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하면 하루 전으로 회귀합니다

13화: 그림자의 포식
"이, 이게 무슨……?!"
임만수의 부하 헌터 중 하나가 다급히 발을 빼려 했으나, 발목을 휘감은 검은 그림자는 늪처럼 찐득하게 그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그림자 채찍은 단순히 물리적으로 옭아매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헌터들이 방어용으로 전신에 두른 푸른 마력을 마치 굶주린 짐승처럼 갉아먹고 포식하며 점점 더 단단해지고 있었다.
"마력이…… 흡수당하고 있어! 이 사슬, 마력을 먹고 자라난다!"
"대장! 도와주십시오! 으아악!"
서걱! 서걱! 서걱!
강우가 손가락을 가볍게 내리치자, 바닥에서 곧게 솟구친 세 줄기의 날카로운 그림자 송곳이 세 명의 D급 헌터들의 가슴을 정확히 관통했다. 마력을 흡수당해 보호막이 약해진 그들의 육체는 그림자 송곳의 예리함을 전혀 견뎌내지 못했다.
"끄학……!"
"커흑……."
세 명의 헌터는 단 한 번의 유효타도 날려보지 못한 채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피를 쏟으며 쓰러졌다.
완벽한 방음 장치가 되어 있던 고문실은 비명마저 밖으로 흘려보내지 않았다. 임만수가 채무자들을 은밀하게 처리하기 위해 만들었던 그 공간이, 이제는 자신의 부하들의 무덤이 된 것이다.
"너…… 네놈, 정체가 뭐냐?! 마력 반응 0%의 무능력자 녀석이 어떻게 이런 괴물 같은 힘을……!"
임만수의 목소리가 덜덜 떨렸다.
그는 C급 각성자로서 산전수전을 다 겪었다고 자부했으나, 눈앞의 광경은 도저히 그의 상식선에서 이해가 되지 않았다. 마력이 없는데 마력을 부린다. 이것은 이 세계의 마도학적 상식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기현상이었다.
"말하지 않았습니까. 진짜 복수라고."
강우가 피로 물든 바닥을 즈려밟으며 천천히 다가왔다.
그의 뒤편으로 세 마리의 뱀처럼 요동치는 그림자 아지랑이가 일렁이고 있었다. 그 음산한 안광은 마치 심연의 밑바닥에서 기어 올라온 악마의 그것과 같았다.
"이 빌어먹을 꼬맹이가…… 나를 허투루 보지 마라! 난 C급 각성자다!"
임만수가 비명을 지르며 거대한 마력 도끼를 치켜들었다.
푸른 마력이 도끼날에 응축되며 방 안의 공기가 날카롭게 찢어지는 파열음이 났다. 그는 온 힘을 쥐어짜 내 강우를 향해 돌진했다. 무시무시한 파괴력을 지닌 C급 각성자의 참격이었다.
콰아아앙!
도끼가 내리찍힌 바닥이 처참하게 부서지며 돌가루가 사방으로 튀었다.
그러나 그곳에 강우는 없었다. 강우는 이미 임만수가 도끼를 들어 올리는 순간, 놈의 시야 사각지대인 그림자 속으로 몸을 밀어 넣었다.
스윽.
"뒤다."
"이 자식이……!"
임만수는 노련한 전투원답게 본능적으로 상체를 돌리며 도끼자루로 등 뒤를 후려쳤다.
강우는 몸을 숙여 도끼자루를 아슬아슬하게 피했지만, 임만수의 다른 쪽 주먹이 매섭게 날아와 강우의 어깨를 강타했다. C급의 근력에서 뿜어져 나오는 타격은 묵직했다.
퍽!
"윽!"
강우의 몸이 뒤로 밀려났다. D급 코트 방어구 덕분에 뼈가 부러지는 것은 면했으나, 충격은 고스란히 뇌로 전해졌다.
임만수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짐승처럼 달려들어 강우의 목덜미를 두 손으로 움켜쥐었다.
"잡았다! 이 쥐새끼가! 머리통을 으스러뜨려 주마!"
임만수의 손아귀에 무시무시한 악력이 가해졌다. 목뼈가 비명을 지르고 기도가 막혀 숨이 턱 막혔다. 강우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게 상기되었다.
하지만 그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강우는 비명을 지르는 대신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걸려들었군요."
"뭐, 라고……?"
강우는 애초에 임만수의 손에 잡혀주기 위해 거리를 좁힌 것이었다.
마력 수치가 낮고 직접적인 격투 능력이 떨어지는 강우가 C급 각성자를 확실하게 죽이기 위해서는, 서로의 피부가 닿는 극단적인 초근접 거리가 필요했다.
강우의 목을 쥐고 있는 임만수의 두 손을 향해, 강우의 체내에 내포되어 있던 보랏빛 심연의 마력이 역류하듯 뿜어져 나왔다.
스스스스…….
"앗, 아아악! 이게 뭐…… 끄아아아악!"
임만수가 갑자기 비명을 지르며 강우의 목을 놓아주었다.
그의 두 손과 팔뚝의 피부 속으로 기괴한 검은 아지랑이가 스며들어가고 있었다. 그것은 임만수의 푸른 마력 회로를 강제로 헤집고 들어가, 마력을 역류시키고 마력관을 사정없이 찢어발기는 금단의 저주였다.
강우가 심연의 정수를 흡수할 때 느꼈던 그 고통의 배가 되는 충격이 임만수의 온몸을 강타했다. 임만수는 바닥을 구르며 자신의 팔을 뜯어낼 듯이 긁어댔다.
"내, 내 마력이…… 뒤틀린다! 회로가…… 터질 것 같아! 제발, 살려줘! 살려다오!"
마력 회로의 붕괴는 각성자에게 사망보다 더한 고통이었다.
임만수의 전신에서 푸른 마력이 뿜어져 나왔으나, 그것들은 심연의 마력에 오염되어 점차 검게 물들어 가더니 이내 먼지처럼 바스라졌다. C급 각성자로서 쌓아 올린 그의 모든 기반이 순식간에 허물어지고 있었다.
강우는 바닥에 주저앉아 헐떡이는 임만수를 얼음처럼 차가운 눈으로 내려다보았다.
"당신이 진 빚은 돈으로 청산했지만, 내 죽음에 대한 업보는 목숨으로 갚으셔야 합니다."
강우가 손을 뻗자, 바닥의 그림자가 거대한 창의 형상으로 조용히 솟아올랐다.
임만수의 눈동자가 죽음의 공포로 가득 차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