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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2 (열두 시 십이 분)7화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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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부재중 전화

죽은 사람에게서 전화가 오면, 사람은 먼저 화면을 의심한다.

윤재는 휴대폰을 들고도 한참 움직이지 못했다. 발신자 이름은 분명 강도현이었다. 프로필 사진은 오래전 가족 단체사진에서 잘라 놓은 형의 얼굴. 통화 시간은 12시 18분. 윤재가 과거에 머물던 그 12분 사이였다.

도식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이거 장난 아니죠?”

서연은 대답 대신 윤재의 휴대폰을 조심스럽게 가져갔다. 통화 기록을 확인하고, 연락처를 열고, 번호를 봤다. 번호는 형이 생전에 쓰던 번호가 맞았다. 지금은 해지되어 다른 사람이 쓰고 있을 수도 있었다.

서연은 곧장 전화를 걸었다.

지금 거신 번호는 없는 번호입니다.

기계음이 도서관 지하의 먼지 냄새 속으로 흩어졌다.

윤재는 마른 입술을 열었다.

“형이 말했어. 내일 전화하면 받지 말라고. 받으면 내가 시작된다고.”

“뭘 시작해?”

“몰라.”

도식이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모르는 게 너무 많네요.”

맞는 말이었다. 윤재는 힘을 얻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규칙도 대가도 목적도 모르는 장치를 만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장치는 이제 죽은 형의 이름으로 전화를 걸었다.

세 사람은 자료실 한쪽 테이블에 앉아 차이준에 대한 기록을 뒤졌다. 학교 학적부에는 2019년 이후 그의 흔적이 거의 없었다. 문예창작학과 12학번, 휴학과 복학을 반복, 졸업 여부 불명. 졸업앨범에는 사진이 있지만 졸업자 명단에는 이름이 없었다.

도식이 오래된 학보 기사를 찾아냈다.

“여기요. 중앙도서관 지하 자료실 실종 소동. 2019년 9월 기사.”

기사는 짧았다. 한 재학생이 도서관 폐관 후 실종 신고 되었으나, CCTV 사각지대 문제로 동선 확인이 어려웠고, 다음 날 본인이 귀가해 사건이 종결되었다는 내용. 이름은 익명 처리되어 있었지만, 댓글 캡처에는 정오 선배 또 사라짐?이라는 문장이 보였다.

서연이 말했다.

“이 사람도 너처럼 정오에 과거로 갔을 가능성이 있어.”

“그럼 왜 형을 살리려 했을까.”

“형이랑 아는 사이였거나, 형의 죽음이 자기 일과 연결됐거나.”

윤재는 7년 전 현관 앞의 도현을 떠올렸다. 형은 차이준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무언가를 숨기고 있었다. 윤재가 기억하는 형은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하지만 애초에 그는 형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었나.

그날 오후, 윤재는 본가로 갔다.

엄마는 아들이 갑자기 찾아온 것을 반가워했지만, 얼굴을 보자마자 걱정부터 했다.

“너 어디 아프니? 얼굴이 왜 이렇게 상했어.”

윤재는 대충 웃었다.

“시험 끝나서 그래.”

거실은 변한 듯 변하지 않았다. 형의 사진은 여전히 책장 위에 있었다. 엄마는 사진 옆에 작은 꽃병을 놓아두었다. 윤재는 그 사진을 똑바로 보지 못했다.

“엄마.”

“응?”

“형 사고 나기 전날, 집에 누가 찾아왔던 거 기억나?”

엄마의 손이 멈췄다. 그녀는 설거지하던 컵을 내려놓았다.

“갑자기 그건 왜?”

“그냥 생각나서.”

“너 그때도 이상한 소리 했잖아. 도현이 내일 사고 난다고.”

윤재는 심장이 내려앉았다.

“엄마, 그걸 기억해?”

“그럼 기억하지. 얼마나 놀랐는데.”

윤재는 의자 등받이를 붙잡았다. 과거에서 한 말이 현재 엄마의 기억에 새겨졌다. 그는 정말로 7년 전을 바꿨다.

“그날 누가 왔어?”

엄마는 창밖을 보았다.

“도현이 학교 선배랬나. 이름은…… 이준이었나. 둘이 밖에서 한참 얘기했어.”

“무슨 얘기?”

“몰라. 도현이가 나중에 그러더라. 윤재가 무슨 말을 해도 내일 집 밖에 나가야 한다고.”

윤재는 숨이 막혔다.

“왜?”

“그걸 말 안 했지. 그리고 다음 날…….”

엄마의 목소리가 흐려졌다. 윤재는 더 묻지 못했다. 하지만 엄마는 한참 뒤 스스로 말을 이었다.

“사고 나던 날, 도현이가 너한테 전화를 했어. 너 안 받았지?”

윤재는 고개를 숙였다.

“응.”

“나중에 경찰이 휴대폰 돌려줬을 때, 통화 기록에 네 이름이 있더라. 그런데 이상하게 음성메시지도 있었어.”

윤재는 고개를 들었다.

“음성메시지?”

“그땐 네가 너무 힘들어해서 못 들려줬어.”

엄마는 안방 서랍에서 오래된 휴대폰 하나를 꺼냈다. 액정이 금 간 형의 휴대폰이었다. 충전기를 꽂자 느리게 전원이 들어왔다. 배터리 잔량 3%. 엄마는 메시지함을 열어 남겨진 음성 기록을 찾았다.

재생 버튼을 누르기 전, 윤재의 휴대폰이 진동했다.

현재 시간 6시 31분.

발신자: 강도현.

윤재의 손등이 타는 듯 뜨거워졌다. 형의 말이 떠올랐다.

내일 내가 전화하면 절대 받지 마.

엄마는 휴대폰 화면을 보고 굳었다.

“도현이?”

윤재는 받을 수 없었다. 받아야 할 것 같았다. 손가락은 화면 위에서 떨렸다. 서연에게서 메시지가 연달아 왔다.

받지 마.

윤재야, 지금 어디야?

전화벨은 계속 울렸다.

윤재는 눈을 감았다. 7년 전 자신은 받지 않았다. 그래서 형은 죽었다. 지금 받지 않으면 똑같은 일이 반복될까. 아니면 받는 순간, 형이 말한 ‘시작’이 열릴까.

엄마가 속삭였다.

“윤재야.”

윤재는 전화를 받았다.

수화기 너머에서 형의 숨소리가 들렸다. 차 소리, 바람 소리, 멀리서 울리는 신호음.

그리고 도현의 목소리.

“윤재야.”

윤재는 아무 말도 못 했다.

“이번엔 받았네.”

그 목소리는 웃고 있었지만, 울음에 가까웠다.

“그럼 이제 네 차례야.”

통화가 끊겼다.

동시에 세상 모든 시계가 12시 12분을 가리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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