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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2 (열두 시 십이 분)8화

12:12

12:12

8화: 시간이 접힌 캠퍼스

저녁 6시 31분의 거실이 정오가 되었다.

창밖 노을은 사라지지 않았다. 하늘은 붉은데, 벽시계 바늘은 12와 2 사이에 멈춰 있었다. 텔레비전 화면 오른쪽 위 뉴스 시각도 12:12, 엄마가 들고 있던 형의 낡은 휴대폰 액정도 12:12, 윤재의 휴대폰도 12:12였다.

초침은 움직이지 않았다.

엄마는 눈을 깜빡였다.

“시계가 왜 이러니?”

윤재는 대답할 수 없었다. 손등의 검은 선이 팔 안쪽을 타고 올라가고 있었다. 뜨겁다 못해 차가웠다. 피부 밑에 얼음으로 된 실이 박힌 것 같았다.

현관 초인종이 울렸다.

윤재는 몸을 돌렸다. 7년 전 현관 앞의 기억이 겹쳤다. 차이준. 검은 선. 시간이 없습니다. 그러나 문밖에 서 있는 사람은 서연이었다. 그녀는 숨을 헐떡이며 윤재를 보자마자 말했다.

“학교도 이상해졌어.”

“뭐가?”

“중앙도서관이 사라졌다가 생겼어. 정확히는, 건물 일부가 예전 모습으로 겹쳐 보여. 사람들은 잘 못 느끼는데 사진 찍으면 달라.”

서연은 휴대폰 사진을 보여 줬다. 캠퍼스 중앙도서관의 현재 건물 위로 오래된 붉은 벽돌 건물이 반투명하게 겹쳐 있었다. 사진 속 학생들은 그 사이를 아무렇지 않게 지나가고 있었다.

윤재는 엄마에게 잠시 나갔다 오겠다고 했다. 엄마는 붙잡으려 했지만, 형의 이름으로 온 전화를 들은 뒤라 아무 말도 쉽게 하지 못했다.

“윤재야.”

문을 나서려는 그에게 엄마가 말했다.

“네 형 일, 네 잘못 아니야.”

그 말은 너무 늦게 도착한 위로였다. 윤재는 고개를 끄덕이지 못하고 밖으로 나왔다.

서연의 차를 타고 학교로 가는 동안, 도시는 이상한 조각들로 접혀 있었다. 어떤 횡단보도 신호등은 오래된 노란 등으로 보였고, 버스정류장 광고판에는 현재의 아이돌 광고와 7년 전 영화 포스터가 번갈아 나타났다. 사람들은 대부분 알아차리지 못했다. 단지 잠깐 어지럽다며 이마를 짚거나, 휴대폰 시간이 이상하다고 중얼거릴 뿐이었다.

“네가 전화를 받아서 이렇게 된 거야?”

서연이 물었다.

윤재는 창밖을 보며 말했다.

“형이 그랬어. 이제 내 차례라고.”

“차례라니.”

“차이준도, 형도, 나도. 누가 계속 넘겨받는 것 같아.”

“뭘?”

“후회.”

말해 놓고 윤재는 스스로 그 단어가 맞다고 느꼈다. 이 힘은 시간을 돌리는 능력이 아니라 후회를 넘겨주는 장치일지도 모른다. 누군가의 바로잡지 못한 순간이 다음 사람에게 붙는다. 그리고 그 사람은 또 다른 잘못을 만든다.

학교 정문에는 도식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가방을 멘 채 얼굴이 창백했다.

“선배님, 저 방금 말도 안 되는 걸 봤어요.”

“뭐?”

“학과 게시판에 제 이름이 없었어요. 잠깐이지만요. 입학 명단에서 제가 사라졌어요. 대신 지호 이름 옆에 제 학번이 붙어 있었고.”

도식은 손을 떨었다.

“저, 없어질 수도 있는 거예요?”

윤재는 대답하지 못했다. 현실은 이제 사람의 자리까지 바꾸고 있었다.

세 사람은 중앙도서관으로 갔다. 건물 입구는 현재와 과거가 겹쳐 있었다. 자동문 안쪽에 2019년식 회전문이 보였고, 바닥 타일은 걸음을 옮길 때마다 다른 무늬로 바뀌었다. 학생들은 대부분 이질감을 느끼지 못한 듯 지나갔지만, 몇몇은 멍하니 벽을 만지고 있었다.

지하 자료실 문 앞에는 낯선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정오 보관실 출입 금지

어제까지만 해도 없던 문구였다.

도식이 목소리를 낮췄다.

“정오 보관실?”

서연은 문고리를 잡았다.

“잠겨 있어.”

윤재가 손을 대자, 문 안쪽에서 딸깍 소리가 났다. 손등의 검은 선이 열쇠처럼 반응했다. 문이 열리자 오래된 종이 냄새와 함께 차가운 공기가 밀려왔다.

안쪽은 자료실이 아니었다. 좁은 복도 양쪽으로 사물함이 끝없이 늘어서 있었다. 각 사물함에는 날짜와 시간이 적혀 있었다. 2019.08.18 18:43, 2026.05.26 12:12, 2026.05.26 07:30. 윤재가 겪은 순간들이었다.

가장 안쪽에서 누군가 책장을 넘기는 소리가 났다.

차이준이 앉아 있었다.

그는 7년 전보다 더 늙어 보였다. 하지만 여전히 같은 얼굴이었다. 시간 속에 갇힌 사람처럼 나이를 먹다 만 얼굴. 손등의 검은 선은 목덜미까지 올라와 있었다.

“결국 받았군요.”

차이준이 말했다.

윤재는 그에게 달려들듯 다가갔다.

“당신이 형을 죽였어?”

“아니요.”

“그럼 왜 형이 내 차례라고 했어?”

차이준은 들고 있던 낡은 장부를 덮었다.

“강도현 씨는 당신을 살렸습니다.”

윤재는 멈췄다.

“무슨 소리야.”

“원래 2019년 8월 18일에 죽는 사람은 강윤재 씨였습니다. 당신 형이 그 자리를 바꿨고, 나는 그걸 도왔습니다.”

복도 끝의 형광등이 깜빡였다. 서연이 숨을 삼켰고, 도식은 벽을 짚었다.

차이준은 윤재를 똑바로 보았다.

“당신이 지금 고치려는 잘못은, 누군가 이미 목숨으로 고친 결과입니다.”

윤재의 머릿속에서 형의 마지막 전화가 다시 울렸다.

이번엔 받았네.

그럼 이제 네 차례야.

정오 보관실의 사물함들이 일제히 덜컹거렸다. 잠긴 시간들이 안에서 깨어나는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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