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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세 베테랑, 고교 야구부터 다시 시작합니다2화

40세 베테랑, 고교 야구부터 다시 시작합니다

40세 베테랑, 고교 야구부터 다시 시작합니다

2화: 담장 밖으로 사라진 공

흰 공이 가운데로 걸리는 순간 백승진은 이미 배트를 끌어내고 있었다.

손목은 늦게 나왔다.

대신 골반이 먼저 열렸다. 왼쪽 무릎이 버티고 오른발 안쪽이 흙을 긁었다. 마흔 살 몸으로는 머릿속에서만 그리던 순서가 열일곱 살 근육 안에서 한꺼번에 풀렸다.

깡!

알루미늄 배트가 울었다.

소리는 가벼운데 타구는 무거웠다. 공이 배트에 눌렸다가 튕겨 나가는 감각이 손바닥 깊은 곳까지 박혔다. 승진은 스윙을 끝까지 돌리고도 고개를 들지 않았다.

볼 필요가 없었다.

맞는 순간 알았다.

좌중간.

외야수가 세 걸음을 뛰다가 멈췄다. 펜스 앞에서 글러브를 들어 올릴 생각도 못 했다. 흰 공은 담장 위 노란 선을 훌쩍 넘고 그 뒤의 광고판까지 지나 관중석 바깥 통로 쪽으로 사라졌다.

잠깐 정적이 왔다.

그다음 함성이 터졌다.

"넘어갔다!"

"장외야! 장외!"

1루 주자가 두 팔을 들고 홈으로 달렸다. 세명고 투수는 마운드 위에 굳어 있었다. 방금 전까지 입술을 씹던 얼굴에서 피가 빠졌다.

승진은 배트를 조용히 내려놓았다.

발이 1루 쪽으로 움직였다. 몸이 가벼웠다. 너무 가벼워서 조심해야 했다. 흥분해서 뛰면 햄스트링을 다친다. 그런 생각이 먼저 들었다.

웃음이 나왔다.

이 몸으로도 그런 걱정을 하는 자신이 우스웠다.

하지만 그게 백승진이었다.

한 타석을 다시 얻은 열일곱 살. 동시에 스무 해 넘게 부상자 명단과 재활표를 보며 버틴 마흔 살 포수.

1루를 돌 때 세명고 1루수가 중얼거렸다.

"뭐야 저거."

승진은 대답하지 않았다.

2루를 돌자 더그아웃이 보였다. 청원고 선수들이 난간에 매달려 있었다. 누군가는 입을 벌린 채 박수도 치지 못했다. 강두식 감독은 팔짱을 낀 자세 그대로 굳어 있었다.

그 지독한 타석에서 고개를 숙이고 돌아온 기억이 아직 손바닥에 남아 있었다.

이번에는 홈을 밟았다.

발바닥 아래 흙이 단단했다. 주자가 먼저 홈을 밟고 승진의 헬멧을 손바닥으로 내리쳤다.

"야 백승진! 너 미쳤냐?"

"공이 가운데로 오더라."

"그걸 어떻게 알아!"

승진은 더그아웃 쪽을 봤다.

강두식의 눈과 마주쳤다.

감독의 얼굴에는 화와 의심과 믿기 싫은 인정이 뒤섞여 있었다.

승진은 헬멧을 벗고 고개를 살짝 숙였다.

"열 바퀴 깎아주시는 거죠?"

더그아웃이 터졌다.

웃음인지 비명인지 모를 소리가 한꺼번에 나왔다. 강두식의 관자놀이가 꿈틀했다.

"들어와 이 새끼야."

목소리는 거칠었다.

하지만 방금 전과는 달랐다.

승진은 알았다. 감독은 지금 화를 내는 게 아니라 계산하고 있었다.


더그아웃 안은 순식간에 달라졌다.

죽어 있던 공기가 뜨거워졌다. 선수들이 승진의 어깨와 등을 두드렸다. 맞은 자리가 아플 정도였지만 승진은 피하지 않았다.

젊은 손들이었다.

땀 냄새와 흙먼지 냄새가 뒤섞인 손. 곧 누군가는 프로에 가고 누군가는 야구를 그만둘 손이었다. 너무 늦게 알아본 얼굴들이었다.

"너 언제부터 그렇게 쳤냐?"

"어깨 열리는 거 봤다며. 진짜 보이냐?"

"저놈 다음에도 슬라이더 던져?"

질문이 쏟아졌다.

승진은 물통을 집어 한 모금만 마셨다. 차가운 물이 목을 타고 내려가자 심장이 조금 가라앉았다.

"지금은 직구밖에 못 던져."

선수들이 동시에 마운드를 봤다.

