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하면 하루 전으로 회귀합니다

17화: 참혹한 수용소
서울 은평구 갈현동의 한적한 주택가.
외관상으로는 간판조차 불이 꺼진 낡은 상가 건물의 지하 노래방이었지만, 그 철문 뒤편에는 전혀 다른 지옥이 도사리고 있었다.
"어이, 신참. 딴짓하지 말고 빨리 짐이나 들어!"
거친 상소리와 함께 묵직한 가죽 배낭이 강우의 가슴팍으로 날아왔다. 강우는 신음 소리를 내며 일부러 꼴사납게 바닥을 굴렀다.
"죄, 죄송합니다!"
강우는 바싹 겁에 질린 무능력자 짐꾼의 목소리를 흉내 내며 배낭을 짊어졌다.
골든 키의 지하 거점에 잠입하기 위해, 강우가 선택한 방법은 가장 원초적이면서도 확실한 것이었다. 바로 그들이 매일 뒷골목 구인망을 통해 조용히 모집하는 '미등록 사설 던전 일용직 짐꾼'으로 직접 지원하는 것.
마력 측정기에도 마력 0.00%로 나오는 철저한 무능력자였기에, 골든 키의 모집책들은 아무런 의심 없이 강우를 거둬들였다. 오히려 다루기 쉽고 부려먹기 편한 고등학생 소모품 정도로 여겼을 뿐이다.
철문을 지나 지하 계단을 세 번 꺾어 내려가자, 헌터 협회의 승인을 받지 않은 '미등록 불법 사설 던전'의 입구가 나타났다.
푸른빛이 아닌, 피처럼 붉고 일그러진 마력 파동을 뿜어내는 기분 나쁜 색깔의 포탈이었다.
포탈 앞에는 대략 이십여 명의 사람이 쇠사슬에 묶인 채 줄을 지어 서 있었다.
그들의 눈동자에는 생기가 없었다. 사채 빚을 갚지 못해 신체 포기 각서를 쓰고 이곳으로 끌려온 채무자들이었다. 그들은 던전 안에서 목숨을 걸고 불법 마석을 채굴하는 노예 노동에 투입될 처지였다.
"들어가! 시간 지체하지 말고!"
채찍을 든 헌터가 채무자들의 등짝을 사정없이 내리쳤다. 비명과 함께 사람들이 일그러진 붉은 포탈 속으로 휩쓸려 들어갔다. 강우 역시 그들의 뒤를 따라 묵묵히 포탈을 넘었다.
스스스스…….
공간이 반전되며 시야가 밝아졌다.
그곳은 축축하고 끈적한 점액질로 가득 찬 거대한 천연동굴이었다. 동굴 사방에는 거대한 거미줄이 쳐져 있었고, 천장에는 사람만 한 크기의 거미 알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C급 던전 [독거미의 둥지]였다.
"아아…… 싫어, 살려줘……."
"시끄러워! 조용히 안 해?!"
사설 경비를 담당하는 C급 헌터 '독사' 배철수가 차가운 눈으로 채무자들을 윽박질렀다. 그는 마력을 두른 채찍을 휘두르며 사방을 통제하고 있었다.
"여기는 독거미들이 득실거리는 던전이다. 너희 무능력자 새끼들은 우리가 몬스터의 어그로를 끄는 동안, 저기 벽면에 박힌 보랏빛 '포이즌 스톤' 광맥을 캐서 자루에 담으면 된다. 허튼짓을 하거나 도망치려 했다간, 거미들의 먹이로 던져줄 줄 알아라."
배철수의 지시에 따라 채무자들은 벌벌 떨며 곡괭이를 들고 어두운 벽면으로 다가갔다.
강우 역시 무거운 짐을 진 채, 묵묵히 그들의 뒤에서 던전 내부의 지형과 경비 헌터들의 동선을 눈으로 기록하기 시작했다.
‘경비 헌터는 총 5명. C급 하나에 D급 4명. 결계 생성 장치는 동굴 입구와 심층부 통로에 각각 하나씩 설치되어 있군.’
그들의 배치와 순찰 주기를 머릿속으로 계산해 나가던 찰나, 동굴 안쪽에서 이상한 울림이 전해졌다.
지이이이잉…….
"……음?"
배철수가 고개를 돌렸다.
그 순간, 천장에 매달려 있던 수십 개의 거미 알들이 일제히 쩍 갈라지며, 붉은 눈을 번뜩이는 주먹만 한 크기의 새끼 거미들이 수천, 수만 마리가 쏟아져 내렸다.
"뭐, 뭐야! 몬스터 팝업 주기가 왜 이래?!"
"대장! 결계 제어 장치가 오작동하고 있습니다! 던전의 마력이 폭주하고 있어요!"
D급 경비 헌터가 비명을 질렀다.
불법 사설 던전은 협회의 체계적인 관리를 받지 않기 때문에, 결계 장치의 오작동이나 몬스터의 갑작스러운 폭주(레이드)가 자주 일어나는 위험한 곳이었다.
"제길! 채무자 놈들은 버려! 퇴로 확보하고 탈출한다!"
배철수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부하들을 데리고 입구 쪽으로 후퇴하기 시작했다.
남겨진 채무자들과 짐꾼들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사방에서 쏟아지는 독거미 떼가 사람들의 다리를 물고 기어올랐다.
"으아아악! 살려줘!"
"내 몸에 거미가…… 커헉!"
독거미의 강력한 마비 독에 중독된 사람들이 쓰러져 거미줄에 휘감기기 시작했다. 강우 역시 덮쳐오는 거미 떼를 피해 바위 틈새로 뛰었지만, 천장이 무너지며 거대한 바윗덩어리가 그의 퇴로를 완전히 막아서 버렸다.
쿠구구궁!
"……쳇."
강우는 가로막힌 바위를 보며 혀를 찼다.
주변에는 수천 마리의 거미들이 포위망을 좁혀오고 있었고, 경비 헌터들은 이미 포탈을 닫고 도망쳐 던전 내부는 완전한 폐쇄 상태가 되었다. 이대로 어설프게 마력을 사용해 살아남는다 해도, 던전이 붕괴하면 산 채로 매장되어 몇 날 며칠을 고통받아야 할 처지였다.
가장 깔끔한 해결책은 단 하나뿐이었다.
강우는 허리춤에서 지체 없이 독약 주사기를 꺼냈다.
"리셋한다."
주사 바늘이 목덜미를 파고들었고, 차가운 독약이 심장을 멈추었다.
시야가 급격히 어두워지며, 소년의 첫 번째 탐색 루프가 종결되었다.
스스스스…….
"흡!"
강우는 차가운 밤바람을 맞으며 오피스텔 침대 위에서 상체를 일으켰다.
온몸을 지배하는 기분 나쁜 소름과 약한 두통이 회귀의 성공을 알렸다. 날짜는 다시 거래가 있기 전날 밤이었다.
강우는 침대 옆 테이블에 놓인 스마트폰을 켜 일정을 확인했다.
"사설 던전 [독거미의 둥지]. 제어 장치의 폭주 시간은 진입 후 정확히 1시간 12분 뒤."
그리고 경비 배철수 일당이 도망칠 때 사용하는 예비 포탈의 보안 코드는 그들이 도망치는 과정에서 나누었던 도청 파일에 고스란히 녹음되어 있었다.
"두 번째 루프. 이번에는 놈들의 둥지를 통째로 박살 내주지."
강우의 눈동자에 차가운 이성이 번뜩였다. 죽음을 기록한 소년의 진짜 공략이 다시 시작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