 척 목소리를 꾸며냈다.

“죄송합니다, 형님. 정말 죄송합니다……! 내일, 내일 제가 강태훈 헌터님을 따라 던전 일에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그 일이 끝나면 바로 수당을 받아서 이자 전부 송금하겠습니다. 하루만 딱 하루만 더 시간을 주십시오. 제발 부탁드립니다!”

전화기 너머에서 잠시 침묵이 흘렀다. 이윽고 남자가 쯧 하고 혀를 찼다.

[강태훈이랑 던전 들어간다고? 흐음…… 그래, 걔가 일 하나 준다고 하긴 했지. 좋다. 내일 저녁 6시까지 입금 안 되면 그땐 정말 끝인 줄 알아라.]

툭.

전화가 끊겼다. 강우는 스마트폰을 내려놓으며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강태훈.
그 비열한 사내는 처음부터 강우에게 돈을 줄 생각이 없었다. 강태훈 일당이 발굴한 사설 던전에는 연맹의 감시를 피해 밀수해야 하는 고가치의 마력 광물, ‘블러드 스톤’이 매장되어 있었다.

마력을 전혀 감지하지 못하는 무능력자 짐꾼에게 블러드 스톤을 짊어지게 하면 던전 입구의 감시 마법 장치를 우회할 수 있었기에 강우를 고용한 것이었다.
그리고 던전 내부 공략이 끝나면 밀수 사실을 은폐하고 짐꾼 값을 떼어먹기 위해 강우를 몬스터의 먹이로 버려 인멸할 계획이었다.

회귀 전, 그들의 대화를 늑대들에게 뜯어먹히기 직전에 우연히 들었기에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날 고기방패이자 밀수 도구로 쓰려 했다 이거지.”

눈에는 눈, 이에는 이였다.
강우는 내일 던전에 들어갈 것이다. 피하지 않는다. 피해서 도망쳐 봐야 사채업자들에게 잡혀 죽거나 평생 노예처럼 살 뿐이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리고 강태훈에게 처절한 복수를 하기 위해서는 그 사설 던전을 자신의 독무대로 만들어야 했다.

강우는 서둘러 방을 나섰다.
그가 향한 곳은 서울 변두리에 위치한 ‘신촌 헌터 시장’이었다. 합법적인 헌터 상점들이 즐비한 대로변을 지나, 어둡고 좁은 골목길 깊숙이 들어가면 무능력자 인부들이나 삼류 헌터들이 이용하는 불법 뒷골목 장터가 나타났다.

비린내 나는 하수구 냄새와 눅눅한 공기가 가득한 골목길. 강우는 후드를 깊게 눌러쓰고 걸었다. 그의 주머니 속에는 그동안 편의점 알바와 일용직을 뛰며 겨우 모아둔 전 재산 15만 원이 들어 있었다.

어느 허름한 잡화점 앞에 멈춰 선 강우가 안을 살폈다. 가게 내부에는 땟물 찌든 삼류 장비들과 출처를 알 수 없는 약품들이 가득했다.

“무슨 일로 왔냐, 꼬맹이?”

애꾸눈의 늙은 주인이 의자에 기대어 앉아 이쑤시개를 씹으며 귀찮다는 듯 물었다.

“‘마력 은닉 스프레이’ 하급 하나랑, ‘광음탄’ 세 개 주세요.”

주인의 이쑤시개가 우뚝 멈췄다.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강우를 올려다보았다.
마력 은닉 스프레이는 던전 안에서 몬스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임시로 마력 반응과 체취를 지워주는 화학 약품이었다. 헌터 협회에서는 조난 시 구조용 레이더에 감지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일반 유통을 금지한 불법 품목이었다.

“스프레이는 8만 원, 광음탄은 개당 2만 원이다. 꼬맹이가 쓰기엔 위험한 물건들인데?”

“돈은 여기 있습니다.”

강우는 군말 없이 꼬깃꼬깃한 만 원짜리 지폐 14장을 카운터 위에 올려놓았다. 주인은 돈을 세어보더니 피식 웃으며 카운터 밑에서 검은색 캔 스프레이 하나와 조잡하게 생긴 철제 구체 세 개를 꺼내 던져주었다.

“사용법은 알지? 스프레이는 지속 시간이 10분 남짓이다. 그 지나면 냄새가 역류하니까 조심하라고.”

