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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하면 하루 전으로 회귀합니다20화

사망하면 하루 전으로 회귀합니다

사망하면 하루 전으로 회귀합니다

20화: 저격하는 그림자

강성재 상임이사.
대한민국 3대 길드 '태성'에서 길드장 바로 다음가는 권력을 쥔 거물이자, 태성 길드의 창립 멤버이기도 했다. 그는 대외적으로는 고아원 후원과 사회적 약자 보호에 앞장서는 온화한 신사로 알려져 있었으나, 뒤로는 골든 키 같은 악질 범죄 조직들과 연계해 불법 던전에서 노예 노동을 조장해 천문학적인 검은돈을 챙겨온 탐욕스러운 괴물이었다.

"유지원에게 이 카드를 넘긴다."

강우는 오피스텔 방 안에서 태성 길드의 엘리트 헌터 유지원의 개인 보안 메신저 번호를 입력했다.
과거 길드원들의 뒷담화와 회귀 전 수집했던 고급 정보 중에는, 유지원이 길드 내부의 비리 세력인 강성재 이사를 몰아내기 위해 비밀리에 감찰팀을 가동하고 있다는 내용이 있었다. 그녀라면 이 붉은 서류철의 가치를 가장 잘 알고 있을 터였다.

[상임이사 강성재의 불법 사설 던전 실소유 계약서 원본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늘 밤 11시, 남산 성곽길 한적한 정자 앞에서 비대면 거래를 제안합니다. - 섀도우]

메시지는 즉시 전송되었고, 답장은 3분 만에 왔다.

[제안을 수락합니다. 서류의 진위 여부를 현장에서 감정 후, 원하는 대가를 지불하죠. 함정은 파지 않겠습니다.]

유지원의 성격상 함정을 파지는 않을 터였다.
하지만 강우가 두려워하는 것은 유지원이 아니었다. 강성재 이사 측의 정보망이었다. 골든 키의 거점이 털린 직후 강성재 이사는 자신의 비리 문서가 유출되었음을 눈치챘을 것이고, 섀도우의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 감시망을 곤두세우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 우려는 사실로 드러났다.


첫 번째 루프. 밤 10시 50분, 어두운 남산 성곽길.
강우는 후드티를 눌러쓴 채 정자 근처의 덤불 속에 숨어 유지원의 등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저 멀리서 흰색 코트를 입은 아름다운 여성, 유지원이 비서 한 명만을 대동한 채 약속 장소로 걸어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그녀의 발걸음이 정자 앞에 멈춰 선 순간.

파앙―――――!

소음기가 장착된 특수 대물 저격총의 파열음이 남산의 한적한 야공을 찢었다.
탄환이 날아온 곳은 성곽길 맞은편에 위치한 빈 전시장 건물의 옥상이었다. 그러나 저격의 타깃은 유지원이 아니었다.

퍼억!

"……아?"

수풀 속에 은밀하게 매복해 있던 강우의 왼쪽 가슴에 주먹만 한 구멍이 뚫렸다.
강성재 이사가 섀도우를 잡기 위해 배치한 열 감지 저격수에게 위치가 노출된 것이었다. 뿜어져 나온 시뻘건 피가 흙바닥을 적셨다. 강우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가슴을 쥐어뜯으며 쓰러졌다.

유지원이 소리를 듣고 놀라 검을 뽑았지만, 이미 강우의 시야는 급격히 흐려지고 있었다.

"리…… 셋……."

주사기를 찌를 틈도 없이, 강우는 심장 정지로 인한 죽음을 맞이하며 눈을 감았다.


스스스스…….

"허억!"

강우는 오피스텔 침대 위에서 거친 숨을 몰아쉬며 깨어났다.
날짜는 다시 거래 당일 오전. 가슴뼈가 날아갔던 참혹한 고통의 환각이 가시지 않아 손이 미세하게 떨렸지만, 강우는 떨림을 억누르며 노트북을 켰다.

"저격수의 위치는 성곽길 맞은편 갤러리 빌딩 옥상. 저격 시각은 정확히 밤 10시 52분. 열 감지 스펙트럼 스코프를 사용했다."

강우의 눈동자에 차가운 분노와 냉철한 계산이 어우러졌다.
그는 유지원에게 다시 메시지를 보냈다.

