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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2 (열두 시 십이 분)4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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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화: 형의 고백

윤재의 오른손 끝이 검은 재와 연기로 부스러져 날아가는 순간, 사방의 노이즈 폭풍 속에서 기이할 정도의 정적이 스며들었다.

검은 액체 위에 떠 있던 장부의 붉은 열기 너머로, 한 형체가 굳어지며 형상화되었다.

베이지색 가디건을 입은 청년.

이전에 보았던 감정이 마모된 차가운 망령의 모습이 아니었다.

윤재의 눈앞에 서 있는 도현의 얼굴에는 그가 그토록 그리워했던, 동생을 향한 따뜻하고 가슴 아픈 슬픔의 빛이 가득 차 있었다.

장부가 봉인되기 직전, 관리자로서의 껍질을 벗고 ‘인간 강도현’의 의식이 완전히 회복된 순간이었다.

“윤재야.”

도현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7년의 세월을 뛰어넘은, 온전한 형의 목소리였다.

“형… 진짜 형이지? 감정 없는 그 괴물이 아니라….”

윤재가 손가락끝이 흩어져 가는 오른손을 움켜쥐며 물었다.

도현은 서서히 다가와 윤재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이번에는 쇳덩이 같은 차가움이 아니었다.

그리웠던 형의 따뜻한 온기가 손바닥을 타고 전해져 왔다.

“미안하다, 윤재야. 나 때문에 네가 이런 가혹한 운명까지 마주하게 되었구나.”

도현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이전에 네가 본 내 기억 조각… 그건 진실의 일부일 뿐이야. 이제는 다 말해줄 때가 되었네. 네가 장부를 줍고 과거로 갈 수 있었던 건 우연이 아니었어.”

윤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무슨 소리야? 내가 정오에 도서관 지하에서 시계를 줍고 능력을 얻은 게 아니었어?”

도현은 고개를 저었다.

“원래 세계선에서 트럭에 치여 목숨을 잃은 건 너였어, 윤재야.”

“난 동생의 차가운 시신을 안고 미칠 것 같은 후회 속에서 울부짖다가 차이준을 만나 장부를 계약했지.”

“하지만 장부의 기본 규칙으로는 아무리 시간을 돌려도 널 살릴 수 없었어. 인과율의 대가가 너무 컸으니까.”

도현은 장부의 표지를 쓸어내렸다.

“그래서 내가 제안한 거야. 내 생명과 영혼을 장부에 영구적으로 귀속시켜 ‘정오 보관실’이라는 무한한 금기의 심장이 되겠다고.”

“그리고 이 장부의 계약 주체를 내가 아니라 너에게 넘겨, 네가 정오 12시 12분마다 굴레의 파수꾼으로서 안전하게 목숨을 유지할 수 있도록 설계한 거지.”

윤재는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다.

“그럼… 장부의 시작 자체가 나를 살리기 위해 형이 설계한 감옥이었단 말이야?”

“그래. 난 7년 동안 이곳에서 네가 살아가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어.”

“네가 겪는 굴레의 부작용을 내가 대신 받으려 검은 선들을 억누르느라 고통스러웠지만, 네가 매일 아침 눈을 뜨고 서연이와 웃는 모습을 보면 그 연옥의 지옥도 버틸 수 있었어.”

도현은 윤재의 부스러져 가는 손을 꼭 잡았다.

“하지만 넌 기어이 날 구하겠다고 여기까지 왔구나. 참 바보 같은 동생이야.”

“형이 그렇게 갇혀 있는데 어떻게 모른 척해! 형 없는 현재가 무슨 의미가 있어!”

윤재의 외침에 도현은 말없이 눈물을 흘리며 동생을 안아주었다.

“이 장부의 끝에 네 소멸이 적힌 건 당연한 결과야. 장부의 계약을 깨뜨리면, 장부의 힘으로 억지로 되살려 놓았던 네 존재 역시 원래의 ‘죽음’이라는 7년 전의 인과율로 복구되니까. 넌 태어나지 않은 존재가 되어 지워지는 거지.”

도현은 윤재의 가슴 위에 손을 얹었다.

심장 위에서 벌벌 떨며 맥동하는 검은 점이 보였다.

“난 널 잃고 싶지 않아, 윤재야.”

“네 소멸을 막기 위해서라면… 내가 다시 이 어두운 제단의 제물로 들어가도 좋아. 그러니까 제발 포기하고 돌아가 줘.”

자신을 위해 7년을 버티고도, 또다시 영원한 제물이 되겠다고 말하는 형의 고백.

윤재는 도현의 품 안에서 가슴이 찢어지는 비통함에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을 흘렸다.

형의 숭고하고도 지독한 사랑이, 봉인 직전의 붉은 저주의 폭풍 속에서 아프게 메아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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