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하면 하루 전으로 회귀합니다

24화: 염동력의 맹점
B급 염동력 헌터 한성우의 무력은 위협적이었다.
그가 손을 가볍게 들어 올릴 때마다, 코어 룸 사방에 장식되어 있던 톤 단위의 대리석 석상들과 굵은 철제 배관들이 중력을 거스른 채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죽어라, 쥐새끼야!"
한성우의 손짓과 함께, 허공을 메운 석상들이 음속에 가까운 속도로 강우를 향해 내리꽂혔다.
콰아아앙! 콰아아앙!
강우는 '심연의 손길'로 그림자 보호막을 펼치며 필사적으로 굴렀으나, 사방에서 날아오는 잔해들의 폭격을 완전히 피할 수는 없었다.
첫 번째 1대1 대결에서 강우는 한성우의 염동력이 지닌 고유한 특징을 몰랐다. 한성우는 단순히 물체를 날리는 것뿐만 아니라, 강우가 밟고 있는 바닥의 타일 자체를 염동력으로 뜯어내 공중에서 뒤집어 버리는 변칙적인 전술을 구사했다.
바닥이 뒤집히며 중심을 잃은 강우의 위로, 3톤이 넘는 거대한 천장 보일러 배관이 덮쳐 내렸다.
콰직!
"아…… 윽!"
척추를 포함한 하반신 전체가 짓뭉개지며 엄청난 고통이 밀려왔다. 입에서 피가 솟구쳤고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었다. 한성우는 비열하게 웃으며 강우의 머리를 짓밟기 위해 걸어왔다.
강우는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바닥을 기며, 가슴 품속에 들어 있던 독약 주사기를 꺼내 목에 찔렀다.
"……리셋."
고통스러운 죽음과 함께, 그의 의식은 다시 인과의 강물로 가라앉았다.
스스스스…….
"하아, 하아……!"
네 번째 루프의 시작. 강우는 침대 위에서 머리를 감싸 쥐었다.
두통이 뇌를 쪼갤 듯이 아파왔지만, 그의 머릿속에는 이미 한성우의 모든 움직임이 분석되어 구조화되어 있었다.
"한성우의 염동력 사정거리는 20미터. 물체를 공중에 띄울 때 반드시 그의 시선이 그 물체에 고정되어야 한다. 즉, 시야를 차단하면 염동력의 조준력이 극도로 떨어진다."
"또한, 2개 이상의 물체를 조작할 때는 뇌의 연산 과부하로 인해 새로운 명령을 내리는 반응 속도가 0.5초가량 늦어진다. 그리고 놈이 바닥 타일을 뒤집는 타이밍은 전투 개시 후 정확히 12초 뒤다."
강우의 눈동자에 차가운 살기가 어렸다.
그는 다시 빠르게 장비를 챙기고 남은 시간을 계산했다.
네 번째 루프, 밤 11시 32분. C급 게이트 코어 룸 내부.
철컥 소리와 함께 대리석 문이 닫히고 염동력 결계가 쳐지며 한성우가 걸어 나왔다.
"눈치 빠른 쥐새끼군. 하지만 여기까지다, 섀도우……."
한성우의 대사가 끝나기도 전이었다.
스스스스!
강우는 놈이 말을 마칠 틈을 주지 않고, 체내의 심연의 마력을 대량으로 방출했다.
그의 손끝에서 뿜어져 나온 검은 아지랑이가 폭발하듯 팽창하며 한성우의 머리 전체를 굳게 감싸 안았다.
스킬 [심연의 손길]의 변형, '심연의 장막 - 안구 구속'.
"윽?! 눈이…… 안 보여! 이게 뭐야!"
순식간에 시야가 절대 영도의 암흑으로 가려진 한성우가 비명을 지르며 허공에 손을 휘둘렀다.
시선이 차단되자 공중에 떠오르려던 석상들이 균형을 잃고 바닥으로 쿵쿵 떨어져 내렸다.
"이 자식이…… 무작위 방출!"
한성우가 당황하여 염동력을 사방으로 무작위 폭발시켰다.
주변의 공기가 왜곡되며 보이지 않는 충격파가 사방으로 뻗어 나갔으나, 강우는 이미 한성우가 광역 방출을 할 때 몸을 숙이고 에스컬레이터 잔해 뒤의 사각지대로 피신한 상태였다.
정확히 전투 개시 12초 뒤.
한성우가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도 본능적으로 바닥 타일을 뒤집으려 염동력을 집중했다. 바닥이 잘게 떨리기 시작했다.
"지금이다."
강우는 타일이 뒤집히기 직전, 몸을 날려 천장 배관을 향해 그림자 촉수를 뻗었다.
동시에 천장에 설치되어 있던 '고압 마력 냉각수 배관'의 가압 밸브를 그림자 송곳으로 정확하게 찔러 뚫어 버렸다.
파아아아아앗!
기화된 차가운 마력 냉각수가 스프링클러처럼 뿜어져 나와 한성우의 전신을 덮쳤.
마력을 냉각시켜 억제하는 성질을 지닌 특수 냉각수에 젖는 순간, 한성우의 몸을 감싸고 있던 염동력 방어벽과 마력 회로가 순식간에 동결되며 무력화되었다.
"아, 아아…… 마력이…… 안 움직여!"
한성우가 얼어붙은 채 비명을 질렀다.
그 틈을 놓칠 강우가 아니었다. 강우는 그림자 속에서 용수철처럼 튀어나와, 한성우의 바로 앞까지 접근했다.
그의 오른손에 응축된 뾰족하고 단단한 그림자 송곳이 한성우의 가슴팍을 향해 쏘아져 들어갔다.
푸우욱!
"커헉……."
그림자 송곳이 한성우의 심장을 관통했다.
한성우는 피를 토하며 무릎을 꿇었다. 그의 눈동자에 서린 것은 무능력자 꼬맹이에게 패배했다는 사실에 대한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경악과 허망함이었다.
스르륵…….
한성우의 시신이 바닥으로 쓰러졌다.
강우는 가쁘게 숨을 몰아쉬며 돌 제단 위로 다가갔다. 그리고 제단에 박혀 붉은 마력을 뿜어내던 '검은 열쇠'를 그림자 손길로 감싸 쥔 뒤, 거칠게 힘을 주어 뽑아 버렸다.
쩍! 쨍그랑!
장치가 코어에서 분리되며 박살이 났고, 폭주하려던 보랏빛 마력 코어는 거짓말처럼 차분한 빛을 띠며 안정을 되찾았다.
영등포 도심을 파멸시키려던 던전 브레이크의 위협이 완전히 소멸하는 순간이었다.
쿵―――――!
그때, 코어 룸의 대리석 문이 밖에서 가해진 강력한 빙결 참격에 의해 산산조각이 나며 박살 났다.
자욱한 먼지와 서리 연기 속에서, 온몸에 최태무의 피를 묻힌 유지원이 빙결의 검을 든 채 다급하게 룸 안으로 들이닥쳤다.
"섀도우! 괜찮으십……."
유지원의 말문이 턱 막혔다.
그녀의 눈앞에 보인 것은, 심장이 뚫린 채 쓰러져 있는 B급 염동력 헌터 한성우의 시체.
그리고 그 시체 옆에 피투성이가 된 채 서서, 해제된 '검은 열쇠'를 손에 쥔 채 자신을 차갑게 돌아보는 그림자 가면의 사내, 섀도우의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