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2

40화: 마지막 장부
하늘이 갈라져 쏟아지는 푸른색 주언의 폭풍을 뚫고, 윤재와 서연이 도서관 지하 깊숙한 보관실의 중심부에 도달했다.
그곳은 이미 형체가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뒤틀려 있었다.
수조 개의 인과의 실타래들이 공중에서 멈춘 채 반쯤 투명하게 일렁이고 있었고, 중앙의 거대한 제단은 붉은색 불꽃을 사방으로 내뿜고 있었다.
그리고 그 폭풍의 한가운데, 칠흑처럼 검은 액체 위에 둥둥 떠서 붉은 광채를 내뿜는 낡은 책 한 권이 보였다.
모든 후회와 비극을 기록해 온 절대적인 도구, ‘장부’의 본체였다.
“크윽…!”
장부 바로 옆, 반쯤 깨진 제단을 짚은 채 차이준이 신음을 흘리고 있었다.
그의 검은 오른팔은 장부의 중력에 이끌려 잉크처럼 녹아내려 공중으로 흩어지고 있었다.
차이준은 피가 섞인 기침을 하며 윤재를 보았다.
“기어이… 여기까지 왔군. 하지만 너무 늦었다. 장부의 마지막 장이 열리기 시작했어. 이 세계선의 최종 인과율이 기록되는 순간이다.”
윤재는 가슴속에 차갑게 박힌 검은 점의 이끌림에 따라, 한 걸음씩 장부를 향해 나아갔다.
손을 뻗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장부의 표지가 스르륵 열리며 강한 바람이 불어왔다.
파스스스스-!
책장들이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넘어갔다.
책장 위에는 윤재가 태어났던 날부터, 7년 전 형이 트럭 앞에 섰던 날, 그리고 12시 12분에 눈을 뜨며 시작된 이 모든 굴레의 발자취들이 자필 소설처럼 세밀하게 적혀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책장이 넘어가는 소리가 멈추었다.
마지막 장.
그 종이는 아직 작성되지 않은 빈 공간이어야 했지만, 붉은 잉크가 마치 혈관처럼 종이 위로 피어나며 글자들을 빠르게 새겨내려 가기 시작했다.
윤재는 눈을 부릅뜨고 글자들을 읽어 내렸다.
[…12:12의 금기의 심장이 파괴되고 장부의 연쇄가 종결된다. 시간의 왜곡으로 억지로 유지되던 윤재의 생명선은 원래의 운명(7년 전 교통사고)에 맞춰 현실에서 소멸한다. 그리고….]
윤재의 시선이 다음 문장에 닿은 순간, 숨이 멎는 듯한 충격이 몰려왔다.
[…장부에 빚진 인과율의 대가를 청산하기 위해, 기적의 수혜자이자 마지막 계약자인 강윤재의 목숨 역시 세계의 기억과 기록에서 영구히 삭제된다. 그는 애초에 태어나지 않은 자가 되며, 영원한 무(無)의 상태로 소멸한다.]
윤재가 살기 위해, 그리고 형을 구하기 위해 빌려 썼던 ‘12분’.
그것은 공짜가 아니었다.
12:12를 깨부수고 모든 세계를 정상화하기 위한 최종적인 청구서에는, 형의 목숨뿐만 아니라 강윤재 자신의 완전한 소멸(소각)이 대가로 청구되어 있었던 것이다.
“말도 안 돼….”
서연이 윤재의 어깨너머로 페이지를 읽고 비명을 지르며 장부를 덮으려 했다.
“안 돼, 윤재야! 이거 만지지 마! 네가 사라지는 건 싫어! 널 구하려고 여기까지 왔단 말이야!”
서연의 눈물이 장부 위로 떨어졌지만, 장부의 붉은 잉크는 멈추지 않고 종이 끝에 마침표를 꾹 찍어 내렸다.
- End of Yesterday Noon. (어제 정오의 종결)
글자가 완성됨과 동시에, 윤재의 가슴 속 검은 점이 맹렬하게 뜨거워졌다.
그의 오른손등 끝자락부터 살갗이 투명한 검은 연기로 변해 공중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마지막 장부에 적힌 예언은 거짓이 아니었다.
장부를 파괴하는 결말의 대가는, 윤재 자신의 죽음이자 완전한 소멸이었다.