[오늘 밤 성곽길 거래 장소에 강성재 이사 측의 B급 저격수 '섀도우 킬러' 박준태가 배치되어 있습니다. 위치는 맞은편 갤러리 빌딩 옥상. 거래 전에 그 쥐새끼부터 청소해 주십시오. - 섀도우]

유지원으로부터 온 답장에는 경악이 서려 있었다.

[그 정보가 확실합니까?]

[확실합니다. 박준태는 열 감지 스코프를 조준하고 대기할 겁니다. 10시 50분까지 그를 무력화하지 않으면 거래는 무산됩니다.]


두 번째 루프. 밤 10시 48분, 갤러리 빌딩 옥상.
검은 전술 슈트를 입은 저격수 박준태는 대물 저격총을 성곽길의 정자를 향해 조준하고 있었다.

"열 감지 반응 확인. 목표 지점에 아직 섀도우로 추정되는 생명체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가 무전기에 나지막이 보고하던 바로 그 순간.

바스락.

"누구냐?!"

박준태가 급히 권총을 뽑아 뒤를 돌았다.
그러나 그가 본 것은, 밤하늘에서 소리 없이 흘러내린 눈꽃송이들이었다. 그리고 옥상 바닥 전체가 순식간에 차가운 빙판으로 얼어붙기 시작했다.

서걱!

"끄아아악!"

박준태의 두 다리가 바닥의 얼음더미에 단단히 묶였다. 극저온의 빙결 마력이 다리 뼈를 파고들었다.
어둠 속에서 흰색 코트를 흩날리며 유지원이 빙결의 검을 쥔 채 천천히 걸어 나왔.

"섀도우의 제보가 진짜였군. 강성재 이사의 전속 사냥개 박준태. 네가 왜 여기서 저격총을 쥐고 있지?"

유지원의 차가운 목소리에 박준태는 사색이 되었다. A급 빙결 헌터의 마력은 C급인 그가 저항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이, 이 빌어먹을……!"

박준태가 저항하려 했으나, 유지원이 검을 가볍게 휘두르자 그의 팔뚝까지 순식간에 얼음꽃에 뒤덮이며 완전히 무력화되었다.

상황이 종료되자, 유지원은 남산 성곽길의 정자를 향해 무전기를 켰다.

"박준태 신병 확보 완료. 섀도우, 이제 모습을 드러내시죠."

그때, 정자 뒤편의 짙은 어둠 속에서 스스스 소리와 함께 검은 아지랑이가 솟구쳐 올랐다.
어둠이 뭉쳐지며 사람의 형태를 띤 '그림자 분신'이 유지원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강우가 멀리 떨어진 덤불 속에서 자신의 '심연의 마력'을 투사해 만들어 낸 그림자 실체였다.

"제보를 믿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유지원 팀장님."

그림자 분신의 입에서 변조된 차가운 기계음이 흘러나왔다.
유지원은 눈앞의 존재를 보며 강한 경계심과 함께 경악을 금치 못했다. 마력 반응이 거의 없는데도 불구하고 그림자를 실체화해 다루는 기묘한 기술. 이 섀도우라는 자의 정체는 도저히 헌터 협회의 지식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수수께끼였다.

"당신, 대체 정체가 뭐죠? 마력이 느껴지지 않는데 어떻게 이런 기술을 쓰는 건가요?"

"그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림자 분신이 품에서 붉은 서류철을 꺼내 제단 위에 올려놓았다.

"이게 약속한 계약서 원본입니다. 강성재 이사를 단숨에 파멸시키고, 당신의 지위를 굳건히 해줄 가장 확실한 카드죠."

유지원은 다가가 서류를 확인했다.
강성재 이사의 친필 서명과 불법 던전의 마석 거래 통장 사본까지 완벽하게 들어 있는 진짜 계약서였다.

"원하는 대가가 무엇인가요? 돈인가요, 아니면 권력?"

유지원이 서류를 챙기며 물었다.
그림자 분신은 서서히 허공으로 흩어지며 나지막하게 대답했다.

"돈은 이미 충분합니다. 내가 원하는 것은…… 강성재의 몰락, 그리고 향후 태성 길드 내부에서 내가 던질 몇 가지 체스 말들을 당신이 눈감아 주는 것입니다."

어둠 속으로 완전히 녹아 없어져 가는 그림자를 보며, 유지원은 멍하니 서 있을 뿐이었다.
자신을 돕는 보이지 않는 설계자.
그림자 브로커 섀도우의 존재가 그녀의 뇌리에 지워지지 않을 강렬한 문신처럼 새겨진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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