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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하면 하루 전으로 회귀합니다1화

사망하면 하루 전으로 회귀합니다

사망하면 하루 전으로 회귀합니다

시놉시스

20년 전 발생한 차원 균열 '대각성' 이후, 인류는 초인적인 힘을 지닌 능력자(각성자)와 마력이 전혀 없는 무능력자로 양분되었다. 능력자가 법이자 권력인 세상에서 마력 반응 0.00%의 철저한 무능력자 고등학생 한강우는 사회의 가장 밑바닥에서 하루하루를 버텨낸다.

어느 날, 돈을 벌기 위해 불법 던전 운반꾼으로 일하던 강우는 능력자들의 비열한 배신으로 인해 몬스터의 먹이로 던져져 비참한 죽음을 맞이한다.

그 순간, 강우의 눈앞에 기이한 시스템 메시지가 떠오른다.

[특수 고유 권능: '사망 시 하루 전 회귀(EX)'가 발동합니다.]

눈을 뜨니 정확히 사망하기 24시간 전.
죽음이라는 끔찍한 대가를 치러야만 발동하는 절대적인 시간 조율 권능.
평생 무능력자로 멸시받던 소년 한강우는 죽음을 이정표 삼아 미래를 뒤틀기 시작한다.


1화: 첫 번째 죽음, 그리고 어제

“어이, 무능력자. 멍하니 서 있지 말고 짐이나 똑바로 챙겨.”

거친 목소리가 강우의 고개를 억지로 잡아끌었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C급 헌터이자 이번 던전 레이드의 대장인 강태훈이었다. 온몸에 번쩍이는 마력 갑옷을 두르고 허리춤에는 은은한 푸른빛이 감도는 마력 장검을 찬 그의 모습은 영락없는 ‘지배자’의 그것이었다.

그에 반해 강우가 걸치고 있는 것은 때 묻은 작업복과 어깨가 찢어질 듯 무거운 대형 캔버스 배낭이 전부였다. 배낭 안에는 능력자들이 던전 안에서 쓸 마력 포션, 비상식량, 그리고 예비 무기들이 가득 들어차 있었다. 무게만 해도 족히 40킬로그램은 나갈 터였다.

“죄송합니다. 바로 움직이겠습니다.”

강우는 허리를 깊숙이 숙였다. 반항할 생각 따위는 애초에 품지도 않았다. 이 세상에서 마력 반응 0.00%의 ‘무능력자’란 헌터들의 사냥감인 몬스터보다 조금 나을 뿐인 노예나 다름없었으니까.

20년 전, 하늘이 쪼개지며 게이트가 열리고 마력이 세상에 흘러넘치기 시작했을 때 인류는 두 부류로 나뉘었다. 마력을 받아들여 초인이 된 ‘각성자’와 아무런 변화도 겪지 못한 채 도태된 ‘무능력자’.

각성자들은 법 위에 군림했고 무능력자들은 그들이 흘리는 부스러기를 먹으며 연명했다. 올해 열아홉이 된 한강우 역시 병원에 누워 계신 어머니의 치료비와 사채업자들의 빚 독촉에 떠밀려 이 짓을 하고 있었다. 던전의 짐꾼. 공식 협회의 허가도 받지 않은 불법 사설 던전의 시다바리 역할이었다.

“출발한다. 경거망동하지 말고 내 뒤꽁무니나 잘 따라와. 죽기 싫으면 말이지.”

강태훈이 픽 웃으며 게이트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의 뒤를 따라 서너 명의 하급 헌터들이 낄낄거리며 들어섰다. 강우는 흘러내리는 배낭 끈을 고쳐 잡으며 심호흡을 한 번 하고 푸르게 넘실거리는 게이트의 장막 속으로 발을 디뎠다.

스산한 공기가 온몸을 감쌌다.
던전 내부의 벽면은 끈적거리는 이끼와 정체불명의 점액질로 가득했다. 천장에서는 주기적으로 차가운 물방울이 떨어져 강우의 목덜미를 적셨다. 비린내와 곰팡이 냄새가 섞인 악취가 코를 찔렀지만 강우는 인상을 찌푸릴 여유조차 없었다.
흙바닥에 발이 미끄러지지 않도록 온 신경을 곤두세워야 했다.

“이번 던전은 F급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왜 이렇게 마력 농도가 짙은 것 같지……”

파티의 힐러 역할을 맡은 한 여성이 불안한 듯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나지막이 속삭였다.

강태훈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손을 내저었다.
“걱정 마. 내가 이미 길드장님께 확인받았어. 조금 특이한 변종이 섞여 있을 뿐이지, 몬스터 수준은 F급에서 못 벗어나. 겁먹지들 말라고.”

