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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화: 어둠 속의 도살자
"카아아아악!"
가장 먼저 달려든 세 마리의 구울이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강우의 목덜미를 조준했다.
강우는 피하지 않았다. 대신 그가 서 있는 바닥의 짙은 그림자 속으로 몸을 미끄러뜨리듯 뉘었다.
스윽.
강우의 전신이 액체처럼 그림자 속으로 가라앉으며 순식간에 소멸했다.
새롭게 획득한 고유 스킬, [그림자 보행(F급)]이었다.
"끼에엑?!"
먹잇감을 잃은 구울들이 공중에서 허우적거렸다.
그 찰나의 순간, 10미터 뒤편에 서 있던 구울 한 마리의 등 뒤 그림자 속에서 차가운 검은 아지랑이와 함께 강우가 소리 없이 솟구쳐 올랐다.
푸학!
강우의 오른손에서 뻗어 나온 굵고 날카로운 E등급 그림자 가시가 구울의 후두부를 관통해 미간으로 튀어나왔다.
강우가 가볍게 손을 비틀자, 검은 마력이 뇌수를 파괴하며 구울은 단 한 마디의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잿더미가 되어 소멸했다.
"다음."
강우의 그림자가 사방으로 출렁이며 터널 벽면을 기어올랐다.
그의 부름에 응답하듯, 바닥과 벽의 모든 어둠 속에서 수십 개의 검은 뱀과 같은 촉수들이 솟구쳐 나와 질주하는 구울들의 다리와 목을 가차 없이 휘감아 옭아맸다.
"끼이이이익!"
구울들이 마력을 뿜어내며 속박을 풀려 발버둥 쳤으나, E등급으로 강화된 심연의 그림자는 놈들의 마력 파동을 빨아먹는 흡수 속도가 배로 빨라져 있었다.
바둥거릴수록 구울들의 생명력과 마력이 강우의 체내로 순환되어 흡수되는 기묘한 포식 관계가 성립했다.
쿵. 쿵. 쿵.
그때, 뼈 방패를 앞세운 거대 해골 기사가 굉음을 내며 전진해 왔다.
C급 보스 마수답게 놈이 지닌 억센 언데드 마력이 공기를 무겁게 짓눌렀. 기사는 거대한 뼈 도끼를 양손으로 쥐고 강우의 머리 위를 향해 사정없이 내리찍었다.
콰아아앙!
도끼가 내리찍힌 터널 바닥이 처참하게 박살 나며 폭풍 같은 충격파가 번졌다.
하지만 강우는 이미 기사의 등 뒤 그림자로 순간 이동한 뒤였다.
"느리군."
강우는 기사의 목덜미 틈새, 붉은 안광이 일렁이는 두개골 안쪽의 코어를 노려 그림자 단검을 찔러 넣었다.
그러나 거대 해골 기사는 보스급 마수답게 비정상적인 반사 신경으로 뼈 방패를 등 뒤로 꺾어 강우의 단검을 튕겨냈다.
깡―――――!
금속성의 파열음과 함께 불꽃이 튀었다.
기사는 즉시 방패를 밀치며 회전베기로 강우의 허리를 양분하려 들었다.
"차단."
강우가 왼손을 펼치자, 기사의 등 뒤 그림자 속에서 솟구친 네 개의 거대한 어둠의 손아귀가 기사의 두 팔과 뼈 도끼자루를 움켜쥐고 공중에 고정해 버렸다.
쿠구구궁!
기사가 온 힘을 쥐어짜 내 속박을 뜯어내려 했으나, 강우는 이미 놈의 발밑 그림자에 축적된 마력 흐름을 차단하고 갉아먹기 시작했다.
기사의 투구 틈새로 뿜어져 나오던 붉은 마력의 안광이 급격히 흐려졌다.
"끝이다."
강우는 다시 한번 [그림자 보행]을 시전해 기사의 정수리 바로 위 공중으로 공간을 도약했다.
낙하하는 가속도를 고스란히 실어, 검게 응축된 최대 출력의 심연의 가시를 기사의 투구 정중앙의 균열 틈새로 깊숙이 박아 넣었다.
푸우욱! 쩌적!
"끄어어어어어……!"
기사의 두개골 내부에서 보랏빛 심연의 폭발이 일어났다.
마력 코어가 완벽하게 붕괴한 거대 해골 기사의 거대한 신체가 서서히 먼지가 되어 무너지기 시작했다.
보스를 잃은 수백 마리의 구울 떼와 해골 병사들은 지휘 체계가 붕괴하여 혼란에 빠져 사방으로 날뛰기 시작했다.
강우는 땅에 내려서며 두 팔을 넓게 벌렸다.
"전원 몰살한다."
[스킬 '심연의 손길(E)' 최대 범위 시전 - '그림자 가시 비(Rain of Shadows)'.]
스스스스―――――!
터널의 천장과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던 그림자 아지랑이들이 일제히 날카로운 검은 바늘이 되어, 사방의 마수들을 향해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슈슈슈슈슈슉!
"끼에에에엑!"
"크하학!"
도망치던 구울들과 해골 전사들이 단 한 마리도 예외 없이 그림자 가시에 온몸이 꿰뚫려 허공에 대롱대롱 매달렸다.
몇 초 지나지 않아 터널 내부의 소음은 거짓말처럼 사라졌고, 비좁은 터널 안에는 보스 기사가 남긴 찬란한 C급 최상급 마석과 뼈로 조각된 특수 단검 아이템만이 바닥에 뒹굴고 있을 뿐이었다.
강우는 가볍게 흙을 털어내며 바닥에 떨어진 마석과 단검을 주워 가방에 넣었다.
그의 얼굴에는 단 한 줌의 피로 기색도 없었다. E등급의 힘은 그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파괴적이고 효율적이었다.
"이제 나갈 시간이군."
유지원이 막아둔 배수로 입구를 다시 부수고 나간다면 그녀에게 의심을 사게 될 터였다.
강우는 왔던 길을 되돌아 지하 기차역의 중앙 통제실로 향했다. 그곳은 붕괴의 영향으로 마력이 과부하되어 임시 차원 왜곡 장치가 작동 중인 구역이었다.
그 장치를 조작하면, 게이트 바깥의 영등포 종합병원 지하 기계실 구역으로 공간을 직접 우회하여 조용히 빠져나갈 수 있었다.
"어머니가 계신 곳으로 바로 연결한다."
강우는 기차역 통제실의 낡은 계기판에 손을 얹으며, 심연의 마력을 주입해 우회 포탈을 가동했다.
일렁이는 푸른빛이 그의 전신을 감싸 안으며, 어둠 속의 도살자는 조용히 전장을 이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