세명고 에이스는 로진백을 만지고 있었다. 손바닥에 묻힌 흰 가루를 털지도 않고 다시 쥐었다. 발끝이 투수판 앞을 자꾸 긁었다.

"왜?"

주전 3루수가 물었다.

"방금 슬라이더 맞고 겁먹었으니까. 손목으로 빼는 공은 잠깐 못 믿어. 포수가 사인 내도 고개 흔들 거다. 초구는 바깥 직구. 존에 넣으려다 높게 뜬다."

"네가 감독이냐?"

강두식의 낮은 목소리가 뒤에서 꽂혔다.

선수들이 갈라졌다.

승진은 천천히 돌아섰다.

"감독님이 물어보시면 더 자세히 말할 수 있습니다."

"이게 건방진 건지 미친 건지 모르겠네."

"둘 다일 수도 있습니다."

"입 다물어."

그래도 강두식은 마운드를 보고 있었다.

다음 타자가 타석에 들어갔다. 세명고 포수가 손가락을 접었다 폈다. 투수가 고개를 저었다. 다시 사인. 또 고개를 저었다.

청원고 더그아웃이 조용해졌다.

승진이 말한 그대로였다.

세 번째 사인에서 투수가 겨우 고개를 끄덕였다. 세트 포지션. 발끝이 또 흙을 긁었다. 공은 바깥쪽으로 떠올랐다.

타자는 늦지 않았다.

딱!

타구가 1루수 옆을 뚫었다. 깨끗한 안타였다.

"봤죠?"

승진이 말했다.

강두식은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침묵이 대답이었다.

청원고 더그아웃은 다시 살아났다. 한 점 차로 끌려가던 팀이 2대 1로 앞섰고 상대 에이스는 흔들리고 있었다. 이닝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승진은 스코어보드를 봤다.

8회 말. 청원고 2점. 세명고 1점.

그 숫자가 낯설었다.

원래 없던 숫자였다.

역사가 손바닥 안에서 살짝 방향을 틀었다.

그 순간 승진은 더 확실히 알았다.

한 타석만 바꾼 게 아니다.

이 경기 전체를 바꿀 수 있다.

그리고 이 아이들의 인생도.


공격은 추가점 없이 끝났다.

하지만 더그아웃의 얼굴은 달랐다. 방금 전까지 패배를 기다리던 눈들이 이제는 9회 초 세 개의 아웃을 보고 있었다.

문제는 마운드였다.

최현우가 글러브를 끼고 일어났다.

"나 갈 수 있어요."

말은 감독에게 했지만 눈은 승진을 피하고 있었다. 왼팔은 자연스럽게 내려와 있는 척했다. 손끝이 팔꿈치 안쪽을 문지르지 않으려다 허벅지 옆에서 굳어 있었다.

승진은 그 손끝을 봤다.

안 된다.

황금사자기 뒤 팔꿈치 통증. 여름 대회 전 등판 강행. 이듬해 수술 권유. 그리고 사라진 이름.

이건 막아야 했다.

"현우야."

"괜찮다니까."

"괜찮은 애는 팔을 그렇게 안 숨겨."

현우의 얼굴이 굳었다.

강두식이 눈을 부라렸다.

"백승진. 너 이제 투수 코치까지 하냐?"

"아니요. 포수라서 봅니다."

"네가 오늘 홈런 하나 쳤다고 다 되는 줄 알아?"

"홈런이라서 말하는 게 아닙니다. 지금 현우 올리면 공이 빠집니다. 팔꿈치 피하려고 릴리스가 빨라질 거고 직구는 높게 뜹니다. 슬라이더는 손끝에 안 걸립니다."

"그걸 네가 어떻게 아는데."

승진은 현우의 왼팔을 가리켰다.

"방금 물 마실 때 컵을 오른손으로 들었습니다. 평소엔 왼손잡이가 왼손부터 나가는데요. 그리고 팔꿈치 안쪽을 세 번 눌렀습니다."

현우가 숨을 삼켰다.

"그건 그냥..."

"통증이 아니라 불안이라고 말하고 싶겠지. 그런데 둘 다 문제야."

더그아웃이 조용해졌다.

고교야구에서 에이스는 끝까지 던지는 게 당연했다. 특히 전국대회 8강전 1점 차 리드라면 더 그랬다. 감독들은 정신력을 말했고 선수들은 아픈 곳을 숨겼다.

그렇게 많은 팔이 망가졌다.

승진은 그걸 너무 많이 봤다.

"그럼 누구 올리라고."

강두식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화를 누르는 소리였다. 동시에 승리를 놓치고 싶지 않은 사람의 소리이기도 했다.

"김태섭 선배요."

불펜 쪽에 있던 3학년 우완이 눈을 크게 떴다.