“알고 있습니다.”

강우는 물건들을 품속에 깊숙이 집어넣고 지체 없이 가게를 빠져나왔다.

집으로 돌아온 강우는 방바닥에 전지를 펼치고 기억을 더듬기 시작했다.
그의 머릿속에는 회귀 전, 던전 안에서 죽어가며 뼈에 새겼던 던전의 내부 지도가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입구에서 첫 번째 갈림길까지는 무난한 F급 구역. 하지만 강태훈이 이끄는 파티가 블러드 스톤을 채굴하기 위해 깊숙이 들어가는 순간부터 C급 구역인 대공동으로 진입한다.’

그 대공동에서 변종 블러드 울프 떼가 습격해 온다.
강태훈은 동료 힐러마저 버리고 도망칠 정도로 이기적이고 비열한 인간이다.

‘내가 살기 위해서는 강태훈 일당이 늑대 무리와 조우하는 그 타이밍에, 그들의 시선을 돌리고 나만 안전한 구역으로 빠져나가야 해.’

대공동 우측 벽면에는 좁은 바위 틈새가 있었다. 성인 남성 한 명이 겨우 들어갈 만한 크기라 덩치가 큰 블러드 울프들은 진입하지 못하는 천혜의 요새였다.

회귀 전, 죽어가던 시야에 언뜻 보였던 그 틈새를 이용할 생각이었다.

스프레이를 뿌려 체취를 지운 뒤 바위 틈새로 숨는다. 그리고 광음탄을 던져 늑대들의 눈을 멀게 해 강태훈 일당에게 분노를 쏟아내게 만든다.

강태훈 일당이 늑대 떼와 피 터지게 싸우며 공멸하는 동안, 자신은 동굴 가장 깊은 곳에 매장된 ‘블러드 스톤’을 채굴해 탈출한다.

이것이 무능력자 한강우가 세운 첫 번째 생존 플랜이자 복수극의 시나리오였다.

“만약 실패하면?”

강우는 스스로에게 자문했다.
실패하면 또 죽을 것이다. 날카로운 이빨이 살을 찢고 뼈를 으스러뜨리는 그 고통을 다시 겪어야 할 터였다.

그 생각만으로도 몸이 부르르 떨렸지만, 강우는 주먹을 질끈 쥐었다.

“죽으면…… 다시 어제로 돌아오면 돼.”

언제든지 되돌릴 수 있다. 자신에게는 무한한 기회가 있었다. 실패를 두려워할 이유가 없었다. 죽음조차 자신에게는 공략을 위한 데이터가 될 뿐이었다.

계획을 다듬고 장비를 점검하는 사이,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 어느새 운명의 토요일 아침이 밝아왔다.

5월 30일 토요일. 오후 1시 30분.
강우는 어깨가 휠 듯 무거운 짐꾼 배낭을 멘 채, 경기도 외곽의 버려진 폐물류창고 앞에 도착했다.

흐릿한 안개가 자욱하게 낀 창고 앞에는 강태훈을 비롯한 4명의 헌터들이 화려한 갑옷과 무기를 장착한 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어이, 무능력자! 제시간에 맞춰 왔네?”

강태훈이 담배꽁초를 바닥에 던져 짓밟으며 비열하게 웃었다. 회귀하기 전과 똑같은 멸시가 담긴 눈빛이었다.

강우는 짐짓 잔뜩 겁먹은 짐꾼 소년의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깊게 숙였다.

“늦지 않게 오려고 뛰어왔습니다, 강태훈 헌터님. 오늘 잘 부탁드립니다.”

“그래, 오늘 네가 고생 좀 해줘야겠다. 짐 똑바로 들고, 허튼짓하지 말고 따라와.”

강태훈이 강우의 초라한 어깨를 툭툭 쳤다.
강우는 고개를 숙인 채 속으로 차갑게 읊조렸다.

‘그래. 맘껏 비웃어 둬라, 강태훈.’

어제 넌 나를 죽였지만.
오늘 나는 너를 사지로 밀어 넣을 테니까.

파란 장막의 게이트가 그들의 앞에 입을 벌리고 있었다. 강우는 강태훈의 뒤를 따라 다시 한번 그 칠흑 같은 어둠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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