하지만 강우는 본능적으로 느꼈다. 평소 들어갔던 F급 던전들과는 공기의 무게부터가 달랐다. 무능력자이기에 마력을 다룰 수는 없었지만, 역설적으로 마력에 대한 거부 반응은 더 예민하게 다가왔다. 가슴이 턱턱 막히고 가쁜 호흡이 이어졌다. 이건 최소 C급, 아니 어쩌면 B급에 가까운 던전의 압박감이었다.

‘뭔가 잘못됐다.’

탈출해야 한다고 머릿속에서 경고음이 울렸지만 여기서 나가면 어머니의 수술비는 날아가고 사채업자들에게 손가락이 잘릴 터였다. 강우는 주먹을 꽉 쥐고 묵묵히 걸었다.

던전 깊숙한 공동(空洞)에 도달했을 때 사건이 터졌다.

샤아아아아―!

사방의 어둠 속에서 수많은 붉은 안광이 일제히 켜졌다. 기분 나쁜 마찰음과 함께 거대한 그림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날카로운 칼날 같은 이빨을 드러낸, 황소만 한 크기의 ‘블러드 울프’ 무리였다. 그것도 일반적인 개체가 아닌 몸집이 두 배는 더 크고 등 뒤에 뿔이 돋아난 변종들이었다.

“이, 이게 무슨……! 변종 블러드 울프잖아! 그것도 떼거리로!”
“대장! 이거 F급이 아닙니다! 최소 C급 상위 던전이에요!”

헌터들이 비명을 지르며 무기를 치켜들었다. 그러나 기습적인 습격에 대열은 순식간에 무너졌다. 블러드 울프 한 마리가 힐러의 목덜미를 물어뜯었고 비명은 채 이어지지도 못한 채 핏물이 허공에 튀었다.

“제길! 후퇴한다! 입구로 뛰어!”

강태훈이 소리치며 마력 장검을 휘둘러 다가오는 늑대의 목을 베어 넘겼다. 그의 마력 갑옷이 늑대들의 발톱에 긁히며 불꽃을 튀겼다.

강우 역시 살기 위해 몸을 돌려 뛰려 했다. 하지만 어깨에 짊어진 40킬로그램의 배낭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허둥지둥 배낭 끈을 풀려던 순간, 뒤쪽에서 차가운 기운이 느껴졌다.

고개를 돌린 강우의 눈에 강태훈의 얼굴이 들어왔다.
강태훈은 늑대 세 마리에게 둘러싸여 고전하고 있었다. 도망칠 퇴로를 열기 위해서는 누군가 미끼가 되어 늑대들의 주의를 끌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강태훈의 야비한 눈빛이 정확히 한강우를 향했다.

“미안하게 됐다, 무능력자.”

서늘한 목소리와 함께 강태훈의 발길질이 강우의 가슴덜미를 강타했다. 마력이 실린 타격에 강우의 갈비뼈가 으스러지는 둔탁한 소리가 났다. 강우의 몸은 맥없이 늑대 떼의 한가운데로 날아가 처박혔다.

“커헉……!”

입안 가득 비릿한 피가 울컥 쏟아졌다.
가슴을 쥐어짜는 고통 속에서 강우는 눈을 부릅떴다. 도망치는 강태훈과 남은 헌터들의 뒷모습이 보였다. 그 비열한 배신감에 온몸의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았다.

크르르릉.

굶주린 늑대들이 강우의 주위로 몰려들었다. 뜨거운 침방울이 강우의 얼굴 위로 떨어졌다.

아아, 결국 이렇게 죽는구나. 평생 남들의 발판이 되어 짓밟히다가, 결국 마지막 순간에도 남을 위한 고기방패로 쓰이다가 버려지는구나. 억울했다. 분해서 미칠 것 같았다.

“강…… 태…… 훈……!”

강우가 피 끓는 목소리로 그 이름을 짓씹는 순간, 늑대의 날카로운 이빨이 강우의 목덜미를 사정없이 물어뜯었다.

콰득!

“끄아아아악!”

살점이 뜯겨 나가고 경동맥이 터졌다. 뜨거운 피가 뿜어져 나오며 시야가 급격히 붉은빛에서 암전으로 변해갔다. 사지가 찢기는 극심한 고통이 영혼을 갈기갈기 찢어발겼다.

숨이 완전히 끊어지기 직전, 암흑 속에서 난데없이 은백색의 글자가 떠올랐다.

[플레이어의 생명 활동이 정지되었습니다.]
[잠재된 특수 인과율 권능이 해제됩니다.]
[고유 권능: '사망 시 하루 전 회귀(EX)'가 각성합니다.]
[시간선을 재정렬합니다. 목표 시점: 24시간 전.]

