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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화: 빛 속으로
바지직---!
윤재가 찌른 시계 파편 끝에서부터 눈부신 백색 균열이 금기의 심장 표면을 가로질렀다.
째깍거리는 시계 태엽 소리와 비명 같던 후회의 아우성들이 거짓말처럼 멈추었다.
그리고 구체 중심부에서부터 형언할 수 없이 눈부신 빛의 기둥이 수직으로 뿜어져 나와 제단의 천장을 뚫고 지상으로 솟구쳤다.
쿠구구구구궁!
거대한 톱니바퀴들이 차례로 조각나며 바닥으로 추락했다.
잉크가 흐르던 도관들은 핏빛 연기로 흩어졌고, 제단의 강철 벽들은 빛의 입자가 되어 먼지처럼 부스러졌다.
7년 동안 장부라는 감옥에 억눌려 있던 수만 명의 인과관계와 왜곡된 인과의 흔적들이 마침내 은하수처럼 눈부신 광휘가 되어 해방된 것이었다.
“도식아…! 차이준 선배…!”
윤재는 빛의 중심에서 소리쳤다.
금기의 제단과 융합되어 있던 도식의 푸른 영혼의 형상이 빛에 씻겨 내리며 본래의 맑고 온전한 모습으로 돌아와 윤재를 향해 씩 웃어 보였다.
“선배님, 제 속박은 여기서 끝이에요. 먼저 갈게요. 내일 봐요.”
도식의 몸이 가장 먼저 하얀 입자가 되어 빛의 강물 속으로 평온하게 녹아들어 갔다.
그 옆에 서 있던 차이준 역시 자신의 품에 안고 있던 낡은 장부의 마지막 잔해를 허공으로 흩뿌렸다.
그의 검은 눈동자 역시 평범한 갈색으로 돌아와 있었다.
“마침내… 긴 정오가 끝나는군.”
차이준은 오랜 저주에서 풀려난 듯 편안한 미소를 지으며 빛 속으로 조용히 흩어졌다.
그리고 윤재 자신의 차례였다.
하반신에 이어 가슴, 목덜미까지 투명한 빛의 알갱이로 화해 공중으로 떠오르고 있었다.
장부의 소멸과 함께, 가짜 세계선에서 억지로 유지되던 강윤재라는 인과율 역시 온전히 소각되어 가고 있었다.
“윤재야!”
서연이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달려와 흩어져 가는 윤재의 손을 필사적으로 잡으려 했다.
하지만 그녀의 손바닥은 아무런 저항 없이 윤재의 반쯤 빛으로 변한 손을 통과했다.
“가지 마… 제발 나 두고 가지 마…!”
윤재는 자신을 기억해주지 못하던 서연이 마침내 자신의 이름을 목놓아 부르고 있음을 깨달았다.
지우졌던 인과율이 붕괴하는 이 찰나의 순간, 서연의 영혼에 새겨진 모든 기억이 복구된 것이었다.
윤재는 사라져가는 입술을 억지로 움직여 미소를 지었다.
“울지 마, 서연아. 넌 내일을 살아가야 해.”
윤재는 남은 힘을 다해 서연의 뺨을 쓰다듬는 시늉을 했다.
따스한 빛의 온기가 그녀의 볼에 닿았다가 이내 부스러져 하늘로 흩어졌다.
“기어해 줘. 내가 널 사랑했던 그 평범한 오늘을….”
파앗-!
제단 전체가 거대한 빛의 폭발과 함께 완전히 붕괴했다.
쏟아져 나온 기억과 시간의 은하수가 멈춰버린 핏빛 정오의 하늘을 뒤덮고 캠퍼스와 도시 전체를 하얗게 휩쓸고 지나갔다.
모든 인과율의 해원.
윤재는 차갑게 젖어오는 빗소리를 마지막으로 들으며, 눈부신 하얀 빛의 소용돌이 속으로 완전히 침잠해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