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하면 하루 전으로 회귀합니다

14화: 완벽한 매장
"커헉…… 컥……."
임만수는 가슴을 짓누르는 거대한 그림자 창에 꿰뚫린 채 허우적거렸다.
그림자 창은 놈의 가슴팍을 관통해 바닥 깊숙이 박혀 있었다. 임만수의 눈동자에서 점차 붉은 생기의 핏발이 가라앉고, 대신 회색빛의 죽음이 빠르게 차올랐다.
한때 길드를 이끌며 뒷골목을 지배하고, 수많은 사람의 인생을 짓밟아 왔던 C급 각성자의 허무한 종말이었다.
"네놈은…… 대체…… 누구……."
임만수가 피를 토하며 마지막 단말마를 뱉어내려 했다.
강우는 임만수의 눈앞까지 얼굴을 들이밀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차갑게 대답했다.
"말하지 않았습니까. 당신들에게 배신당해 죽었던 운반꾼 한강우라고."
스윽.
강우가 손을 쥐자, 관통해 있던 그림자 창이 거칠게 꼬이며 임만수의 심장을 완전히 으스러뜨렸다.
임만수의 고개가 툭 꺾였다. 마침내 그의 숨통이 완전히 끊어졌다.
강우는 천천히 숨을 고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비좁은 지하 고문실 안에는 네 구의 신선한 시체와 흩어진 피비린내만이 가득했다. 강우는 옷자락에 묻은 피를 대충 닦아낸 뒤, 고문실 구석에 설치된 소형 CCTV 카메라의 렌즈를 바라보았다.
"흔적을 지워야겠지."
강우가 손을 뻗자 검은 그림자가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라 방 안 전체를 쓸고 지나갔다.
그림자의 보이지 않는 미세한 가시들이 CCTV 녹화 장비의 메인보드와 하드디스크 회로를 가차 없이 헤집어 물리적으로 완전히 태워버렸다. 강우가 만졌던 쇠사슬과 수갑, 문손잡이에 남아 있을 지문과 각질 세포 등 미세한 생물학적 흔적 역시 심연의 부식 마력을 이용해 분자 단위로 완전히 연소시켜 지워버렸다.
이어서 강우는 임만수의 시신 품을 뒤졌다.
주머니 속에서 개인 금고 열쇠와 함께 암호화된 USB 드라이브 하나가 나왔다. 강우는 그것들을 챙겨 고문실을 나왔다.
지하를 벗어나 2층에 있는 길드장 집무실로 향했다.
밤늦은 시간이라 길드 사무실은 텅 비어 있었다. 강우는 임만수의 책상 뒤편 벽면에 숨겨진 금고를 열었다. 금고 안에는 대량의 무기명 채권과 현금 뭉치, 그리고 협회에 등록되지 않은 상급 마석 서너 개가 들어 있었다.
"이건 내 고통의 대가로 챙겨가도록 하지."
강우는 가방에 현금과 마석을 챙겨 넣었다.
그리고 집무실 책상에 앉아 개인 노트북을 켰다. 주머니에서 꺼낸 임만수의 USB를 꽂자, 블랙 드래곤 길드가 뒷배로 삼고 있던 대형 길드 '태성'의 유력 임원들과 주고받은 비밀 거래 내역이 담긴 문서들이 나타났다.
"태성 길드……."
여주인공인 유지원이 속한 대한민국 최고의 길드.
블랙 드래곤의 배후에는 태성의 내부 비리 세력이 똬리를 틀고 있었다. 강우는 이 자료들 역시 완벽하게 복사하여 자신의 보안 클라우드 서버에 업로드했다.
모든 정리를 마친 강우는 노트북을 끄고 유유히 길드 건물을 빠져나왔다.
밤공기는 차가웠고, 가로등 불빛이 그의 그림자를 길게 늘어뜨렸다. 강우는 주머니 속 스마트폰을 꺼내 한 사이트에 접속했다.
임만수에게 보여주었던 비리 장부 예약 발송 취소 화면.
강우의 입가에 짙은 조소가 번졌다.
"멍청하긴."
강우는 취소 버튼을 누르는 척하며 액정의 특정 영역을 터치해, 시스템의 메인 카운트다운 인터페이스만 숨겼을 뿐이었다.
실제로 그가 임만수에게 5억 원을 입금받은 직후, 백그라운드에서 대기 중이던 해킹 서버는 예약 메일을 감사국과 언론사에 즉시 발송(Send Immediate) 처리했다.
임만수를 방심하게 만들고, 그의 돈과 채무 서류를 완벽히 정리한 뒤에 사회적으로도 매장하기 위한 철저한 이중 덫이었다.
다음 날 아침.
대한민국 전역의 아침 뉴스는 충격적인 스캔들로 도배되었다.
[속보: 하위 길드 '블랙 드래곤', 대규모 불법 사채 및 마약성 마석 밀수 비리 폭로]
[헌터 협회 감사국, 블랙 드래곤 길드 본사 긴급 압수수색 돌입]
[길드장 임만수를 포함한 핵심 간부 4명, 본사 지하 밀실에서 피살된 채 발견…… 청부 살인 가능성 대두]
뉴스를 진행하는 앵커의 목소리가 다급하게 흘러나왔다.
인터넷 커뮤니티와 헌터 포럼은 이미 발칵 뒤집어진 상태였다. 블랙 드래곤이 저지른 온갖 악행과 비리 자료가 원본 그대로 유출되었기 때문에, 법적인 처벌을 피할 길은 전혀 없었다. 게다가 길드장과 간부들이 의문의 살해를 당했다는 소식은 헌터 업계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누가 이런 짓을 한 거지?"
"내부 고발자가 장부를 폭로하고, 전문 킬러를 고용해 싹 쓸어버린 거 아냐?"
"블랙 드래곤이 배신당한 게 분명해."
음모론이 판을 쳤지만, 그 누구도 그 배후에 평범한 무능력자 고등학생 한강우가 있을 것이라고는 의심조차 하지 못했다.
강우는 어머니의 병실 텔레비전을 통해 흘러나오는 뉴스를 조용히 시청하고 있었다.
어머니의 산소호흡기는 안정적으로 구동 중이었고, 병원비 걱정은 이제 평생 할 필요가 없었다.
"첫 번째 복수가 끝났군."
강우는 가방 속에 든 5억 원의 현금과 무기명 채권, 그리고 임만수의 금고에서 챙긴 D급 마석들을 바라보았다.
그를 비참하게 죽였던 강태훈과 블랙 드래곤 길드는 하룻밤 사이에 완벽하게 멸망하여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하지만 소년의 계획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블랙 드래곤의 배후에 똬리를 틀고 있던 진짜 거물, 대한민국 헌터 업계의 거대 포식자들의 연결고리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다음은 태성이다."
강우는 차가운 눈빛으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죽음의 루프 속에서 단련된 괴물이, 마침내 양지의 세상을 향해 이빨을 드러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