‘무…… 슨…….’

강우의 의식이 완전히 꺼져 내렸다.


“허억―!”

강우는 비명을 지르며 상체를 벌떡 일으켰다.
얼굴과 등덜미가 식은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숨이 가빠 허파가 찢어질 것 같았다. 강우는 황급히 두 손으로 자신의 목을 감싸 쥐었다.

매끄러웠다.
늑대의 이빨에 뜯겨 나가 뼈가 드러났던 목덜미에는 흉터 하나 없었다. 갈비뼈 역시 멀쩡했다. 늑대들에게 사지가 뜯기던 그 끔찍한 고통과 비릿한 피 냄새는 온데간데없고, 코끝을 스치는 것은 익숙한 곰팡이 냄새뿐이었다.

“여기…… 어디야?”

강우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빛바랜 벽지, 삐걱거리는 낡은 철제 침대, 구석에 놓인 고장 난 미니 냉장고. 자신이 평생을 살아온 달동네의 단칸방이었다.

“꿈…… 이었나?”

너무나도 생생한 고통이었다. 목이 잘려 나갈 때의 감각, 살가죽이 뜯기던 소리,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을 던져버리던 강태훈의 그 차가운 눈빛까지. 단순한 악몽이라기엔 영혼에 새겨진 공포가 너무나 깊었다.

강우는 떨리는 손으로 침대 머리맡에 놓인 구형 스마트폰을 집어 들었다. 화면을 켜자 날짜와 시간이 선명하게 나타났다.

2026년 5월 29일 금요일. 오전 8시 15분.

강우의 동공이 지진이라도 난 듯 격렬하게 흔들렸다.

“5월 29일……?”

분명 자신이 던전에 들어가 강태훈에게 배신당하고 죽었던 날은 5월 30일 토요일 오후였다. 지금 스마트폰이 가리키는 시간은 그보다 정확히 하루 전인 금요일 아침이었다.

강우는 미친 사람처럼 인터넷을 켜고 실시간 뉴스를 확인했다.

[금일 마력 농도 예보… 평이한 수준 유지]
[태성 길드, 신규 던전 공략 성공 공식 발표]

모든 뉴스가 정확히 ‘하루 전’의 사실들을 보도하고 있었다. 머리가 터질 것처럼 복잡해졌다. 그때, 강우의 눈앞에 다시 한번 은백색의 시스템 메시지가 나타났다.

[현재 루프: 1회차]
[남은 시간선 보존 상태: 양호]
[주의: 과거의 행적을 바꿀 시 미래의 인과율이 변동될 수 있습니다.]

허공에 떠 있는 반투명한 창.
손을 뻗어도 만져지지 않지만 분명히 강우의 시야에만 또렷하게 존재하는 인터페이스였다.

“진짜…… 돌아온 건가? 내가?”

강우는 멍하니 자신의 손바닥을 바라보았다.
마력 수치 0.00%의 무능력자. 각성 측정기에서 그 어떤 불꽃도 피워내지 못해 평생을 쓸모없는 쓰레기 취급을 받던 자신이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을 각성했다는 뜻인가. 그것도 ‘죽음’을 매개로 해서.

‘사망 시 하루 전 회귀.’

머릿속에서 시스템의 목소리가 웅웅거리는 듯했다.
기쁨보다 먼저 소름 끼치는 공포가 찾아왔다. 그 말은 즉, 자신이 방금 전에 겪었던 그 사지가 찢기는 고통과 죽음이 단순한 환상이 아닌 진짜 현실이었다는 뜻이었으니까. 그리고 만약 앞으로 또 죽게 된다면 그 끔찍한 고통을 다시 겪어야 한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공포는 이내 차가운 분노와 욕망으로 뒤바뀌었다.

어차피 죽음이 예정되어 있던 삶이었다. 이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토요일 오후가 되면 자신은 강태훈의 손에 이끌려 불법 던전으로 향할 것이고 결국 그 차가운 돌바닥에서 늑대들의 먹이가 되어 죽을 것이다.

그렇다면 미래를 바꿔야 한다.

강우의 눈빛이 매섭게 가라앉았다. 더는 남들의 지배를 받으며 구걸하는 무능력자로 살지 않겠다. 자신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강태훈 그리고 이 불평등한 세상을 향해, 그는 자신이 가진 유일한 패를 쥐고 싸우기로 결심했다.

“하루 전…… 24시간 동안 판을 짤 시간은 충분해.”

강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낡은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어제로 돌아온 무능력자 소년의 처절하고 독한 반격이 이제 막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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