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하면 하루 전으로 회귀합니다

16화: 그림자 거래
[비리 명단의 신뢰성은 확인했다. 거래를 원한다. 오늘 밤 10시, 강남의 '블루 노트' 바. 10번 테이블.]
대포폰의 액정에 뜬 메시지를 보며 강우는 찻잔을 천천히 기울였다.
구매자의 닉네임은 '골든 키(Golden Key)'. 뒷세계에서 거물들의 비밀 정보를 전문적으로 매입해 경쟁 길드나 감사국에 비싸게 팔아넘기는 악명 높은 정보 브로커 조직의 실무자였다.
"골든 키라……."
강우의 입꼬리가 비틀려 올라갔다.
그들이 정보를 고분고분 돈을 주고 살 리가 없었다. 그 바닥의 생리상, 정보를 손에 넣는 즉시 발신지를 역추적해 '섀도우'라는 신참 정보 브로커의 정체를 밝혀내고 목줄을 쥐려 들 것이 뻔했다.
"그렇다면 나도 그에 맞는 대접을 해줘야지."
강우는 오피스텔 책상 위에 놓인 노트북을 조작했다.
그는 거래용으로 보낼 태성 길드 비리 장부 파일 내부에, 아주 정교하게 위장된 '역추적 백도어 프로토콜'을 심어두었다. 상대방이 파일을 열고 보안 암호를 해독하려 시도하는 순간, 오히려 그들의 기기와 네트워크망 전체가 강우의 통제하에 들어가게 설계된 프로그램이었다.
밤 10시. 강남의 한산한 골목에 위치한 재즈 바 '블루 노트'.
은은한 트럼펫 소리와 어두운 조명이 묘한 긴장감을 자아내는 곳이었다.
강우는 단정하게 정장을 차려입고 안경을 써서 평범한 명문대생처럼 변장한 채 바 안으로 들어섰다.
그의 시선이 10번 테이블을 향했다. 그곳에는 값비싼 양복을 입은 중년의 신사와 그 뒤를 지키는 덩치 큰 사내 두 명이 앉아 있었다. 경호원들은 마력 반응을 은은하게 내뿜고 있는 D급 헌터들이었다.
강우는 그들의 테이블로 다가가지 않았다. 대신 10번 테이블이 한눈에 보이는 맞은편 4번 바 좌석에 조용히 앉아 칵테일 한 잔을 주문했다.
그는 품속에서 진동하는 또 다른 세컨드 폰을 꺼내 메시지를 보냈다.
[바 좌석의 바텐더에게 10번 테이블로 밀봉된 서류 봉투와 USB를 전달하라고 지시했다. 확인해라.]
10번 테이블의 중년 신사, 골든 키의 실무자가 스마트폰을 보더니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잠시 후, 강우의 팁을 받은 바텐더가 서류 봉투를 10번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실무자는 봉투를 열어 USB를 꺼내더니, 미리 준비해 온 군용 노트북에 연결했다.
탁. 탁. 탁.
그가 파일의 암호를 해독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실무자의 뒤에 서 있던 헌터 중 한 명이 품속에서 기이한 안테나가 달린 마력 추적 장치를 꺼내 조심스럽게 가동했다. 바 내부의 무선 와이파이와 통신 주파수를 강제로 가로채 섀도우의 접속 위치를 역추적하려는 수작이었다.
"추적 시작했다."
강우는 귀에 꽂은 미세한 무선 이어폰을 통해 그들의 대화를 엿듣고 있었다. 미리 바텐더에게 전달한 서류 봉투 내부에 초소형 고성능 도청 장치를 심어두었기 때문이었다.
"좋아, 놈의 IP 대역을 따내라. 오늘 밤 안으로 섀도우 그 새끼의 모가지를 비틀어 놓는다."
실무자가 노트북 화면을 보며 비열하게 웃었다.
그러나 그 순간, 실무자의 노트북 화면이 파랗게 점멸하더니 해골 모양의 아이콘이 나타났다.
"어……? 이게 뭐야? 방화벽이 왜 깨져?!"