"나?"

"직구 빠르진 않은데 낮게 던질 수 있잖아요. 세명고 하위 타선은 몸쪽 높은 공에 손이 먼저 나가고 바깥 낮은 공은 따라갑니다. 포수 사인대로만 던지면 됩니다."

"포수 사인?"

주전 포수가 인상을 찌푸렸다.

승진은 그를 봤다.

좋은 선배였다. 다만 리드는 단순했다. 빠른 공으로 밀어붙이다가 맞으면 변화구를 던지는 식이었다. 지금 9회에는 맞지 않았다.

"제가 앉겠습니다."

말이 떨어지자 더그아웃이 얼어붙었다.

강두식이 한 걸음 다가왔다.

"네가?"

"저 후보 포수잖습니까."

"후보지 주전은 아니지."

"그래도 타석 전에는 후보 타자였는데 홈런 쳤습니다."

"말장난하지 마라."

"책임지겠습니다."

승진은 짧게 말했다.

이 말만큼은 가볍게 할 수 없었다. 포수 마스크를 쓴다는 건 투수의 팔과 팀의 승부를 동시에 맡는 일이었다. 그는 그 무게를 누구보다 잘 알았다.

최현우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감독님. 저... 조금 뻐근하긴 합니다."

말끝이 거의 들리지 않았다.

그런데도 더그아웃 전체가 들었다. 현우는 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아프다는 말 하나가 마운드에서 내려오겠다는 말처럼 느껴지는 나이였다.

강두식의 눈이 현우에게 돌아갔다.

현우는 고개를 숙였다.

승진은 속으로 숨을 내쉬었다.

하나는 막았다.

아직 완전히 구한 건 아니지만 적어도 지금 더 망가지는 건 막았다.

강두식은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거칠게 손가락을 뻗었다.

"김태섭 준비해. 백승진 장비 차."

"감독님."

"네가 책임진다며. 못 막으면 홈런이고 뭐고 죽었다."

승진은 웃지 않았다.

"막겠습니다."


포수 장비는 몸에 익숙하게 달라붙었다.

아니. 정확히는 아직 익숙하지 않았다. 보호대 끈은 새것처럼 뻣뻣했고 마스크 시야는 기억 속 프로 장비보다 좁았다. 미트도 손바닥에 완전히 맞지 않았다.

그래도 숨이 편했다.

그는 포수였다.

방망이보다 먼저 미트를 배웠고 홈런보다 오래 투수의 눈을 봤다. 주전은 아니었지만 더그아웃에서 수천 번 경기를 읽었다. 불펜에서 수만 개의 공을 받았다.

그 시간이 지금은 무기가 됐다.

승진은 김태섭에게 다가갔다.

"선배. 세게 던지려고 하지 마세요."

"나도 알아. 세게 안 나와."

"농담 아닙니다. 무릎 높이만 보세요. 가운데 낮게 시작해서 바깥으로 빠지는 공. 맞아도 땅볼입니다."

"너 진짜 이상해졌다."

"오늘만 믿어보세요."

김태섭은 대답 대신 공을 쥐었다. 손끝이 떨렸다. 3학년인데도 전국대회 9회 초 1점 차는 무거웠다.

승진은 그 떨림을 보고 미트를 툭 쳤다.

"첫 타자 초구는 스트라이크 필요 없습니다. 치게 만들 겁니다."

"볼부터 던지라고?"

"볼처럼 보이는 스트라이크 말고 스트라이크처럼 보이는 볼입니다. 배트 나오게."

김태섭이 멍하니 봤다.

"말 어렵게 하네."

"그냥 제 미트 보고 던지세요."

승진은 홈플레이트 뒤로 걸어갔다.

관중석 소리가 다시 커졌다. 세명고 첫 타자가 배트를 돌리며 들어왔다. 표정이 험했다. 방금 뒤집힌 경기를 다시 가져오겠다는 얼굴이었다.

승진은 쪼그려 앉았다.

무릎이 전혀 아프지 않았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웃음이 나올 뻔했다. 하지만 웃을 때가 아니었다. 마스크 너머로 타자의 앞발과 손목을 봤다. 앞발이 홈플레이트 쪽으로 닫혀 있었다. 몸쪽 공을 의식하고 있었다.

바깥 낮은 공에 배트가 따라 나올 타입.

승진은 손가락을 접었다.

직구.

바깥 낮게.

미트를 살짝 빼서 댔다.

김태섭이 고개를 끄덕였다.

마운드와 홈 사이의 거리가 이상하게 가까웠다.

스물세 해 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길이 보였다.

공이 투수의 손에서 떠났다.

승진은 미트를 움직이지 않았다.

이제부터는 그의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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