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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2 (열두 시 십이 분)4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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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화: 다시 쓰는 정오

째깍.

세상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핏빛으로 굳어 있던 하늘의 균열들이 하얀 빛으로 정화되며 씻겨 내려간 자리에는, 맑고 투명한 가을 정오의 햇살이 가득 차올랐다. 캠퍼스 광장에 흩날리던 은행잎들이 바람을 타고 평화롭게 내려앉았고, 부정한 기운으로 삐걱거리던 사람들의 움직임도 기적처럼 매끄럽고 자연스러운 생기를 되찾았다.

12시 12분.

여전히 해는 머리 위에 걸려 있었지만, 그 눈부신 빛은 더 이상 정체된 지옥의 불빛이 아니었다. 세상의 모든 아날로그 시계와 핸드폰 화면 속의 숫자들이, 멈추지 않고 흘러갔다.

12시 13분.

정오의 12분이 지나갔지만, 시간은 멈추지 않았다. 세계는 더 이상 과거로 되돌아가지 않았고, 무한한 오늘을 수확하던 장부의 마법도 사라졌다. 인과율의 나침반이 비로소 제대로 작동하며, 세계가 진짜 ‘내일’을 향해 한 걸음을 내딛은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으음….”

도서관 앞 벤치에 엎드려 잠들어 있던 서연이 천천히 눈을 떴다.

따스한 가을 햇살이 그녀의 뺨을 간지럽히고 있었다. 서연은 눈을 뜨자마자 뺨을 타고 흘러내리는 뜨거운 눈물을 느끼며 당황했다. 심장이 무언가 날카로운 칼날에 벤 것처럼 시리도록 아파왔다.

“나… 왜 울고 있지?”

서연은 가슴을 꾹 누르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분명 방금 전까지, 아주 어둡고 차가운 공간 속에서 온몸이 하얀 빛으로 부스러져 가던 누군가를 잡으려고 목놓아 울부짖었던 기억이 생생했다. 하지만 꿈에서 깨어나자마자, 그 사람의 얼굴도, 이름도, 목소리도 연기처럼 흩어져 머릿속에서 완전히 지워져 버렸다.

가슴속에는 그저 형언할 수 없는 거대한 상실감과 슬픔의 파편만이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누나! 이서연 누나!”

저 멀리서 신입생 도식이 전공 서적과 노트북을 품에 안은 채 헐떡이며 달려왔다. 도식의 낡은 안경테 너머의 눈 역시 묘하게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민도식? 왜 그래?”

“아뇨… 그냥요. 방금 12시 12분이 지나가는데, 갑자기 심장이 터질 것처럼 아프고 묘하게 눈물이 날 것 같아서요. 혹시 누나도… 그러셨어요?”

도식의 물음에 서연은 멍하니 뺨의 눈물을 닦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말없이 가을 하늘을 바라보았다. 머리 위의 하늘은 너무나 파랗고 평화로웠다. 세상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째깍거리며 흘러가고 있었지만, 그 평범한 정오의 한구석에서 그들은 묘하게 웅웅거리는 잃어버린 존재의 흔적을 느끼고 있었다.

가장 사랑했던 이, 그리고 그들을 살리기 위해 자신을 던진 계약자.

그의 자리가 텅 빈 채, 세계는 비로소 정상적인 내일을 향해 조용히 흐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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