"차단해! 당장 전원 꺼!"
강우가 심어둔 역추적 백도어가 작동한 것이었다.
상대방의 노트북은 강우의 명령에 따라 그들의 로컬 네트워크를 타고, 골든 키 조직이 사용하고 있는 진짜 메인 서버의 좌표를 강우의 노트북으로 실시간 송신하기 시작했다.
[역추적 성공. 상대 기기의 GPS 좌표 확보: 서울 은평구 갈현동 402-1 지하 거점.]
"찾았다."
강우는 칵테일을 한 모금 마셨다.
그 좌표는 골든 키가 태성 길드의 비리 이사들과 결탁하여 운영하고 있던, 불법 사채업 채무자 감금용 '사설 던전'의 관리 본부 위치였다.
그때, 추적 장치를 돌리던 헌터가 헤드폰을 벗으며 소리쳤다.
"대장! 주파수 신호 발신지가…… 바로 이 가게 안입니다! 바 좌석에 앉은 저 안경 쓴 꼬맹이 폰이에요!"
실무자와 두 명의 헌터의 시선이 일제히 바 좌석에 앉아 있는 강우를 향했다.
그들의 얼굴에 살기가 차올랐다.
"잡아!"
두 명의 헌터가 마력을 뿜어내며 의자를 걷어차고 강우를 향해 쇄도했다.
바 안의 손님들이 비명을 지르며 대피하기 시작했고, 은은하던 재즈 음악은 순식간에 난장판의 소음으로 덮였다.
하지만 강우는 당황하지 않았다.
그는 들고 있던 칵테일 잔을 바닥으로 내던졌다.
쨍그랑!
잔이 깨짐과 동시에, 강우의 그림자가 폭발하듯 팽창하며 바닥을 시꺼멓게 덮어버렸다.
스킬 [심연의 손길]의 변형 기법, '심연의 장막'.
순식간에 블루 노트 바 전체가 빛 한 점 들어오지 않는 절대적인 암흑 속으로 빠져들었다. 비상구의 불빛마저 집어삼키는 어둠이었다.
"으앗! 눈이 안 보여!"
"이게 무슨 마법이야?! 마력 반응이 없는데 왜 어두워지는 건데?!"
D급 헌터들이 허공에 주먹과 발길질을 해댔지만, 절대 영도의 어둠 속에서 방향 감각을 잃은 그들은 서로 부딪치며 꼴사납게 바닥을 굴렀.
그 암흑의 장막 속에서, 강우는 야간 투시를 켠 듯 모든 것을 선명하게 보며 유유히 걸어 나갔다.
그는 허둥대는 헌터들의 곁을 스쳐 지나가며, 놈들이 입고 있던 자켓의 깃 안쪽에 초소형 GPS 추적 패치를 은밀하게 부착했다.
딸깍.
"좋은 정보 감사했습니다."
강우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허공에 울렸다.
헌터들이 소리가 난 방향을 향해 마력 참격을 날렸으나, 이미 강우는 바의 뒷문을 열고 어둠 속으로 완전히 사라진 뒤였다.
스스스스…….
잠시 후 장막이 걷히고 불빛이 돌아왔을 때, 10번 테이블의 실무자와 헌터들은 피투성이가 된 채 엉망이 된 가게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제길…… 놓쳤다……."
실무자가 분통을 터뜨렸다.
하지만 그들은 알지 못했다. 자신들의 거점 좌표가 섀도우의 손에 완전히 넘어갔으며, 그들의 옷자락에 부착된 추적기가 실시간으로 위치 신호를 쏘아 보내고 있다는 사실을.
바깥의 차가운 밤거리로 나온 강우는 안경을 벗어 주머니에 넣었다.
그의 스마트폰 액정 위에서, 골든 키 헌터들이 탑승한 차량의 이동 경로가 붉은 점이 되어 지도 위를 움직이고 있었다.
"불법 사설 던전이라. 2막의 무대로는 아주 적당하군."
그림자 속에 숨은 사냥꾼의 두 번째 추적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